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외교전략 '현실론'으로..사드 추가배치 "신중", 강제징용은 "판결 존중"

정진우 2022. 5. 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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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인수위 기간을 거쳐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새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 역시 점차 현실론을 반영해 가다듬어지는 모양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 후보 시절 언급했던 외교·안보 정책관에 대해 표현의 수위를 조정하는 등 ‘대통령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추가 배치 등 주요 외교 사안에 대한 공격적이고 선명한 입장 역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강조하기보다 안정적 국정 수행을 위한 ‘현실론’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2일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선 이런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특히 지난 1월 윤 당선인이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공약한 사드 포대 추가 배치에 대해 박 후보자는 말을 아꼈다.

사드 추가 배치 공약이 나온 이유에 대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맞서 수도권 방공망을 보강한다는 차원에서 나온 제안”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공약 실행 여부에 대해선 “심도있게 검토해서 어떤 결론을 낼지 깊은 논의를 해 봐야 한다”고 답하는 식이었다.


사드 배치 묻자 "경제 부정적 영향 없어야"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사드 추가 배치 여부에 대해 "논의를 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사드 추가 배치를 공약으로 제시한 것과 달리 유보적 입장을 취한 것이다. 김성룡 기자
박 후보자는 특히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한류 금지령)으로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이 발생한 상황을 의식한 듯 “중요한 건 안보 문제로 인해 경제가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 측에서 “사드라는 두 글자는 중·한관계의 금기어”(지난달 7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라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사드 추가 배치가 현실화할 경우 한·중 간 갈등 국면은 불가피하다.

3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도 사드 추가 배치가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는 “사드 배치 공약을 철회하겠다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정부 출범 후 관계부처 및 국회 등과 협의를 하겠다는 의미”라며 “현실적으로 앞뒤 구분 없이 막무가내식으로 사드 배치를 추진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北 핵위협에 "확장 억제 재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월 외교안보 글로벌 비전 발표 당시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론을 주장했다. [뉴스1]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도 과거 윤 당선인이 ‘선제타격’ 등 강경 일변도의 입장을 강조한 것과 달리 한·미 공조 필요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선제적 핵공격 가능성을 언급한 상황에서도 박 후보자는 “한·미 동맹을 통해 확장억제 실행력을 재고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만 답했다.

다만 대북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북한의 선(先) 비핵화라는 기조는 그대로 이어졌다. 박 후보자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북한 비핵화와 남북 관계 발전을 병행 추진하는 것이 맞지 않냐’고 질의하자 “북한의 비핵화 없이 남북 관계 발전은 없다”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판결 존중" "사과 필요"…여전한 딜레마


한·일 관계에 대해선 개선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면서도 양국 갈등의 핵심 원인으로 작용했던 강제징용 배상 대법원 판결에 대해선 “사법부 판결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강제징용 문제에서 한국의 선제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가운데 국내적으론 사법부 판결을 이행하기 위해 일본 기업 재산을 현금화해야 하는 딜레마를 그대로 떠안은 셈이다.
지난달 26일 정진석 국회 부의장은 한일 정책협의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윤석열 당선인의 친서를 전달했다. [연합뉴스]

윤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국내 정치에 외교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갈등은 외교·국내정치·여론·사법부 판결 등이 뒤섞인 복합적 사안으로 갈등이 곪아왔다. 윤 당선인이 강조한 ‘양국 정상 간 신뢰회복’과 별개로 구체적인 해결책과 그에 따른 로드맵이 마련되지 않는 한 해결이 어렵다는 뜻이다.

박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선 일본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과거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성숙한 한·일 관계를 위해 사과나 반성이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며 양국 관계 개선을 추진한 것과 달리, 윤석열 새 정부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일본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윤석열 새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한·일 관계 개선이 이뤄지기 위해선 1965년 수교시 맺은 한·일 기본조약과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일본 측에 확인해줘야 한다”며 “다만 한국의 관계 개선 의지와 무관하게 일본 측에선 오는 7월 참의원 선거가 끝나야 한·일 관계를 가로막은 구체적인 현안에 대한 본격적인 협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가 이날 발표한 새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역시 구체적인 현안에 대한 해결책이 아닌 원론적 수준의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선 ▲남북관계 정상화 ▲자유민주주의 수호 ▲과학기술 강군 육성 등 3가지 분야에서 18개 국정과제가 제시됐는데 북한 비핵화, 능동적 경제안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보강 등이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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