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아빠찬스' 기사 삭제에 외압 논란

장슬기 기자 2022. 4. 3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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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등 보도 이후 추경호 반박 뒤 삭제…언론사 측 "외압 없어, 반론 타당해서 삭제"
일부 의원실, 검증보도 함께 할 매체 찾기어려워…"기자와 보도준비 끝냈지만 '윗선'서 막히기도"
기사 삭제 사건 이후 일부 의원실 이미 공개된 자료도 비공개 답변…추경호 "압박한 적 없다"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검증 기사들이 삭제돼 논란이다.

추 후보자 측에서 언론사에 강력하게 항의해서 일부 언론사의 '아빠찬스' 의혹 보도들이 삭제됐다는 주장과 함께 검증자료를 제공했던 국회의원실들이 기자들과 함께 후속보도를 논의하는 것도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반면 기사를 삭제한 언론사 측에선 사실관계를 더 따져볼 필요가 있어서 일단 삭제했고 외압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추 후보자 측도 의혹을 해명했을 뿐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의원실에서 요구한 자료요청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미 언론에 공개된 내용인데도 이 내용을 요청했던 의원실에는 해당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 기사삭제 사건 이후 관련 기관에서도 추 후보자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는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사진=노컷뉴스

추경호 '아빠찬스' 의혹보도, 세곳에서 기사 삭제

28일 오전 헤럴드경제는 “[단독] 추경호 딸, 입사지원서에 '아버지 추경호'…파견직서 무기계약직 전환”이란 기사에서 추 후보자의 딸이 “공공기관 파견직으로 입사후 1년 만에 무기계약직(사실상 정규직)으로 전환된 딸이 입사 당시 지원서에 아버지 이름과 나이를 기재했다”고 보도했다. 또 헤럴드경제는 딸 추씨가 전환 당시 20점 만점인 필기 평가에서 9.93점을 받아 성적이 높은 편이 아니지만 면접 평가에서 40점 만점에서 34.56점을 받아 합격했다며 '아빠찬스' 의혹을 제기했다.

헤럴드경제 단독보도 이후 이날 뉴시스와 디지털타임스가 이 내용을 함께 보도했다. 해당 기사들도 모두 삭제됐다.

국회에선 추 후보자 측에서 검증보도를 하는 언론사 측을 강하게 압박해왔는데 결국 기사가 삭제되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장관 후보자들은 국회 자료요구에 응하고, 국회의원실에선 기자들과 검증을 함께 준비해서 해당 매체에서 단독보도가 나오는 방식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미디어오늘은 국회의원실 다섯곳을 각각 취재한 결과, 의원실발 추 후보자 관련 보도가 나온 이후 해당 언론사에서 강한 항의를 받은 곳도 있고 함께 기사를 준비했지만 보도 직전에 언론사 '윗선'에서 막아 의원실이 다른 언론사를 찾아야 하는 일이 다수 발생했다. 추 후보자 측에서 언론사뿐 아니라 인사청문위원인 의원에게도 항의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한 추 후보자의 자녀가 취업한 한국창의재단의 자료제출이 최근 들어 비협조적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여러 경제지를 비롯해 일간지, 방송사 취재기자들과 검증보도를 준비하려 했지만 추 후보자 측에서 데스크나 그 윗선에 연락한 뒤로 기사가 못 나가고 있다”며 함께 단독보도를 준비할 매체를 찾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고 전했다. 그 배경으로 “추 후보자가 기재부 출신이라 내부 장악력이 센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추 후보자가 현직 의원이기도 하고 사실상 낙마가능성이 없는데 이른바 '흠집내기'에 동참했다가 나중에 불편해질 수 있어서 비판보도에 소극적인 분위기가 있다는 뒷말이 나온다.

▲ 헤럴드경제 28일자 추경호 후보자 관련 기사. 이 기사는 당일 삭제됐다

추경호 쪽 외압 없었어, 사실관계 따져보고 삭제

헤럴드경제 측은 보도 이후 추 후보자 측 얘기를 추가로 듣고 사실관계 확인이 부족했다고 판단해 삭제했을뿐 추 후보자 측이나 기재부 쪽 외압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영상 헤럴드경제 편집국장은 지난 2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반론이 설득력이 있었다”며 “지원할 때 아버지 이름을 넣는 것이 요건이었기 때문에 넣은 것이었고 지원자(딸 추씨)가 아버지 직책이나 지위를 거론한 적이 없었다고 해서 정치부장과 상의할 결과 무리가 있다고 싶어서 (삭제)조치 했다”고 말했다.

