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빅토리아 임상시험 세계적 경쟁력..mRNA 허브도 꿈꾼다

신재우 2022. 4. 3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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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주면 개시, 다인종·다민족 참가 장점, 세제 혜택에 FDA·EMA 규제 준수
mRNA 본격 투자, 보건산업진흥원과도 손잡아..한국의 의약품 생산역량 결합 기대
모나시대 약학연구소 연구원이 호주 첫 코로나 mRNA백신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호주 빅토리아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멜버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호주 남동부에 위치한 빅토리아주는 바이오·의료 분야에서는 호주 내에서 가장 경쟁력을 갖춘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호주의 의학연구소 55개 중 22개가 빅토리아주에 있고 연방 정부에서 나오는 의료기금의 45%가 이 지역에서 쓰일 정도로 의료 인프라가 탄탄하다.

한국과의 협력도 활발하다. 국내 제약사 셀트리온이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 흡입제의 임상시험 1상을 지난해 빅토리아주에서 마쳤고, 아모레퍼시픽과 코스맥스, 유한양행,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은 현지에 진출했거나 정부, 연구소 등과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협력에 나선 상태다.

다인종·규제완화·정부지원 환경에 초기임상 후보지로 각광

이달 6∼8일 한국여성기자협회가 마련한 팬데믹 시대 한·호주 보건 의료 연구·개발(R&D) 협력 현장 기획취재에서 만난 빅토리아주 보건의료 관계자들은 이곳의 '1상 임상시험' 역량을 특히 강조했다.

1상 임상은 20∼50명 정도의 소수의 환자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신약의 효과성, 최적의 용량, 안전성을 면밀하게 확인하는 첫 관문이다.

빅토리아주는 1상 임상의 허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 빠른 속도 ▲ 세제 혜택 ▲ 인종·민족의 다양성 ▲ 고품질의 수행 능력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임상 계획이 승인되는데 보통 4∼5주, 시험 참가자 모집에 4∼5주가 걸려 계획서 제출에서 시험 개시까지 8∼10주면 된다. 임상 강국인 미국에서는 4∼6개월이 걸린다. 개발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은 제약사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포인트다.

호주 최대 임상시험 업체 '뉴클리어스 네트워크' [호주 빅토리아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비용 측면에서는 호주 정부가 자국에서 시행되는 연구개발(R&D)에 45% 안팎의 세금공제 혜택을 준다는 것이 장점이다.

호주는 영어가 공용어지만 가정에서는 300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될 정도로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모여 살고 있다. 이런 독특한 인구 환경 덕분에 아프리카계, 유럽계, 동북아시아계 등 다양한 인종 집단을 대상으로 시험이 용이하다.

필요하면 한국인, 중국인 등 균일집단을 추려 시험할 수도 있는데 한국에서는 이렇게 인구적 다양성을 충족하는 임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호주 업체들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의학 데이터 관리 규정을 잘 준수하고 오랜 기간 동안 신뢰를 얻어왔다는 것도 장점이다.

멜버른에 있는 호주 최대 임상시험 업체 '뉴클리어스 네트워크'(Necleus Network)의 제프리 웡 사업개발 디렉터는 "호주는 성숙한 임상 환경을 갖췄고 미국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의 규제를 준수하고 있어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 당국에 바로 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 진출을 목표로 하는 제약사라면 호주가 매력적인 임상 후보지가 된다는 말이다.

mRNA 기술에 집중 투자 …모나시대 mRNA 코로나19 백신 개발 '쾌거'

빅토리아주의 의료 R&D 역량은 멜버른대학, 모나시대학, 알프레드 병원을 각각 중심으로 하는 '멜버른 바이오메디컬 단지(Precinct), '모나시 단지', '알프레드 메디컬 연구·교육 단지'에 모여 있었다.

이런 특화단지에는 전염병과 면역을 주로 다루는 세계적인 연구소인 '도허티 연구소', 암과 면역, 감염병, 노화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는 '월터&일라이자 홀 의학연구소'(WEHI), 재생의학을 연구하는 '호주재생의학연구소'(ARMI), 치료제·백신·진단키트 개발을 위한 전문 실험 서비스 기관인 '360 바이오랩스'와 같은 저력 있는 연구소·업체들이 포진해있다.

주 정부 의료연구 디렉터인 린다 크리스틴은 "빅토리아는 호주에서 가장 강력한 연구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암, 유전체학, 면역학 및 전염병 임상시험, 심혈관질환, 신경과학, 재생의학 및 줄기세포 연구, 소아과 연구, mRNA 기술에서 특히 강하다"고 소개했다.

남반구에서 가장 유명한 어린이 연구소인 '머독 어린이 연구소'의 경우 어린이 건강을 신생아 때부터 장기 관찰하는 '제네레이션 빅토리아' 프로젝트 수행으로 눈길을 끌었다.

빅토리아주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10만명 이상의 혈액 샘플을 확보해 어린이 질환 등을 장기 연구하려는 것으로, 연구소와 주정부는 향후 연구내용과 샘플을 해외 제약사 등에 R&D 목적으로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멜버른의 피터 맥칼룸 암센터(좌), 월터&일라이자 홀 연구소 [호주 빅토리아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빅토리아 의료연구의 핵심축인 모나시대는 이달 발표된 영국 고등교육평가기관 QS의 2022년 세계 대학랭킹에서 약학부문 1위를 차지한 명문대로, 최근 첫 코로나19 mRNA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 백신은 임상 1상 중이다.

호주는 난치병 치료를 위한 핵심기술로 주목받는 mRNA를 상용화하기 위해 지난해 'mRNA 빅토리아'를 설립해 국내외에서 연구 경험이 있는 최정상급 전문가들을 한데 모았다. 이후 HIV 백신, 댕기열·말라리아 치료제 등에 mRNA 적용을 시도하는 등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 모더나사의 mRNA 백신공장까지 유치한 빅토리아주는 최근 우리나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도 손을 잡았다.

양측은 mRNA 백신을 포함한 RNA 기반 기술 개발, RNA 산업 생태계 조성에 협력하기로 했는데 한국의 우수한 의약품 생산역량과 호주의 글로벌 연구·임상 인프라 결합의 염두에 둔 협력 약속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마이클 카펠 mRNA 빅토리아 CEO는 "mRNA는 아시아 영내의 풍토병 등 질병을 퇴치할 수 있는 기본적인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본다"며 "초기 연구 단계에서 과감히 투자하고 약물 임상 제조, 임상 시험을 거쳐 상업화를 시도할 예정으로 국제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머독 어린이 연구소 내 혈액샘플 보관소 [호주 빅토리아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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