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증거 보고 과학적으로 분석하자"

이영광 2022. 5. 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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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간(間)보기] <머나먼 세월호2> 를 출간한 권영빈 변호사와 심인환 보좌관

지난 4월 16일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8년이 지났다. 그 사이 세월호 특조위와 선체조사위 그리고 사회적 참사 특조위 등이 활동했지만 세월호의 침몰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머나먼 세월호2>란 책이 출간되었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에서 활동한 권영빈 변호사와 심인환 보좌관이 쓴 <머나먼 세월호2>는 선조위 활동을 토대로 세월호 침몰 원인에 접근했다. 책에 대해 더 자세히 듣고 싶어서 지난 4월 28일 <머나먼 세월호2> 저자인 권영빈 변호사와 심인환 보좌관을 전화 연결했다.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국민적 갈증 있어”

                                              ▲ <머나먼 세월호2> 책 표지

- 지난 3월 <머나먼 세월호2>라는 책을 출간하셨잖아요. 소회가 어떤가요?
▶권영빈 변호사(이하 권): “<머나먼 세월호2>가 선박에 대한 전문성을 요구하는 책인데 책 나온 이후 국민들의 관심이 큰 것 같습니다. 그것은 아직도 세월호 침몰 원인이 안 밝혀진 것에 대해 국민들은 갈증을 느낀다고 느꼈어요. 여전히 국민들의 궁금증이 있는 상황에서 책을 낸 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심인환 보좌관(이하 심): “지금까지 소홀히 다루었던 침몰 원인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 기록을 남기게 되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요. 향후 침몰 원인의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이 책이 작은 밑거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혼자 쓰는 게 아니라 호흡도 중요했을 거 같은데 호흡은 어땠나요?
▶권: “제가 초안을 많이 잡았고요. 심인환 보좌관은 선박공학 전문가라서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서 많이 담당했어요. 그런데 전체적인 분량으로 얘기를 하면 제가 조금 더 썼었죠.”

- <머나먼 세월호2>는 2018년 8월까지 활동한 세월호 선체조사위 활동을 근거로 쓰신 거잖아요. 4년이 지난 시점에 책을 출간한 이유는 뭘까요?
▶권: “선조의 활동이 끝났을 때 사참위가 시작됐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사참위가 활동하면 성과가 나올 거라고 기대했는데 최근까지도 나온 게 없잖아요. 그래서 더 기다려도 새로운 게 없겠으니, 심인환 보좌관과 제가 선조위 활동 결과를 제대로 정리해 국민들한테 알리자고 생각했습니다.”

-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8년이 지났는데 왜 아무것도 안 나왔을까요?
▶권: “세월호 참사 진실은 침몰 원인 밝히는 거와 책임자 처벌하는 거 두 가지가 있잖아요. 선조위 활동은 침몰 원인 관련이죠. 저희는 선조위 활동에서 한 80% 정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내용은 다 정리해냈는데 아직 국민들이 납득하기에 부족한 게 있어서 침몰 원인이 다 못 밝혀진 거로 생각해요.”

- 선조위 결과 보고서에 내인설과 열린안이 있잖아요. 이걸 모르는 분도 있을 것 같은데 설명 부탁드립니다.
▶심: “배 자체 문제로 침몰이 일어났다고 얘기하는 게 내인설입니다. 즉 복원성 나쁜 배가 화물 고박도 제대로 못 하고 기관의 고장으로 인해서 급격하게 선회하다가 횡경사가 심화되고 화물이 이동하는 부분 때문에 침몰했다는 거고요. 열린안은 배의 복원성이나 화물 고박 부분 외에도 외부의 힘이 작용해서 침몰이 일어나지 않았을까라고 얘기하는 쪽입니다. 대표적으로는 잠수함에 의한 추돌설도 있죠.”

“세월호 참사 당시 파도도 잔잔해”

- 많이 나온 게 복원성에 대한 내용인데 그건 근거가 없는 건가요?
▶권: “보통은 오뚜기가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걸 복원성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데 2014년 4월 16일 아침 세월호 사고 난 지점이 병풍도 앞바다였거든요. 그때는 파도도 되게 잔잔했어요. 아직도 맹골수도라고 물살이 아주 센 데에서 사고가 났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니거든요. 또 세월호는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1년 이상 운항을 했잖아요. 맹골수도를 지나다녔지만 아무 일이 없었거든요. 그리고 또 인천 앞바다에서 15일 밤 9시에 출항해서 16일 아침 8시 거의 40분에서 50분까지 거의 12시간 정도를 운항했잖아요. 그러니까 복원성이 나쁘다고 하면 배가 이렇게 다닐 수가 없죠.”