이형석 헤럴드경제 정치부장도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재차 확인해보니 양식에 가족사항, 관계, 연령 등을 적도록 돼 있었고 지원자(딸 추씨)가 지원 양식에 없는데 추 후보자를 드러내기 위해 기재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내리게 됐다”며 “압력이나 번거로움, 귀찮음 때문에 삭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의혹을 제기하고 후보자의 반론을 실어서 독자가 판단하게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반론을 반영하는 정도냐, 아니냐 등 여러 판단이 있을 수 있지만 (지원자가) 자의적으로 아버지 신분을 노출한 것이 아니란 부분을 중요하게 판단했다”고 말했다. '데스킹 과정이 허술했던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완전무결한 기사였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그러한 비판은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삭제 전 헤럴드경제 보도 내용을 보면 추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 측에서 “아는 바가 없다”고 한 반론내용이 반영돼 있다.

해당 기사를 쓴 박상현 기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나중에 연락하자”고 한 뒤 연락이 닿지 않았다.

▲ 헤럴드경제 단독보도 이후 지난 28일 뉴시스, 디지털타임스 등도 해당 내용을 보도했다가 이들 매체도 기사를 삭제했다

헤럴드경제 단독보도 이후 해당 내용을 보도한 한 매체 기자는 추 후보자 측 연락을 받은 뒤 기사를 삭제했다. 해당 매체 기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헤럴드경제에서 나와서 (나도) 보도했는데 (내가) 직접 확인한 사실이 아니라 수정해서 다시 올리기로 했다”며 “(추 후보자 측에서 연락 온 것에) 압박을 느끼진 않았다”고 말했다.

삭제한 언론사 '외압' 부인했지만 논란 이어져

기사를 삭제한 매체들은 미디어오늘에 '압박이 없었고 단지 사실관계 확인이 부족해서 기사를 삭제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여의도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추 후보자 '아빠찬스' 의혹은 앞서 지난 22일 아시아경제는 “[단독] 추경호 자녀, 공기업 '파견'됐다가 1년만에 '정규직' 전환”이란 기사에서도 보도했다. 복수의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보도 이후 아시아경제 측과 추 후보자 자녀 관련 후속보도를 함께 준비했지만 추 후보자 측의 거센 항의로 결국 기사화를 하지 못했다.

한 경제지 취재기자는 미디어오늘에 “(추 후보자 측에서) 기사를 작성한 취재기자한테 전화가 오진 않았지만 데스크에 연락이 갔다”며 “이후 추가로 보도할 만한 내용이 있지만 분위기가 그렇다 보니 취재기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 정치부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모 매체에도 제보가 들어갔었는데 언론사 내부에서 막혀 정치부서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한 경제매체와 준비해서 기사까지 거의 다 작성했는데 '윗선'에서 막아서 보도가 안 됐다”며 “다른 언론사를 찾아서 다시 기사화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해당 의원실에서 제기할 의혹은 자녀 문제가 아닌 추 후보자 의정활동 관련 내용이다.

▲ 기획재정부

더불어민주당에선 공식 입장도 나왔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8일 브리핑에서 “추 후보자 자녀 채용관련 의혹 기사에 대한 기재부와 후보자 측의 언론 겁박이 심각한데 이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 온당한 자세냐”며 “장관 후보자가 이 정도면 장관이 되면 언론탄압이 없을 것이라 자신할 수 있느냐, 자중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추 후보자 자녀 관련 의혹보도가 나왔고 삭제되지 않고 있는 곳은 SBS, KBS, 경향신문, 아시아경제 등이다.

자녀 의혹 이미 보도된 정보도 의원실에 비공개

이미 다른 의원실에는 제출했고 언론에서 보도해 공개된 내용을 최근에 자료를 요청한 의원실에는 제공하지 않는 사례도 나타났다. 한 의원실에서 추 후보자 자녀가 취업한 한국과학창의재단에 인사 자료를 요청했는데 재단에선 '개인정보로 당사자 동의없이 제공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당초 의원실에선 개인정보를 배제하고 달라고 단서까지 달았다. 해당 의원실 관계자는 “추 후보자 측의 반발도 심하고, 기사도 내려가면서 자료요구에 응하지 않기로 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 한국과학창의재단

한국과학창의재단 관계자는 지난 29일 미디어오늘에 “개인정보 관련된 민감한 부분은 못드리고 다른 건 다 협조하고 있다”는 답변만 했다. '이미 언론에 공개된 내용도 왜 최근에 요청한 의원실엔 비공개하느냐', '그럼 후보자 측에서 요청을 받은 것이냐' 등을 물었더니 해당 관계자는 “알아보겠다”고 한 뒤 30일 현재까지 답을 주지 않았다.

추경호 측, 외압설 부인

추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돕는 기재부 측에선 외압 주장을 부인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 2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요즘 항의한다고 물러서는 매체가 어디 있나”라며 “보도가 나오면 사실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상황 설명을 할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흠집내기성 보도가 있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딸 추씨가) 자격 없는 사람'처럼 보이니까 설명했다”고 말했다. '기사 삭제 요청이 없었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언론사에서 판단해서 내린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추 후보자는 날 미디어오늘 관련 질의에 대해 문자메시지로 “압박한 적 없다”고 답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추 후보자가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추 후보자는 '국회의원에게 연락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30일 현재까지 답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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