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원래 이만큼 걸립니다"..출근길 '불편함'이 공감 되려면
[편집자주] 장애인들이 출근길 지하철을 막아섰다. 장애인들은 '비록 몸이 불편하더라도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만큼은 보장돼야 한다'며 투쟁중이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투쟁방식으로 지하철 지연을 택하면서 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일부 시민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에 불편함을 느낀다. 혹자는 장애인들이 지하철 타는 시민을 볼모로 잡는다고도 한다. 반면 장애인들은 지난 20년 동안 아무도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아 이렇라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항변한다. 장애인들이 왜 거리로 나설수 밖에 없었을까. 그들의 눈으로 주변을 돌아봤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출근길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키는 시위에 시민들의 불만이 나오자 장애인단체의 항변이다. 일부 시민들과 정치권으로부터 공감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부정적인 반응도 피할 수 없었다. 시민들의 직장에 늦게 도착하는 불편은 물론이고 "할머니 임종을 지키러 가야 한다", "시위는 국회에서 하라" 등 항의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29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 따르면,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는 현재진행형이다. 전장연은 지난 25일부터 시위를 잠정 중단했지만 다음달 2일 예정된 청문회에서 미흡한 답변이 이어지면 시위를 재개해 투쟁 수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전장연은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가량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해왔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과 이동권 보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과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느냐는 비판적 관점이 충돌했다.
전장연은 공론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시민들의 불편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TPO(Time·Place·Occasion)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출근시간'대에 공론장이 아닌 모두가 이용하는 '대중교통'을 시위 장소로 택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테두리를 벗어난 '불법' 시위를 감수했다.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시위가 어디까지 정당하고 허용돼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이 미흡하고 장애인이 소수자임을 인정하는 것은 물론 시민의 자유 또한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서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지만 전제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장된다.
경찰은 '비례의 원칙'을 견지한다.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상황일 때에만 최소한의 범위에서 경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도가 심하면 처벌 등 제한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장애인 권리 표시 등도 중요하지만 출근시간대 시민 출근을 방해하는 행위는 부적절하다"며 "선량한 시민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일정부분 제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법행위가 이뤄지지 않도록 사전 방지 노력을 기울이고 정도가 심하면 사법처리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혜화경찰서는 최근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주도한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를 전차교통방해·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집회·시위 등 표현의 자유는 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해 인정해야 하는 권리지만 타인의 자유를 크게 침해해 불편함을 주는 방식은 집회·시위를 보장한 원래 목적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회·시위라는 건 의사 표현의 수단이지 의사 관철의 수단이 아니다"며 "소수집단이 다수 국민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 그 목적인데 위력을 보이고 불편하게 한다면 공감이 아니라 역효과를 얻기 쉽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장애인 시위의 불법성을 지적하기 전에 장애인들은 이미 법의 테두리 밖에서 소외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 8일 버스회사가 시외버스와 광역형 시내버스에 휠체어 탑승 설비를 장착하지 않은 것이 장애인 차별행위라는 첫 판단을 내놓기도 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장연은 장애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탑승에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걸 시위를 통해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시위의 불법성을 지적하는데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을 위한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 또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회 등 표현의 자유는 현대사회에서 일반 시민들이 자신의 권리가 박탈당하고 있다고 판단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라며 "소수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낼 때 그로 인한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건 사회구성원의 몫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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