- 배를 불법 개조해서 사고 났다는 말도 있었는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심: “개조 때문에 사고가 났다는 게 또 복원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2014년에 보면 증축했고 배 윗부분에다가 무거운 걸 얹어서 복원성이 나빠졌다는 거죠. 이게 복원성이 나빠지는 방향은 분명히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개조한 것이 과연 사고 침몰의 원인이었냐란 부분은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보시는 게 맞습니다.”

- 불법 개조는 언제 이루어졌나요?
▶권: “잘 기억이 안 나는데 개조는 세월호가 운항하기 전에 한 거예요. 그러니까 일본에서 들어오고 세월호가 운항해도 좋다는 허가받기 전에 개조했고 개조 후에 세월호가 운항한 거죠.”

- 그럼 개조와 사고는 아무 상관 없지 않나요?
▶권: “저희는 큰 상관이 없다고는 보는데 그 인과관계라는 게 정확하게 설명된 건 없죠. 그러니까 개조를 안 했으면 사고가 안 났다 이건 아닌 겁니다.”

- 사참위가 솔레노이드밸브 고착은 침몰원침몰 연관성이 적다고 결론 내렸는데 솔레노이드밸브 고착이 중요한가요?
▶심: “열린안에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 설명에도 있지만 설사 솔레노이드밸브가 고착되면 전타라고 35도로 돌아가는 건데 네덜란드 MIRIN이라는 곳에서 모형 시험 했을때 전타가 돌아가도 빠르게 도는 급경사 부분은 재현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설사 솔레노이드밸브가 고착되었어도 내인설로는 급선회와 급횡경사는 (설명)하지 못했었습니다.” 

- MARIN에서 모형실험 했잖아요. 어떠셨어요?
▶권: 네덜란드에 있는 MARIN은 큰 수조도 있고 배를 모형 시험할 수 있는 조건이 잘 갖춰진 데예요. 우리가 가서 세월호 모형을 만들어 시험 해봤어요. 배가 사고가 났을 때 제일 좋은 건 그 배를 가지고 똑같이 해보는 거죠. 근데 그건 하기 어려우니까 그 상황을 확인해 보는 거로 모형 실험이 있고요. 아니면 컴퓨터에다가 데이터를 넣어서 확인하는 것이 있는데 모형 실험은 굉장히 정확도가 있는 실험이에요. 네덜란드에 한 300번 이상 실험을 해봤는데 배를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세월호 참사 같은 사고가 안 일어난다는 걸 얻었죠. 그런 내용도 저희 책에 있어요.”

“음모론 싹 무시해도 돼!!”
            ▲<머나먼 세월호2>를 출간한 권영빈 변호사(좌)와 심인환 보좌관(우)

- 세월호가 인양되고 가보셨잖아요. 어떠셨어요?
▶권: “세월호가 인양된 건 2017년 3월이죠. 그땐 왼쪽으로 누워 있는 상태로 올라왔어요. 처음 올라왔을 때만 해도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온 세월호였기 때문에 뭉클했죠. 왜냐하면 세월호 자체가 침몰 원인을 밝혀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증거거든요. 또 그 당시에는 미수습자 수습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거고 그 안에서 블랙박스를 찾아 복원했잖아요. 그러니까 세월호 선체가 인양된 그 자체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서 되게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심: “저는 4월 20일 넘어 목포에 인양된 세월호를 봤습니다. 일단 권 변호사님하고 마찬가지로 저도 느낌을 받았고요. 저는 공학자로서 너무 아쉬움이 더 컸습니다. 왜냐하면 인양할 때 너무 많은 손상을 주었어요. 그래서 침몰 원인 밝히는 데도 부적절했고 미수습자 수습할 때도 적절하지 않았죠.”

- 세월호 음모론도 많았는데 음모론 볼 때 어떠셨어요?
▶권: “세월호 참사가 너무 안타까운 일이었고 또 많이 죽었잖아요. 그런 반면에 침몰 원인이 잘 안 밝혀지고 구조 안 한 거에 대해서도 설명이 잘 안 되는 답답함이 있죠, 때문에 사람들은 거기에 궁금증을 풀어주는 게 아닐까 해서 음모론 같은 게 나온 것 같아요. 근데 저희는 음모론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어요. 왜냐하면 침몰 원인을 밝히는 것은 과학적으로 해야 되는 거지 누가 어떻게 했다로 머릿속에서 생각해 접근하는 거는 해결이 안 된다고 보거든요.  여전히 음모론 얘기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건 싹 무시해도 됩니다.”

