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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평', '몸평'하는 사회, 혐오의 뿌리는 우리들의 '몸'이다

입력 2022. 04. 3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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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books]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이명선 기자(overview@pressian.com)]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재개한 날,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는 '전장연 후원'에 대한 질문에 "저는 광주여대 초등특수교육과에 다니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전 세계 최고 기량의 선수이기 이전에 장애 아동을 가르치는 특수교육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 '해야 할 일을 했다'는 뜻이었다.

해야 할 일, 해야만 했던 일. 전장연이 지하철 시위를 재개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은 휠체어에서 내려 열차와 승강장 바닥을 엎드려 기어가는 방식으로, 소위 '투쟁'했다. 투쟁(鬪爭)의 사전적 의미는 1) 이기거나 극복하기 위하여 어떤 대상과 싸우는 것, 2) 국가·집단·계급·개인 등의 사이에서, 어떤 목적을 관철·성취하기 위하여 힘쓰거나 싸우는 것.

몸이 불편한 이들이 자기 몸으로 하는 투쟁. 전장연의 투쟁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시민 볼모" 운운으로 당초 목적(장애인 이동권 확보)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욕먹는 불편한 몸. 이 같은 혐오와 차별은 어디에서 기인한 걸까.

김소민 작가는 최근 낸 책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한겨레출판 펴냄)에서 "혐오의 대상을 구별하는 핵심은 몸"이라며 장애/비장애 같은 이분법에는 위계가 내포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혐오의 대상을 구별하는 핵심은 몸이다. 몸이 차별의 근거가 된다. 혐오는 이분법을 타고 흐른다. 남성/여성, 문명/야만, 장애/비장애, 젊음/늙음…. 이분법에는 위계가 있고 혐오는 은유를 타고 확산된다. 젊음은 혁신의 은유, 남자답다는 용기의 은유, 아름다움은 선함의 은유가 된다. 은유에는 논리가 없고 설명이 필요 없다. 스며들 뿐이다. 맞서 싸우기 힘들다. 그래서 몸의 차이를 근거로 차별하면 쉽게 오래 착취할 수 있다. 착취당하는 사람 스스로 자신을 혐오하게 되니까."(<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10~11쪽)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장애인들이 4월 21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재개된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는 장애인 권리 예산 등에 대한 대통령직 인수위의 답변을 기다리겠다며 시위를 중단한 지 22일 만이다. ⓒ연합뉴스

'장애인'이라는 말은 근대 자본주의의 산물

김 작가는 책의 한 챕터를 할애해 21년째 투쟁 중인 전장연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이렇게 욕을 먹다가는 불로장생할 거다." 

김 작가는 김도현의 책 <장애학의 도전>(오월의 봄 펴냄)을 읽기 전에는 '장애인 대 비장애인'이라는 분류가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이른바 '정상'이라고 불리는 특정 형태의 몸 이외에 다른 몸은 모두 한 꾸러미에 담는 이 분류는 백인대 유색인 분류만큼 이상하다. 장애인 대 비장애인을 가르는 선은 권력"이라고 꼬집는다. "백인 중심 사회에서 흑인이 노예가 되듯이" 비장애 중심 사회에서 장애는 권력의 하층, 즉 혐오의 대상이 된다.

""200년 전에는 장애인은 없었다."

김도현은 <장애학의 도전>에 이렇게 썼다. '장애인'이라는 카테고리는 근대 자본주의와 함께 발명됐다. 산업혁명 뒤 땅을 떠났지만 도시 노동자로 편입되지 못한 부랑자들이 넘치던 때다. 이들을 수용해 노동자로 동원하는 구빈원이 등장한다. 구빈원에 수용된 사람들은 '일할 수 있는 몸'과 '일할 수 없는 몸'으로 구분됐다. '일할 수 없는 몸'으로 분류된 사람들이 장애인이다. 실제로 '일할 수 없는 게' 아니라 돈으로 교환되는 '노동'을 하는 데 적합하지 않은 몸으로 분류된 거다. 누가 장애인인지는 사회가 정한다."(위의 책 124~125쪽)

김 작가는 세 살 때 소아마비를 앓고 장애인이 된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의 인터뷰를 통해 몸이 불편한 이들의 현실을 전한다. 어딜 가나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부터 확인해야 하는 삶, 한겨울 수도관이 터진 상태에서 동사한 중증장애인 소식에 밤새 공포에 떨었던 일, 의사의 한마디로 결정되는 장애등급에 따라 달라지는 삶의 질 등.

"장애등급에 따라 활동보조 시간이 결정돼요. 장애 정도를 1~6급으로 나누는 장애등급제가 있었죠. 2019년부터는 경·중증으로 나눠요. 경계가 있다는 건 그전과 같아요. 경계에 있는 사람들은 불안하죠. 의사한테 내가 뭘 못 하는지 증명해야 해요. 나는 혼자 밥 먹을 수 없는데 의사가 할 수 있다고 하면 할 수 있는 게 돼버려요. 몸은 사회적이에요. 예산이 줄고 활동보조 기준이 강화되면 저는 할 수 없는 게 더 많은 몸이 되죠."(위의 책 148~149쪽)

'성차가 곧 직급차', 투명인간이 된 여성

"몸은 사회적이다"라는 말이 가진 함의를, 우리는 일상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포&애프터'가 강조된 성형 광고, '꾸미는 여자가 남편에게 사랑받는다'와 같은 TV 드라마 속 대사 등이 우리의 의식을 부지불식간에 지배한다. 

