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원희룡 '4인룸에 18명 모임'..업무추진비 꾸며 쓴 정황

김완 2022. 4. 2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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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내각]제주지사 재직 5년8개월 '밥값 1억1천만원'
고급 오마카세 식당 33회 방문 1065만원
"룸 예약 4명 가능..외상한 적도 여러 번"
인원제한 4명 넘는 두자릿수 참석 질문에
원희룡 쪽 "그 상황은 추가 확인해보겠다"
소고기 와규, 코스요리 식당서도 '수상한 결제'
청탁금지·업무추진비 규정 피하기 '꼼수' 해석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제주도지사 시절 사용한 업무추진비 집행 명세가 허위로 꾸며진 정황이 드러났다. 원 후보자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용을 보면 4인 예약밖에 되지 않는 식당에서 18명과 간담회를 했다고 적고 외상도 여러 번 하는 등 수상한 행적이 드러났다. 집행 명세 자체가 허위거나 ‘청탁금지법’ 위반을 피하고 기획재정부 업무추진비 사용 규정에 맞추기 위해 집행 내용을 꾸민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한겨레>가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주도로부터 제출받은 원 후보자의 제주지사 재직시절(2016~2021년) 업무추진비 사용 명세를 보면, 원 후보자는 도내 고급 음식점 등에서 간담회 개최 등 명목으로 여러 차례 식사한 것으로 돼 있다. 2016년 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약 5년8개월 동안 지출한 밥값만 1억1천여만원에 달한다.

원 후보자가 자주 간담회를 개최했던 식당 중에는 제주도 최고급 오마카세(정해진 메뉴 없이 주방장이 당일 선별한 재료로 맞춤 요리를 내는 곳) 전문 식당으로 꼽히는 ㅋ식당이 포함돼 있다. 이 식당은 점심 7만5천원, 저녁 16만원의 코스 요리만 제공하며 단품 메뉴는 없다.

원 후보자는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이곳을 총 33회 방문해 1065만원의 업무추진비를 결제했다. 이 중 2021년 9차례 4명이 참석했다고 밝힌 것을 제외하면 참석 인원은 최소 10명에서 최대 18명이었다. 식사에 사용된 업무추진비는 12만~48만5천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식당의 가격을 보면 점심 기준으로 따져도 2~6명 정도만 식사할 수 있는 액수다. 더구나 이 식당은 최대 수용 인원이 22명이고, 4명 이상 앉을 수 있는 테이블도 없다. 게다가 원 후보자가 이 식당을 이용했던 2020년은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4명에서 8명까지만 모일 수 있던 때였다.

이에 대해 ㅋ식당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원 후보자가 자주 왔지만, 간담회를 열거나 열댓 명이 온 적은 없었다. 룸 예약이 4명까지 밖에 되지 않아 그 이상은 올 수 없다. 원 후보자도 보통 서너명이 왔었다. 계산은 보통 비서가 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외상을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고 말했다.

원 후보자의 수상한 업무추진비 사용은 ㅋ식당뿐만이 아니다. 원 후보자는 2016~2021년 사이 1인분에 6만원짜리 소고기 와규를 파는 ㄱ식당과 코스 요리가 기본인 또 다른 ㅈ식당에서 각각 1030만원, 1010만원을 각각 결제했다. ㅋ식당과 마찬가지로 참여 인원이 십여 명에 달했지만 사용 금액은 40만원 대였다. 원 후보자가 이 식당을 이용했던 시기도 코로나19 방역지침이 적용되던 때와 일부 겹친다.

제주도가 원 후보자의 업무추진비 집행 명세를 이렇게 작성한 것은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과 기재부 업무추진비 규정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원 후보자와의 식사 상대가 공무원 등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라면 1인당 3만원 이상의 식대를 지급하는 것은 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기재부 업무추진비 규정에 50만원 이상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경우 상대방의 소속 및 성명을 증빙서류로 남겨야 한다.

이에 대해 홍명환 제주도의회 의원은 “업무추진비 식대 규정, 청탁금지법상의 음식 대접 규정 등을 고려해 금액을 맞추거나 쪼개는 ‘꼼수’ 결제를 했던 정황으로 보인다. 만약, 원 후보자 개최하지 않았던 간담회를 했다고 허위로 기재해 이를 공개한 것이라면 도민을 기만한 것이다. 수사를 통해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후보자는 국민의힘 대선 선대본부 정책본부장 때 이재명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사용 의혹과 관련해 공금 유용 혐의가 있다며 “경기도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압수 수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소병훈 의원은 “원 후보자가 제주도 최고급 식당들에서 인원 부풀리기, 허위 기재 등의 꼼수를 쓴 것은 공금횡령을 의심하기 충분하다”며 “허위 기재된 자료를 제출한 원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도 진실을 밝히지 않고 허위 진술을 한다면 국회법에 따라 원 후보자를 고발하는 방법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 후보자 쪽 관계자는 “예전에는 ㅋ식당에 2만원짜리 메뉴도 있었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4명밖에 예약되지 않는 식당에 10명이 넘는 인원이 어떻게 갔는지 물어봤더니 “그 상황은 추가로 확인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김완 funnybone@hani.co.kr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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