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제작진 "우리 꽃밭 짓밟지 말라"..시청자 '부글'

박준우 기자 2022. 4. 2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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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 제작진이 윤석열 당선인 출연 논란과 관련해서 입장을 내놨습니다. 어제(27일) 방송 말미에 '나의 제작일지'란 영상을 공개한 건데요. "우리의 꽃밭을 짓밟거나 꺾지 말아달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다만 시청자 게시판의 반응은 좀 냉랭하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 폭풍 같았던 지난 몇 주를 보내고도 아무 일 아닌 듯 아무렇지 않은 듯 쳇바퀴에 그저 몸을 맡겨야만 하는 나의 제작 일지.]

'나의 제작일지', 글자체만 보면 마치 JTBC '나의 해방일지' 드라마 제작진이 만든 영상 같은데요. 그건 아니고요. 어제 방영된 TVN의 '유퀴즈 온 더 블럭' 제작진이 프로그램 끝에 내보낸 영상입니다. 윤석열 당선인의 출연 논란과 관련한 제작진의 심경을 담았는데요.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 뜻하지 않은 결과를 마주했을 땐 고뇌하고 성찰하고 아파했다. 다들 그러하겠지만 한 주 한 주 관성이 아닌 정성으로 일했다. 그렇기에 떳떳하게 외칠 수 있다. 우리의 꽃밭을 짓밟거나 함부로 꺾지 말아 달라고. 우리의 꽃밭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것이라고.]

프로그램을 향한 의혹의 시선을 거둬달라는 호소인 듯한데요. '제작일지'인 동시에 '해명일지'인 셈입니다.

제작진이 이렇게 구구절절하게 일지까지 공개한 이유, 사회부 사건팀 경력을 자랑하는 박 마커가 '나의 사건일지'에서 한 번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지난 20일 윤 당선인의 출연분이 방영된 게 사건의 발단이었습니다.

유 퀴즈의 제작 의도, '길 위에서 만나는 우리네 이웃의 삶'을 소개하겠다는 건데요. 여러 직업군의 사람을 만나 그들의 인생 얘기를 듣겠다는 취지죠. 이런 취지만 놓고 봤을 때는 큰 틀에서 윤 당선인의 출연도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요. 과거 검사이자 지금은 정치인인 사람의 발자취를 살펴보겠다는 목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서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출연을 제안했다 제작진에게 거절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색 논란이 불거졌는데요.

[탁현민/청와대 의전비서관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어제) : 여러 고민 끝에 어쨌든 제작진으로서는 좀 제재하기 어렵겠다는 답을 제가 들었고 그렇다면 제작진의 의사가 그렇다면 뭐 굳이 강권할 일은 아니다라고 얘기를 했던 그 얘기를 한 겁니다.]

방송사인 CJ ENM 측은 "문 대통령 쪽에서 출연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죠. 하지만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직접 반박하면서 진실공방으로까지 번졌습니다. "CJ 전략지원팀이 거절 의사를 밝혔고, 관련 문자 메시지도 남아있다"고 한 건데요.

[탁현민/청와대 의전비서관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어제) : 통화 기록과 그것으로 미뤄 봤을 때 대통령의 출연을 저희가 의뢰를 했고 정확하게는 대통령도 나가겠지만 대통령보다도 이발사라든지 혹은 수목을 가꾸시는 분이라든지 뭐 그런 구두 수선을 하시는 분도 거의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 거기서 구두 수선하시는 분이 있거든요.]

여기에 김부겸 국무총리와 이재명 민주당 전 대선후보 측도 출연을 타진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왔습니다. 논란은 더욱 커졌는데요.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쏟아졌죠.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이유는 뭐냐는 항의였는데요. 그럼에도 방송사 측은 일주일 넘게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연달아 쏟아지는 보도에 대해서도 무대응으로 일관했는데요. 다만 논란 이후 방송사가 탁 비서관에게는 개인적으로 접촉을 시도했었다고 합니다.