"화장 안 하고 마트 갈 때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간다"는 20대 취업준비생은 대학 시절 화장을 하지 않고 다니던 한 여자친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여자애들은 걔한테 '화장 좀 하고 다니라'고 조언하고, 남자애들은 대놓고 '너 못생겼다' 그랬어요. 그때 '나도 화장 안 하면 저런 취급 받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이 함부로 한달까. 화장은 그러니까 '인격 보호막'이에요. 결국 여름방학 지나 그 친구가 쌍꺼풀 수술하고 풀메이크업으로 나타났어요."(위의 책 53쪽)

김 작가는 또 "애교는 한국어에만 있다"며 여성의 사회 생활에 있어 필수항목처럼 여겨지는 '애교' 혹은 '분위기 보조 역할'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애교는 선택인가? 종합상사에 다니는 한 20대 여성은 "일은 잘한다"는 말을 듣는다고 했다. 이 문장에서 압력은 조사 '은'에 숨어 있다. 그는 곧잘 조언을 가장한 비난을 듣는다. "너 그렇게 무뚝뚝해서 사회생활 하겠냐. 웃기라도 하든가." 장강명의 소설 <산 자들>에서 한 중소기업 아르바이크생 혜미는 느닷없이 잘린다. "무뚝뚝하나"가 핵심이다. 생글거리지 않는다, 차를 제때 내오지 않는다, 이런 인상 비평이 불어나더니 해고로 혜미를 덮쳤다.

위계가 없다면 애교도 없다. 친구가 다니는 기업은 성차가 곧 직급차다. 관리직 여성은 한 명이다. 고졸 여직원이 대부분인 이른바 '업무직', (중략) 이들은 회식 자리에서 '분위기 보조' 역할을 떠맡는다. 여성 관리직인 친구는 과한 리액션을 선보여야 하는 그들을 보는 게 불편하다. 친구는 회식 때마다 성별은 여성, 직급은 남성으로 존재가 쪼개지는 것 같다고 했다."(위의 책 41~42쪽)

예술사회학 연구자 이라영은 자신의 책 <폭력의 진부함>(갈무리 펴냄)에서 20대 때 직장에서 여성이 남성 상사의 '새끼손가락'으로 표현되는 걸 목격했다며 "여성은 공적 위치에 있는 인간이 되지 못한다. 개인으로 존재하지 못하는 인간은 공적 위치에서 투명해진다"고 한탄했다. 특히 "여성 비서는 권력 있는 남성을 위로하고 수행하는 사적 존재인 '여성'이 되며, 이러한 장치가 조직적으로 마련되었다"고 지적했다. 안희정의 비서, 오거돈의 비서, 박원순의 비서가 바로 이런 존재였다.  

차별하면서 차별하지 않은 척 할 수 있는 마법의 다섯 글자

장애가 있어서, 여성이라서 당하는 차별. 그래서 차별 시정을 요구하면, '사회적 합의(사회적 논의)'라는 다섯 글자가 늘 딸려 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해 6월 차별금지법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부족해 시기상조"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같은 해 8월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사단법인 설립을 불허하면서 "동성애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차별금지법과 퀴어축제를 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 또한 다르지 않다.  

그러나 김 작가는 "'사회적 합의'는 때로 비겁하"고 "정체불명"이라고 말한다. 이 다섯 글자는 "약자의 고통을 끝없이 방치하는 데 쓰"일 뿐 아니라 "그 말 뒤에 숨으면 차별하면서 차별하지 않은 척할 수 있다"는 것. 

"성 정체성, 인종, 성별 등으로 차별하지 말자는 데 합의가 된 사회라면 애초에 차별금지법이 필요 없다. (중략) 누가 누구와 합의하면 되는 걸까? 노예제를 폐지하려면 노예와 주인이 합의에 도달해야 하는 걸까? 노예 주인들끼리의 합의일까? 노예제를 폐지해야 하는 근거는 합의가 아니라 노예의 고통 아닌가? 그 법이 필요한지 물어야 할 대상이 있다면 지금 고통당하고 있는 존재들이다."(위의 책 145쪽) 

▲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김소민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한겨레출판

'관계'와 '사랑'을 말하는 세상을 향한 인기척

책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는 기자 출신 작가의 에세이지만, 그렇다고 사회적 이슈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40대 여성·싱글·프리랜서라는 작가의 정체성이 생생히 반영된 생리와 폐경, 아니 완경에 대한 상념들, 방탄소년단의 노래 <IDOL>의 안무를 배우려다 포기한 사연, 건강보험 지역 가입자로 월 30만 원 폭탄을 맞은 뒤 4대 보험 보장 일자리를 찾아 빨래방 면접을 본 뒤 느낀 위선 등. 뿐만 아니라 갱년기를 지독하게 앓은 50대 정숙 씨가 어머니의 돌봄 노동자가 된 일, 아이들이 중학생이 된 뒤부터 끊임없이 일한 60대 이모의 분투기, 가수 양준일 '덕질' 덕에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된 나날이 외롭지 않은 70대 엄마의 일상까지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무엇보다 책의 각 챕터마다 인터뷰를 보태, 현실성을 더한다. 또한 드라마와 영화, 소설 책과 인문학 서적 등을 다양하게 인용해 독자로 하여금 친밀감을 끌어올린다. 

"이 책은 다양한 몸을 화두로 삼았지만 궁극적으로 '관계'와 '사랑'을 말한다. 다른 몸을 배척하고 타인의 취약함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일이 극심해지는 사회에서 서로의 약함을 끌어안을 수 있는 관계에 대하여, 모든 생명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성장한다. (중략) 김소민은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여기 나도 있다, 지금 내가 당신에게 가고 있다며 글쓰기로 온 세상을 향해 인기척을 낸다. 서로에게 인기척을 내는 관계의 가능성을 말한다."(이라영 추천 글)

[이명선 기자(overvie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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