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주도 총무과, 원희룡 단골식당서 1800만원 사용..하루 6번 결제도

장필수 입력 2022. 5. 1. 20:06 수정 2022. 5. 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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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인사청문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제주특별자치도청 총무과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단골식당에서 2년8개월 동안 1800여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 식당에서 하루 6차례 결제를 하는 등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흔적도 다수 발견됐다. 업무추진비 사용 목적도 총무과 고유 업무와 동떨어진 것이 대부분인데다 원 후보자의 업무추진비 사용 사유와 상당수 겹치고 결제 액수도 같아 원 후보자와 관련해 사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1일 <한겨레>가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입수한 제주도청 업무추진비 내역을 <한겨레>가 분석해보니 총무과는 ㅋ식당에서만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55차례에 걸쳐 1867만8000원을 사용했다. 비슷한 기간 원 후보자가 같은 식당에서 46차례, 1584만8000원을 사용한 것보다도 많은 액수다. ㅋ식당은 제주도 최고급 오마카세(정해진 메뉴 없이 주방장이 당일 선별한 재료로 맞춤 요리를 내는 곳) 전문 식당으로 점심 7만5000원, 저녁 16만원의 코스 요리만 제공하며 단품 메뉴는 없다.

의심스러운 업무추진비 사용 흔적도 다수 발견됐다. 2020년 6월24일 총무과는 ㅋ식당에서 ‘도 주요정책 협의를 위한 국회관계자와의 간담회’ 명목으로 4차례, ‘관광정책 관련 자문관계자와의 간담회’ ‘도 국제교류업무 관계자와의 간담회’ 명목으로 각각 1차례씩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결제 금액은 38만~47만원 사이로 제각각이었으며 이날 하루 ㅋ식당에서 결제한 금액은 총 258만8000원이었다. 이외에도 하루 두 차례 이상 ㅎ식당에서 결제한 사례만 15번(총 43차례 결제)이나 발견됐다. 기획재정부 업무추진비 규정을 보면, 50만원 이상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경우 상대방의 소속 및 성명을 증빙서류로 남겨야 하므로 이처럼 하루에 여러 번 결제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특별자치도 총무과가 2020년 6월24일 업무추진비를 결제한 내역.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단골식당에서 하루에 6차례 결제를 했고 결제금액은 총 258만8000원이었다. 장경태 의원실 제공

업무추진비 사용 목적도 총무과 본연의 업무와 무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제주특별자치도 행정기구 설치 조례 시행규칙’을 보면 총무과는 공무원 복무관리, 업무추진비 공개 및 집행, 공무원 임용 및 인사운영계획 수립, 청사 및 기록물 관리 등의 업무를 맡는다. 하지만 ㅋ식당에서 사용된 업무추진비 사용 목적을 보면 ‘제주방문 국회 관계자와의 간담회’(2019.10.28, 34만2000원), ‘카본 프리 아일랜드 정책 자문관계자와의 간담회’(2019.11.27, 46만원), ‘정당 관계자와의 간담회’(2019.12.27, 25만5000원), ‘문화예술 진흥 논의를 위한 관계자와의 간담회’(2020.3.27, 40만원), ‘도 법률자문 관계자와의 간담회’(2020.5.25, 47만4000원), ‘교통 분야 관계자와의 간담회’(2021.6.22, 15만원) 등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원 후보자의 업무추진비 내역에도 ‘제주방문 국회 관계자와의 간담회’(2019.9.9, 34만2000원), ‘카본 프리 아일랜드 정책 자문관계자와의 간담회’(2019.11.2, 46만원), ‘정당 관계자와의 간담회’(2019.11.23, 25만5000원), ‘문화예술 진흥 논의를 위한 관계자와의 간담회’(2020.2.15, 40만원), ‘도 법률자문 관계자와의 간담회’(2020.4.30, 47만4000원), ‘교통 분야 관계자와의 간담회’(2021.5.12, 15만원) 등 총무과와 동일한 목적의 간담회 개최가 여러 차례 나온다. 의심스러운 대목은 원 후보자와 총무과가 같은 명목으로 연 간담회에서 사용된 업무추진비의 경우 결제 날짜만 다르고 결제 액수는 천원 단위까지 똑같은 사례가 총 45차례로 각각 1527만8000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원 후보자가 사용한 업무추진비 46차례 중 1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용 목적과 결제 액수가 같은데 사용 날짜만 달랐다. 

앞서 이 식당 관계자는 <한겨레>에 “원 후보자가 자주 식당을 찾았으며 계산은 보통 비서가 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외상을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총무과 업무추진비도 사실상 원 후보자와 관련해 사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앞서 <한겨레>는 원 후보자가 4명짜리 방밖에 없고 비싼 코스요리만 시켜야 하는 ㅋ식당에서 최대 18명이 간담회를 했다고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기재해 공직자 등에게 1인당 3만원 이상 식대를 사용하면 안 되는 부정청탁방지법 위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기록을 허위로 꾸민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장경태 의원은 “서로 다른 부서가 같은 금액을 45차례나 동일하게 결제하는 것은 전형적인 일명 '카드깡 수법'이다. 비서실과 총무과가 같은 금액으로 45차례나 1500여만원에 이르는 금액을 결제한 것은 업무추진비의 사적유용을 넘어 횡령 등 형사처벌이 가능한 심각한 사안이다. 장관 후보자가 제대로 된 해명을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심각한 낙마 사유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 후보자 쪽은 <한겨레>에 “앞서 해명한 것과 같이 업무추진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한 바 없다. 일선 부서의 결제 내용은 알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다만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원 후보자는 ‘총무과 사용 내역이 비서실 것과 같은 내역’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는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원 후보자가 자신의 업무추진비를 여러 차례 사용했던 ㅋ식당에서) 총무과에서도 1800만원 정도 사용했다”고 지적하자 “법인카드 전체는 총무과가 관리하고 일부를 비서실이 쓰는 것인데, 왜 비서실 것에 총무과 것이 또 있냐고 하는데 이건 같은 것이다”라고 밝혔다. 양쪽의 결제 날짜가 달랐던 것에 대해 제주도청 쪽은 총무과는 결제 대금 지급일을, 원 후보자의 업무추진비는 실제 결제한 시각을 각각 기록했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장필수 정환봉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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