[탁현민/청와대 의전비서관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어제) : (이후에 CJ 해명이나 답변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 연락이 한 번 왔었습니다. 얘기가 있었지만 저는 얘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마 아무 얘기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쪽에서.]

자, 여기까지가 사건의 전말인데요. 결국 어제 제작진이 이번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프로그램을 통해 에둘러 전달했죠. 그런데도 시청자 게시판에는 비난 세례가 이어졌습니다. "제작진은 반성이라는 두 글자를 모르나", "사과는 한마디 없이 꽃밭만 지켜달라고 하네" 등 냉소적 반응이 주를 이뤘습니다. "유재석 뒤에 숨지 마라, 유재석은 방패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도 눈에 띄었는데요. "진행자가 정치인 출연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점이 제작진의 거절 사유였다는 보도도 나왔었죠. 이 때문에 제작진이 진행자 유재석 씨를 방패 삼았다는 지적이 나온 겁니다.

[탁현민/청와대 의전비서관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어제) : (또 공개된 거 보면 진행자가 정치인 출연을 극도로 좀 꺼려 한 것 같다. 유재석 씨 얘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뭔가 좀 다른 것 같아요. 맥락이. 어떻게 보십니까.) 글쎄 그거야 뭐 제작진과 진행자만이 알 일이죠. 다만 저는 제가 직접 통화했던 내용과 받았던 문자를 가지고 있으니까…]

유재석 씨도 분노한 여론의 화살을 끝내 피해 갈 순 없었나 봅니다. '유느님'이라고까지 불리며 20년째 국민MC의 자리를 지켜왔었는데요.

안티 없는 연예인으로 통했지만 데뷔 30년만에 유례 없는 악플 테러에 시달리고 있죠. 사실 유재석 씨도 녹화 당일 현장에서 윤 당선인의 출연 사실을 통보 받은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그런데도 방송 이후 '윤 당선인에 대한 태도가 불손하다'부터 '편파 섭외에 책임이 있다'까지, 온갖 구설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요. 결국 유 씨의 소속사도 칼을 빼 들었습니다. "악의적인 비방, 허위사실 유포, 인신공격 게시글과 악성 댓글에 법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조차 유재석 씨를 탓하는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현근택 민주당 전 대변인입니다. 유 씨의 법적 조치를 문제 삼으며 유재석 본인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현근택/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음성대역 / 지난 26일) : 제작진이 거절하기 위하여 진행자 핑계를 댄 것이라고 해도 믿을 사람이 있을까요? 유재석씨에게 묻고 싶습니다. 정치인 출연을 자제하려고 했던 것이 맞는가요? 윤석열 당선인은 정치인이 아닌가요? 문재인 대통령, 김부겸 총리, 이재명 지사가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국민MC라면 이 정도 질문에는 답을 하고 법적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불똥이 유 씨에게 튀자 제작진도 급히 방어에 나섰는데요.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 자신의 시련 앞에서는 의연하지만 타인의 굴곡은 세심하게 연연하며 공감하고 헤아리는 사람. 매 순간이 진심이었던 유재석과 유재석을 더욱 유재석답게 만들어준 조세호.]

친여 성향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도 유 씨를 감쌌습니다. 페이스북에 "유재석은 유퀴즈의 진행자일 뿐이다. 진행자는 출연자 선정에 대한 결정권이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죠. 제작진이 '진행자가 정치인 출연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도 유 씨가 해명할 부분은 아니라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유재석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마시라", "CJ가 나서서 유재석을 보호하시라. 우리, 인간답게 일하자"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상 현근택 전 대변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군요.

자, 윤석열 당선인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 논란, 최종 책임자인 방송사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더욱 장기화하고 있는데요. 그 사이 애꿎은 진행자만 욕을 먹고 있는 형국인 듯합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예능 프로의 한 장면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유재석 (JTBC '요즘애들') : 자 어디 한 번 떠들어 재껴보지? (니가 언제까지 국민MC할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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