흔들리는 K-반도체..JY 경영활동 제한에 투자 멈춘 삼성(종합)

박선미 2022. 4. 2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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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주자 중국의 무서운 추격전..반도체 장비 싹쓸이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김진호 기자]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서의 K-반도체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기업에 공급되는 장비에 대한 수출 규제를 본격화하면서 K-반도체 중국 수출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활동 제한으로 K-반도체 초격차 확보에 제동이 걸린 사이 후발주자인 중국은 공격적인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반도체 굴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 부회장의 장기 부재로 한국 반도체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서 흔들리는 K반도체 위상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미국의 중국 반도체 규제가 시작되기 전·후의 주요국 중국 반도체 수입시장 점유율 변화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타격이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대비 지난해 대만의 중국 반도체 수입시장 점유율은 4.4%포인트, 일본 1.8%포인트 각각 늘어난 반면, 한국은 5.5%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점유율 감소폭은 미국 0.3%포인트 보다도 컸다. 미 상무부는 2019년 4월부터 2020년 9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중국 화웨이, SMIC 등을 상대로 미국 반도체 소프트웨어·장비를 활용해 생산된 반도체의 공급을 규제한 바 있다.

중국의 반도체 수입이 늘어난 시기에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로 그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수입은 4686억달러로 미국의 중국 반도체 공급규제 개시 직전년도인 2018년 대비 37.2% 늘어났다. 대만, 일본에 대한 반도체 수입은 각각 57.4%, 34.8% 증가했다. 미국의 제재로 중국 토종기업과 중국내 외국인 투자기업이 함께 미국 반도체 구매가 막히면서 대만산 반도체 칩 수입을 늘린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중국의 한국 반도체 수입은 6.5% 증가에 그쳤다. 이는 미국의 규제에 따른 화웨이의 한국산 메모리 구매 중단,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등의 여파로 중국이 메모리 전체 메모리 수입을 0.7% 줄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 중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당시 각각 3.2%, 11.4%에 달했다. 메모리가 강점인 K-반도체 특성상 2021년 중국의 한국산 메모리 수입은 2018년 대비 13.7%나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2019년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공급규제 이후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서 시스템반도체 강국인 대만과 전통 반도체 강자 일본이 약진했다"며 "반면 메모리반도체 위주의 K-반도체는 중국 내 위상이 크게 약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삼성전자, 투자·M&A 올스톱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반도체 경쟁사들과 달리 나홀로 ‘정중동’ 상태다. 최소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이 부회장이 옥중생활에서는 풀려났지만, 여전히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없는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결정한 미국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에 대한 약 20조원 규모의 투자 이후 이렇다 할 반도체 투자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의 다른 축인 기업 인수합병(M&A)도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이 부회장이 아직 가석방된 상태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 입장에서는 법적 리스크가 있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한 M&A에 대한 위험 부담이 크다. 주요 경쟁국 심사 과정에서 해당 부문이 문제될 여지도 크다. 삼성전자는 2017년 이후 1조원 이상의 대규모 M&A를 단 한 건도 진행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다음 달 8일 석가탄신일 앞두고 단행되는 ‘특별 사면’에 이 부회장이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반도체 위기가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단기성과에 집중할 수밖에 현재 경영 구조로는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국익을 감안해서라도 반드시 이번 특별 사면에 이 부회장을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韓 주춤한 사이 후발주자 中 공세

중국 시장에서 K-반도체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세계 반도체 생산 장비를 싹쓸이 중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생산장비 매출액은 44% 급증한 1026억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각국 반도체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생산을 늘리는데 투자한 결과다. 특히 2018년만해도 반도체 장비 구입에 131억1000만달러를 썼던 중국은 지난해 두 배가 넘는 296억달러를 지출해 2년 연속 장비구입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2020년 반도체 자급률이 15.8%에 그치고 있지만 2025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반도체굴기를 추진하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중국의 반도체 수입량은 반도체굴기 정책에 따른 반도체 자체 생산 증가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했다.

중국은 지난해 반도체 매출액 기준 세계 6위(매출액 340억달러, 비중 6.1%) 수준인 후발주자지만 정부의 파격적인 정책·자본적 지원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중국 1위 파운드리 업체 SMIC는 지난 2월 반도체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50억달러(약 6조1600억원) 신규 투자를 발표했고, 2위 업체 화홍반도체는 투자재원 확보를 위한 상하이증시 2차 상장을 통해 약 150억위안(약 2조9000억원) 조달에 나섰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이 국가역량을 총동원해 자주적 반도체 생태계 구축,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5월 출범 새 정부는 K-반도체의 글로벌 초격차 확보를 위해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세제혜택 등 정책지원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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