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한·일관계 개선은 기다릴 수 없는 시급한 현안"..윤 당선인이 보낸 대표단 면담

박은하 기자 입력 2022. 4. 26. 15:39 수정 2022. 4. 2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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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로이터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파견한 한·일 정책협의단을 만나 “한·일관계 개선은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려운 시급한 현안”이라고 말했다. 태평양전쟁 강제징용 배상금 집행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은 고수했다.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와 정진석 국회 부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한·일 정책협의단과의 면담은 26일 오전 10시40분쯤부터 25분 가량 총리 관저에서 비공개로 이뤄졌다. 기시다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한의 핵 미사일 발사를 염두에 두고 “규칙에 근거한 국제질서가 위협받고 있는 현재 국제정세에 있어 한·일, 한·미·일 3국의 전략적 제휴가 이렇게 필요한 때가 없었다”며 “한·일관계의 개선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현안”이라고 말했다. 또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쌓아온 한·일 우호협력관계의 기반을 토대로 한·일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며 “태평양전쟁 중 징용을 둘러싼 문제 등 현안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책협의단은 이에 “한·일관계를 중심하고 있으며 관계개선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자고 말했다”고 답했다. 대표단은 이 자리에서 기시다 총리에게 윤 당선인의 친서를 전했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한국 대표단의 기시다 총리에 대한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 방문 요청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단은 이어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과도 약 25분간 면담했다. 마쓰노 관방장관은 “한·일관계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다”며 북핵 문제에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고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요구했고 대표단도 이 같은 견해를 지지했다교 NHK는 전했다. 기시다 총리 면담 전에는 한·일의원연맹을 만나 “윤 당선인 대일관계의 원칙은 최악의 상태를 하루라도 빨리 탈출하고 가장 관계가 좋았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채택한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가장 좋은 예로 들었다.

기시다 총리와 각료들이 한국 대표단을 만난 것은 “신정권에 대한 기대의 표현”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총리가 대표단과 만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자민당 내에서는 “한국 측의 태도는 곧 바뀐다. (섣불리 한·일관계 개선에 희망을 걸었다가는) 일본 측이 창피를 당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전날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과의 협의에 참여했던 배석자들로부터 ‘관계를 개선하려는 (한국 측의) 의욕이 느껴졌다’는 보고가 올라가면서 기시다 총리가 면회에 응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기시다 총리와 일본 각료들의 대표단 면담의 배경에는 한·일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미국 측의 의지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지난 2월 공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일관계 강화를 명기했다. “대만에 군사적 압력을 강화하는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한·일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 내 우호적 국가와 함께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는 지난 23일 하야시 외무상과 함께 미 항공모함을 시찰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새로운 우정에 근거한 한·미·일관계의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5월 하순 도쿄에서 열리는 쿼드 정상회의에 앞서 한국을 먼저 방문할 것이라며 이 역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미국 측 메시지로 보인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하지만 역사 문제가 워낙 얽혀 있어 한·일관계는 벌써 불협화음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본 정부 측 관계자는 “위안무 문제나 강제징용 피해자를 둘러싼 문제에 해결책 제시를 요구하는 입장은 무너지지 않았다”며 “구체적 제안도 없는 협의는 진행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기시다 총리의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 참석에 대해서도 자민당 내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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