- 세월호 침몰 원인이 밝혀졌지만, 가족들이 받아들이지 않을뿐이다라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는데.
▶권: “저희는 유가족이 어떤 입장인지는 몰라요. 그리고 침몰 원인이 밝혀졌는데 유가족이 안 받아들인다는 게 이해가 안 되는 얘기고요. 아직도 침몰 원인이 다 안 밝혀져서 유가족이 아마 입장을 안 밝히는 거로 생각해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선체조사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열린 안이 한 80% 정도 밝혔거든요. 이게 95% 정도 가면 다 설명이 될 거라고 봐요.”

- 이제 사참위 기간도 얼마 안 남는 데 거기까지 갈 수 있을까요?
▶권: “갈 수 있고요. 사참위가 뭘 하든 하지 않든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히는 건 우리 모두의 과제이기 때문에 사참위가 못 해도 누군가는 할 수 있다고 봐요. 그리고 저희가 선조위 경험을 정리해서 책으로 냈잖아요. 이렇게 객관적인 조사 내용들을 차분히 분석해 나가고 부족한 걸 채워나가다 보면 침몰 원인에 대해서 90% 이상 밝힐 거로 생각합니다.”

- 앞으로의 과제는 뭘까요?
▶권: “저희는 선조위 사람들이고 지금은 각자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개인들이라서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서 말하기는 어려운데요. 다만 선체조사위원회 활동 과정에서 얻은 객관적인 증거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선입견 없이 객관적인 그대로 본다면 세월호 침몰 원인을 규명하는 데 보탬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심: “과학적이고 공학적으로 검증은 분명히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블랙박스 영상이 그 당시를 다 찍어놓고 있고요. 현재 목포 신항에 거치돼 있는 세월호의 외판에 손상도 여전히 남아 있고요. 그러나 그 부분을 과학적으로 설명을 하는 과정이 지금 부족한 겁니다. 아까 권 변호사님께서 말씀하셨던 현재 80%가 95%로 가면 해석은 가능할 거고요. 다만 그게 100%까지 다 설명이 돼야 침몰 원인이 규명되는가라면 그러기엔 너무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지 않나란 생각으로 아쉬운 마음이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정말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나는 내인설 믿는다’라고 하지 마시고 열린 마음으로 그 증거 하나하나를 한번 살펴봐 주시고 그다음에 과학적인 해석이나 통찰력을 갖고 계신 분들이 제3자도 검증이 가능한 방법으로 한번 해석도 해보시고 토론도 해보시면 100% 깔끔하게 나오기 전에도 꽤 많은 사람이 지지받는 침몰 원인 규명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세월호는 안전”

- 두분에게 세월호는 뭔가요?
▶권: “저로서는 세월호라면 가슴 먹먹함이 먼저 오는데요. 표현하기가 어렵네요. 또 다른 측면에서 세월호는 우리 사회의 안전에 대한 지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세월호 참사 통해서 얻은 교훈이 안전한 대한민국 안전한 우리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세월호는 우리 사회의 안전을 얘기할 때 그 기준으로 작용하기를 바랍니다.”
▶심: “저에게도 세월호는 안전입니다. 그 참사를 겪으면서도 더 안전하지 않게 된다면 얼마나 안타깝습니까.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는 원인을 먼저 알아야 되겠죠. 원인을 알아야 그 처방이 적절하게 내려질 수 있는 겁니다. 지난 8년동안 해상 사고는 더 많이 늘었답니다. 분명히 좀 더 줄어야 되지 않습니까. 이 부분이 결국은 세월호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우리들의 잘못이 아닌가란 안타까움이 제일 큽니다.”

- 이 책으로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을까요?
▶권: “메시지는 세월호 침몰 원인은 객관적인 증거 보고 과학적으로 분석하자는 겁니다. 마음을 열어놓고 보자는 거죠.”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한 말씀씩 해주세요.
▶권: “세월호 침몰 원인 관련해서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머나먼 세월호2>에 좀 많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책을 읽어본 사람들이 잘 읽힌다고 그래요. 이게 선박 전문 용어 나오니 어려울 거라고 미리 겁을 먹을 필요는 없어요. 술술 읽힙니다. 세월호에 대한 관심을 가지신 분들 또는 이제는 어느 정도 정리되기를 바랐던 분들도 이 책을 읽으셔서 침몰 원인 규명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있는 그대로 봐주시면 합니다.
▶심: “저도 결국은 같은 부탁인데요. 읽으신 분들은 이런 일이 있었고 이렇게 설명할 수도 있겠다고 공감 많이 해주시는데 믿지 않으신 분들은 여전히 음모론이라거나 뭔가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편견을 갖고 계시거든요. 제발 열린 마음으로 한 번씩만 많은 분이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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