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일본, 한국보다 가난해진다"..엔화 어디까지 추락?

홍석우 2022. 4. 2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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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엔화 가치가 정말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 루블화보다도 더 떨어졌답니다.

일본 국민들, 생활 물가는 오르고 월급은 그대로고, 일본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또 전망은 어떨까요?

<글로벌 ET> 홍석우 기자와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홍 기자, 오늘 내용이 “일본, 한국보다 가난해진다”인데 좀 도발적인데요?

[기자]

네. 일본의 원로 경제학자가 한 경제 전문지에 기고한 칼럼 제목입니다.

엔화가 계속 이렇게 추락하면 1인당 GDP가 한국에 역전된다는 건데요.

1달러당 135엔까지 환율이 떨어지면 달러 환산 1인당 GDP가 일본이 3만 4천여 달러거든요.

한국이 100달러가량 더 높아집니다.

기본 지표인 1인당 GDP까지 뒤집히면 정말 역전이라는 거죠.

[앵커]

그럼 현재 환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네. 현재 1달러에 대한 엔화 값은 127엔에서 128엔을 왔다 갔다 합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108~109엔 선이었으니 많이 떨어진 거죠.

20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는데, 일본 재무상이 이례적으로 우려를 나타냈을 정도입니다.

[스즈키 슌이치/일본 재무상/18일 : "지금의 '엔저'라는 게 바람직하고 좋은 엔저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어느 쪽이냐 하면 '나쁜 엔저'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실 '나쁜 엔저'라는 주장은 전임 아베 총리 시절 '아베노믹스' 때부터 제기됐는데요,

그런데 이번엔 경제인들이 입을 모아 문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유니클로 회장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엔저에는 아무 장점이 없다"

일본 상공회의소 회장은 특히 중소기업들이 악영향을 받고 있다며 "일본 경제에 좋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엔저는 아베노믹스의 주요 상징 중에 하나였잖아요.

갑자기 왜 정부와 전문가, 기업 모두가 부작용을 말하는 걸까요?

[기자]

네, 일본도 우리처럼 천연자원이 거의 없고 원료를 수입해서 물건을 만들어 팔잖아요?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건 수출이 잘 되라고 하는 거였는데 지금의 엔저는 그렇지가 않다는 겁니다.

일본은 7년 만에 대규모 무역 적자를 냈습니다.

수출로 벌어들이는 돈보다 수입으로 빠져나간 돈이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됐는데요,

핵심은 에너지 수입 급증이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유,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랐지 않습니까?

엔화가 약세이다 보니 오른 가격에 더 오른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3월 무역수지도 적자를 기록했는데요,

이 추세라면 일본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42년 만에 끝날 거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앵커]

엔저에도 무역 적자가 나는 상황이 됐네요,

그리고, 물가에도 영향이 많다면서요?

[기자]

네. 일본이 우리보다 내수 비중이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수 시장이 중요한데요.

물가 안 오르기로 유명한 일본인데 최근 생활물가가 줄줄이 뛰고 있습니다.

편의점 도시락 등 제품 가격이 최대 15%까지 올랐다는데요,

[도쿄 시민 : "한 달 씀씀이가 보통 5만 엔~6만 엔인데요. 최근 들어 8만 엔~9만 엔으로 늘어났습니다."]

전기요금은 다음 달부터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5%가량이나 인상되고, 가스요금도 24% 오른다고 합니다.

문제는 월급은 그대로라는 점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무려 20년 넘게 비슷한 수준인데, 지난해 일본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올해 일본의 임금인상률, 2%대 초반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물가상승률이 2%를 넘을 전망이어서 월급보다 물가가 더 오르는 상황입니다.

[앵커]

엔화 가치는 떨어지는데 수출은 안 되고, 국민 생활은 힘들어지고, 그런데 대체 왜 이렇게 된 거예요?

엔화는 안전자산 아니었나요?

[기자]

최근 미국이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고 밝혔잖아요?

일본은 제로금리고요.

그래서 투자자들이 엔화는 팔고 달러는 사는 겁니다.

일본 정부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는데요,

환율을 방어하려면 미국의 금리 수준만큼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그러다간 자칫 재정 위기가 올 수 있고, 결국,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앵커]

이쯤에서, 엔저 정책을 만든 아베 전 총리는 어떤 입장인지 궁금하네요?

아직 정계에서 활동 중이죠?

[기자]

최근 사태는 '아베노믹스의 청구서다'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데, 아베 전 총리는 최근 집권 자민당 의원회의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엔화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금리가 오르면 내수 불황 염려가 있고 수출에는 엔저가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앵커]

이제 슬슬 해외여행도 풀리고 있는데, 인터넷 커뮤니티 보면 엔화를 지금 사둬야 하나 질문들도 있더라고요,

어떻습니까?

[기자]

5대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이 지난달 기준으로 1년 전에 비해서 25%가량 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엔화가 상승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당장 크지는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앵커]

일본 엔화의 약세는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지 궁금하네요.

홍석우 기자, 잘 들었습니다.

홍석우 기자 (muse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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