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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문재인 정부는 곳간을 거덜냈을까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입력 2022. 05. 01. 09:14 수정 2022. 05. 0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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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새 정부가 탄생했다. 지난 정부의 5년을 평가해야 할 때다. 재정 성적표를 보자. 수없이 많은 재정지표가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재정지표는 재정수지다. 재정수지는 국가의 수입에서 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나타내는 재정지표다.

비용보다 수입이 많아서 이익을 많이 남길수록 좋은 것일까? 기업을 평가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는 민간과 이익을 놓고 경쟁하는 주체가 아니다. 민간이 많은 이익을 보도록 도와주는 존재다. 민간에 자금을 공급하고자 적자 재정 운용이 필요할 때도 있다. 반대로 흑자 재정을 운용하여 재정 여력 확보가 중요할 때도 있다. 즉, 흑자가 좋은지 적자가 좋을지는 경제 상황, 인구구조, 국민적 합의 등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 강완구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장이 지난 4월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 회계연도 국가결산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중현 국유재산정책과장, 강대현 국고과장, 강완구 재정관리국장, 박성주 회계결산과장, 박철건 재정건정성과장, 최교묵 인사혁신처 연금복지과장. ⓒ 연합뉴스

다만, 이러한 여러 가지를 판단하는데 선행되어야 할 것은 현재 재정 상황의 정확한 진단이다. 현재 재정수지가 적자라면, 과연 그 적자의 정도가 어느 정도이고 지속가능한 정도인지 파악해야 한다. 반대로 현재 재정수지가 흑자라면 정부가 재정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 모든 판단은 정확한 현실진단에서부터 시작한다.

문재인정부의 재정수지는 어땠을까? 많은 언론을 통한 이미지를 보면 '돈 풀기 중독', '거덜 난 곳간' 정도로 요약된다. 정론지의 표현치고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많은 언론이 이렇게 극단적인 표현까지 쓰는 것을 보면, 문재인정부는 지나친 재정 확장으로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 같다.

▲ '곳간 거덜'이라는 표현으로 우리나라 재정을 표현한 언론들. 정론지라면 지나친 자극적인 단어를 피할 필요가 있다.

최근 발표된 IMF 재정모니터 2022년 4월호를 통해 우리나라 '일반정부 재정수지 비율'을 보자. 일반정부 재정수지 비율이란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등 우리나라 정부 전체의 수입에서 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GDP로 나눈 개념이다. 즉, 우리나라 정부 전체의 재정수지 규모를 GDP 대비 비로 파악할 수 있다.

박근혜정부 시기(2013~2016) 재정수지는 매년 흑자였다. GDP 대비 연평균 재정수지 비율은 약 1% 전후를 기록한다. 문재인정부 시기(2017~2021) 재정수지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가 다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7년, 2018년은 2.2%, 2.6%로 이전보다 큰 규모의 흑자를 기록한다. 언론은 당시에도 '곳간 거덜', '슈퍼예산' 등의 단어로 2018년 재정을 평가했으나, 실제는 사상 최대 재정수지 흑자를 기록한 긴축예산이었다. 긴축예산을 확장예산이라고 표현한 모든 언론 보도는 오보가 되었다. 특히, 확장 정도를 정상적(normal) 범위조차 벗어난 슈퍼예산이라고 표현했으니 이는 '슈퍼오보'라고 표현해야 할까?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 2021년 재정수지는 적자를 기록한다. 그러나 재정수지의 의미를 파악하고자 한다면 경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2020년, 2021년 선진국 평균 재정수지 비율은 GDP 대비 -10.5%, -7.3%다. 반면, 우리나라 재정수지 비율은 -2.2%, -0.6%다. 선진국 평균 재정수지 비율과 우리나라 재정수지 비율의 차이는 무려 8.3%p, 6.7%p를 기록한다. 역대 유례가 없을 정도의 커다란 차이다.

▲ 2022년 4월, IMF Fiscal Monitor

정리하자면, 문재인 정부 일반정부 재정수지 비율은 코로나19 이전까지는 박근혜정부의 재정수지 비율보다 더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는 긴축재정을 펼쳤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에는 적자재정을 펼쳤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재정수지 비율도 다른 선진국 대비 가장 적자 폭이 적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우리나라 재정수지 비율은 다른 선진국보다 건전한 편이기는 했지만 1등은 아니었다. 반면, 코로나19 이후 선진국 대비 우리나라 '벤치마크 재정수지 비율'은 역대급으로 가장 건전하다. 이 정도의 현실 진단은 공유한 이후, 우리나라 재정에 대한 평가와 합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산은 정치다. 재정수지 비율과 같은 재정지표는 국민적 합의를 통해 운용해 나가야 한다. 적자가 좋은 것도 아니고, 흑자가 좋은 것도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장 빠르게 저출생 고령화 사회가 진행 중이어서 다른 나라보다 건전하게 재정을 운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합리적인 측면도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4월2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만, 객관적이고 정확한 현실진단은 무엇 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2017년도 정부지출 규모 증가율이 경상성장률보다도 하회하는 긴축재정을 펼칠 때도 많은 언론은 '슈퍼예산'이라고 표현했다. 2018년도 사상 최고 수준의 흑자재정을 펼칠 때도 '재정 중독'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작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재정수지 비율이 고작 -0.6%에 머물렀다는 상황을 예측한 언론은 전혀 없다. -0.6% 정도라면 거의 균형재정에 가까운 수치다. 2021년도 큰 폭의 재정수지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잘못된 전망은 무수히 많이 언론에 반복적으로 실렸다. 그러나 2021년도 수정된 재정 전망치가 나온 IMF 보고서 배포 이후에도 이 의미를 제대로 소개하는 언론은 정말 드물다.

작년 우리나라 재정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기록했어야 했다고 주장하는 언론도 필요할 수는 있다. 다만, 작년 우리나라 일반정부 재정수지 비율은 균형재정에 육박하는 불과 -0.6%였다는 사실 자체는 최소한 보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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