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이끌었던 추경호..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경향신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박근혜 정부에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옹호하며 정책을 주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추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화’를 추진하자 재정을 악화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일으켰다며 비판했다. 몸담고 있는 정권 여부에 따라 비정규직 정책에 대한 철학이 바뀌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추 후보자가 비판했던 문재인 정부 당시 딸은 공공기관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 1년만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기재부 1차관이었던 추 후보자는 2014년 2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국정과제로 꼽았다. 당시 추 후보자는 “정규직-비정규직의 이중구조 문제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우리 경제가 풀어내야 할 핵심과제”라며 “비정규직 차별해소를 위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단계적 축소와 민간의 자발적 정규직 전환을 촉진할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비정규직에 대한 고의·반복적인 차별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해 7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새 경제팀의 경제 정책 방향’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정부의 핵심 과제였다. 당시 정부는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전환 인센티브를 부여해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은 2016년부터 전체 정원의 5% 이내로 제한하고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비정규직은 2017년까지 20~30%로 축소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기재부 1차관에서 국무조정실장 자리에 오른 추 후보자는 이 같은 경제 정책을 이끌었다. 2014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무조정실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약을 지킬 수 있느냐는 지적에 추 후보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하는 해마다 진행을 하고 있고 현재 시점에는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는 더 많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실현하고 있다”며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2015년까지 정규직 전환계획을 마련하고 거기에 따라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추 후보자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한 견해는 완전히 바뀌었다. 2017년 당시 야당 의원이었던 추 후보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김동연 부총리 인사청문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선언하고 나니까 곳곳에서 정규직 전환 부담 때문에 부작용이 일어난다”며 “경제는 공짜 점심이 없다”고 정규직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국회 기재위 기재부 국감에서는 “비정규직 제로 그 다음에 공공기관을 통해서 일자리 늘려야 되겠다, 이런 잘못된 정책 접근이 우리의 모든 지표들을 이렇게 만들었다”며 “이건 누가 책임져야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 같은 입장 변화에 대해 추 후보자는 국회 기재위 소속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연수을)에 제출한 인사청문 서면 답변서에서 “그 당시 비정규직의 고용개선은 정치권을 포함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이루어졌던 사항”이라며 “올바른 정책 방향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앞으로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청년층 중심으로 공정성 논란, 노노 갈등, 공무직의 처우개선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한편 추 후보자는 최근 2017년 공공기관에 파견(비정규)직으로 입사한 딸이 1년 만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것을 두고 ‘아빠 찬스’ 논란이 일자 “채용 전환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괄적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추 후보자는 ‘자신이 추진한 정규직 전환은 착한 정책이고 현 정부의 정규직 전환은 나쁜 정책’이라고 폄훼해 왔다”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는 정권을 떠나 향후 우리나라 노동시장 개선을 위해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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