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행 편도티켓 끊었다"..홍콩 이젠 안녕, 짐싸는 사람들

송지유 기자 2022. 4. 2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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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코로나 방역정책에 이주 결정, 올들어 홍콩→싱가포르 입국자 2배 증가..싱가포르 주택수요 늘면서 임대시세 상승
홍콩의 엄격한 코로나19 방역정책을 견디다 못해 짐을 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홍콩 쳅락콕국제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하는 외국인들. /ⓒ AFP=뉴스1

국제 금융의 중심지 홍콩을 떠나 싱가포르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단 한 명의 감염자도 용납하지 않는 홍콩의 엄격한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에 지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짐을 싸는 것이다.

29일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싱가포르 관광청은 올 1~2월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입국한 관광객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올 3월 입국자는 전달보다 110% 이상 증가했다.

싱가포르의 공유주택·임대숙소 전문기업 '햄럿(Hmlet)', 호텔·서비스드레지던스 운영업체 '파 이스트 호스피탈리티(Far East Hospitality)' 등 관련 업계 자료에 따르면 홍콩에서 온 사람들의 70%가 3개월간 체류 예약을, 나머지 30%는 6~12개월 장기 투숙을 희망하고 있다.

지젤 마카라흐빌리 햄럿 최고경영자(CEO)는 "홍콩 주민들의 예약 대부분이 싱가포르로 영구 이전을 위한 것"이라며 "출장 등 사업 목적으로 싱가포르를 찾았다가 영구 체류로 전환하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홍콩 고객의 약 80%가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이라며 "금융 종사자 등의 업무 목적 이주도 있지만 가족들과 함께 아예 주거지를 바꾸려는 수요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주거단지 전경/ⓒ AFP=뉴스1

임차 수요가 늘면서 싱가포르의 주택 임대 시세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청에 따르면 올 1분기 민간주택 임대료는 4.2%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2.6%)보다 훨씬 높은 오름폭이다. 부동산 조사업체 나이트 프랭크의 레너드 타이 싱가포르 리서치 팀장은 "홍콩에 아시아 본부를 둔 글로벌 금융기업 직원들의 이주 수요가 많다"며 "이들이 한꺼번에 싱가포르 주택을 찾아 나서면서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무실 이전도 늘고 있다. 글로벌 공유오피스 전문업체 위워크는 2021년 4분기 홍콩 소재 기업들의 싱가포르 이전 문의는 전분기 대비 13%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공유오피스 전문업체인 저스트코 관계자도 "홍콩의 국제 금융기관들이 싱가포르에서 근무공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희비 가른 코로나 방역…통계로 확인된 홍콩 엑소더스
홍콩 주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 AFP=뉴스1
이처럼 홍콩과 싱가포르의 희비를 가른 배경에는 두 도시의 코로나19 방역 기준이 있다. 중국 본토의 영향을 받고 있는 홍콩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홍콩은 지난달 비행 금지를 일부 해제하고 검역 요건을 단축했지만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선택한 싱가포르와 비교하면 업무·생활 환경 면에서 크게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해외에서 홍콩으로 입국한 사람은 무조건 방역당국이 지정한 호텔에서 최소 7일간 격리하고, 여러 차례 코로나 핵산(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사회적 모임 인원제한 4명, 식당 운영시간 제한 오후 10시 등 규제도 남아 있다. 이에 비해 싱가포르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조치를 모두 해제했다. 백신을 접종을 해외 입국자의 경우 격리는 물론 코로나 검사도 받을 필요가 없다.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한 홍콩의 한 임시 치료시설 / 사진=블룸버그

최근 한 달 간 싱가포르를 다녀온 홍콩 거주 한 금융인은 "싱가포르는 일상을 회복했지만 홍콩은 희망이 없다"며 "사무실과 주거지를 싱가포르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싱가포르로 이주한 또 다른 금융맨은 "홍콩이 모든 거주자를 대상으로 3차례 코로나 테스트를 실시한다고 할 때 싱가포르행 편도 티켓을 구입했다"며 "한 때는 홍보대사를 자처할 정도로 홍콩에 대한 애정이 많았지만 지긋지긋한 코로나 조치 때문에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중국 당국의 눈치를 보며 과도한 방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홍콩은 다른 글로벌 도시들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랜드마크인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을 배경으로 사람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AFP=뉴스1

미 CNN 방송도 중국의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정책 때문에 상하이와 홍콩이 국제도시의 매력을 잃었다고 전했다. 감염자가 나오면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초강력 조치로 글로벌 기업들이 기피하는 도시가 됐다는 풀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홍콩 국제공항에는 전 세계 200개 도시에서 매일 1100편의 여객기와 화물기가 들어왔지만 이달 19일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출발해 홍콩에 도착한 항공기는 단 1대에 불과했다. 올 2~3월 18만명 이상이 출국하고, 3만9000명이 입국했다는 홍콩 당국의 통계도 '엑소더스(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특정 장소를 떠나는 현상)'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말해준다.

외르그 부트케 중국 내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소장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중국에 거주하는 유럽인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한다"며 "올 여름엔 남아 있는 사람들 중 절반이 추가로 떠나더라도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한 달 이상 도시 전체를 봉쇄한 중국 상하이의 도로가 텅 비어 있다.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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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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