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통화스와프' 체결로 환율 안전판 만들고 '긴축 쇼크' 대비해야

세종=양철민 기자 2022. 4. 2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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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1일 한미정상회담]
◆경제분야 이것만은 챙기자
② 통상 새판짜기
IPEF 지렛대로 경제안보에 방점
③ 강력한 공급망 구축
美 투자 반도체 세제 혜택 따내고
배터리는 '소재 지원' 이끌어내야
④ 에너지 안보 강화
원전 수출 위한 협력 등도 필요
[서울경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다음 달 방한은 윤석열 정부의 향후 5년은 물론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거대 이벤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 간에는 인플레이션 이슈와 연계된 통화 스와프 체결 외에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IPEF)과 같은 통상, 반도체·배터리 등 미래 산업과 관련한 공급망 이슈 등 논의할 의제가 산더미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에너지 수급 문제 해결, 탈탄소 드라이브의 속도 조절과 연계된 원자력발전 협력 등도 다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한미 동맹을 명실상부한 경제·과학·기술 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할 기회로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8일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얻어내야 할 성과로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을 첫손에 꼽고 있다. 대내외 악재로 천정부지로 치솟는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려면 기축통화국인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협정만 한 게 없다는 것이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한미 통화 스와프는 우리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 차례 연장됐던 한미 통화 스와프는 지난해 말 종료된 상태다.

미국이 다음 달부터 공격적인 통화 긴축 행보를 예고한 상황에서 한미 간 통화 스와프 협정이 체결되면 미국발 금리 인상의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가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나라 중 힘 있는 나라는 사실상 중국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은 필수”라며 “철강 수출 쿼터 확대를 위한 무역확장법 232조와 같은 각종 통상 이슈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얻어낼 부분이 크지 않은 만큼 통화 스와프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반드시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한미 통화 스와프를 상설화할 수 있다면 금리·물가 정책에서도 한결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 스와프는 외환시장의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특히 최근 한미 관계가 다시 좋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 맞춰 경제 부처를 중심으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을 시도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른바 대(對)중국 포위망으로 알려진 IPEF 또한 바이든 대통령 방한과 관련한 주요 이슈다.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 등에 따르면 미국 측은 △공정하고 회복력 있는 무역 △공급망 회복력 △청정에너지·탈탄소화·인프라 △조세·반부패 등 4개 분야를 IPEF의 핵심 의제로 설정했다. 미국 측은 국무부가 아닌 상무부가 IPEF를 주도하도록 해 일종의 ‘경제 협약’ 형태로 IPEF를 구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속내는 ‘중국 견제’이지만 주요국들이 중국을 의식해 IPEF 가입을 망설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 정부는 IPEF 참여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 때문에 IPEF 관련 의제에 국내 산업계의 의견이 포함될 수 있도록 ‘실리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정민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IPEF와 관련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더라도 협의체 구성과 같은 최소한의 공감대는 만들어야 한다”며 “IPEF에 한국 측의 이해를 반영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커지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감안해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현재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와 경제 현황을 보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고민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며 “현 상황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공고화해야 하지만 중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는 형태의 포지션을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보다 구체적인 성과가 도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철강 업계는 분기 쿼터 유연화, 품목 예외 수출 물량의 연간 쿼터 미차감 등을 원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미국 관련 우방국과의 원자재 분야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이 아프리카와 남미 광산을 사들이며 원자재 공급망을 장악하면서 국내 배터리 산업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과 자국 기업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 정부는 반도체 관련 분야에 5년간 520억 달러(약 62조 원)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한국 등 외국 기업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만 해도 미국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에 약 20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지만 정작 지원에서 차별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재계에서는 미국 기업들의 한국 기업 견제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민간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가르마를 제대로 타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김현상 기자 kim0123@sedaily.com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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