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서 분리 선언' 트란스니스트리아.. 러, 장악 나서나 촉각

이지민 2022. 4. 2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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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우크라 우려 확산
우크라 접경지역으로 친러 성향 강해
최근 잇단 폭발 배후 두고 논란 확산
러, 軍주둔에 천연가스도 무료 공급
美, 기업 2곳 천연가스 추가 수출 허용
EU는 러에 루블화 가스값 지불 막아
폴란드·불가리아 공급 중단에 맞대응
검문소 앞 줄지어 선 차량 몰도바와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접경에 있는 벤더검문소에서 27일(현지시간) 트란스니스트리아로 향하는 차량이 줄지어 서있다. 벤더=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몰도바 내 친러시아 반군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가 제2의 돈바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이하 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최근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원인 불명의 연쇄 폭발이 이어지고 있다.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친러 반군 정부는 공격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트란스니스트리아 공격이 러시아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국제법상 몰도바 영토지만, 1990년 몰도바에서 분리·독립을 선언한 친러 지역이다. 1992년 분리주의자들이 친서방 성향인 몰도바 정부와 내전을 벌였고, 러시아군 개입으로 휴전했다. 러시아는 몰도바와 맺은 협정에 따라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군병력 1500여명을 파견해 현재까지 주둔 중이다.

제2의 돈바스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친서방 정부가 집권한 몰도바 내에서 러시아 입김이 막강하게 작용하고 있어서다. 우크라이나 내 돈바스 역시 친러 성향으로 2014년부터 친러 반군이 일부 통제해 왔다.

인구 47만명인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안보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러시아에 기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는 트란스니스트리아 경제를 떠받치며 천연가스도 무료로 공급하고 있다”며 “사실상 유럽연합(EU) 국경에 러시아의 인공위성을 만든 셈”이라고 설명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 주민의 30%는 러시아계다. 나머지는 루마니아어를 쓰는 몰도바계(28%), 우크라이나계(23%) 등으로 구성됐다. ‘트란스니스트리아루블’이라는 자체 통화를 쓰며, 여권도 따로 있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도 독립적으로 치르지만 국제적 승인은 받지 못한다. 미국의 국제 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트란스니스트리아를 국가분류 3단계 중 가장 낮은 ‘자유롭지 않은 국가’로 분류했다. 프리덤하우스는 “언론의 다원주의가 매우 제한적이며 당국은 시민 활동을 밀접하게 통제한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돈바스를 장악해 크림(크름)반도와 연결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남부 전선에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군이 전쟁 초기보다 우크라이나 동남부 전선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고, 전술이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우크라이나 북부 키이우(수도)에서의 실패를 교훈 삼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에서 철도, 다리 등 기반시설 공격도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서부 기반시설을 파괴하고 있다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오는 무기 수송을 지연시키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과 유럽이 폴란드·불가리아에 대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에 맞대응하고 있다.
폴란드와 불가리아 정부는 러시아 에너지 대기업이자 국영기업인 가즈프롬이 27일(현지시간)부터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해 왔다고 전날 밝혔다. 사진은 2006년 12월 29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남서쪽으로 약 130km 떨어진 냐스비주 인근 야말-유럽 가스관의 압축소에서 한 직원이 점검 작업을 하는 모습. 야말-유럽 가스관은 러시아 가스를 유럽으로 공급하는 3대 주요 가스관 중 하나다. 냐스비주=AP연합뉴스
미국 에너지부는 27일 미국의 기업 2곳에 하루 5억세제곱피트(1415만㎥)의 액화천연가스 수출을 추가로 허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루에 250만가구가 난방할 수 있는 양이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우리가 파트너가 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고 싶다”며 “이번 승인은 (천연가스를) 생산하려는 이들이 자유롭게 유럽으로 수출할 수 있게 허용할 수 있음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가운데) 유엔 사무총장이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이르핀에서 러시아 포격으로 파괴된 건물을 둘러보고 있다. 구테흐스 총장은 “끔찍한 현장을 방문해 철저한 조사의 중요성을 실감한다”며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조사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르핀=AP연합뉴스
EU는 러시아가 요구하는 대로 루블화 가스값을 지불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회원국 내 가스 수입사들에 계약서에 루블화 결제를 명시한 경우가 아니라면 러시아 제재 위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업체들은) 러시아의 요구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며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서방이 부과한) 제재를 위반할 소지가 있으며, 기업에도 큰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천연가스가 차단된 폴란드와 불가리아는 대체분을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알렉산데르 니콜로프 불가리아 에너지 장관은 자국이 최소 한 달간은 이용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했다며 이번 사태가 극복 불가능한 위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지민·이병훈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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