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진달래·초록 숲 뒤덮인 신비의 '용굴'

남호철 입력 2022. 5. 4. 21:20 수정 2022. 5. 5.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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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사진 명소 따라 충남 당진 여행
충남 당진시 석문면 장고항 인근 용굴을 찾은 여행객이 파도에 깎인 기암괴석 주변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고 있다. 멀리 촛대바위가 우뚝하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나들이용 카메라를 찾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2년여 동안 억눌렸던 여행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충남 당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사진 명소로 떠오른 곳이 많다. 수도권에서 그리 멀지 않아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당진시 석문면 장고항은 포구 모양이 장구(장고)를 닮아 얻은 이름이다. 3~4월 실치회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1970년대 초 실치잡이가 본격화되면서 장고항 사람들은 다들 실치포를 말렸다고 한다. 실치잡이가 성행할 때는 150여 가구가 ‘멍텅구리배’로 불리는 무동력 중선으로 실치잡이를 해왔다. 2000년부터 축제를 만들어 ‘실치회의 원조 고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포구 서쪽에 낟가리를 닮은 노적봉과 뾰족하게 생긴 촛대바위가 이색적인 풍경을 그린다. 촛대바위는 장고항 포구에서 보면 뭉툭하게 생겼지만 해돋이 명소인 왜목마을에서 보면 촛대처럼 보인다. 주변 바위와 함께 소총의 가늠쇠(山) 모양도 된다. 매년 2월과 11월 이곳에 둥근 해가 얹히는 일출 풍경이 장관이다. ‘가늠쇠 일출’로 불린다.

썰물 때 촛대바위에서 바다 쪽으로 내려가 왼쪽으로 돌아가면 해식동굴이 나온다. 바위벽이 오랜 세월 바닷물에 파인 흔적들이 많은 곳인데 그중에서도 유달리 움푹 파인 바위굴이다. 7~8m 높이의 천장에 큼직한 구멍이 뚫려 있다. 구멍 한쪽 이어진 바위가 아슬아슬하다. 주변에 나뭇가지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신비로움을 더한다. 주민들은 용이 승천한 구멍이라고 주장하며 ‘용굴’로 부른다.

다른 얘기도 전한다. 200여년 전 나라에 큰 정변이 일어나 사람들이 피난을 갔지만 한 아이가 이 동굴에 남아 7년 공부한 끝에 장원급제하고 재상 자리에까지 올랐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이 동굴을 신성시해 출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동굴 사진은 안에서 밖으로 찍는다. 어두운 동굴 벽 사이로 흰 구름 두둥실 떠 있는 파란 하늘과 함께 실루엣으로 찍으면 환상의 인생샷이 된다. 해벽 바로 위에는 분홍 진달래꽃이 화려하고 멀리 촛대바위도 담긴다.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풍경도 멋지다. 동굴에서 나와 왼쪽으로 가면 용무치 마을로 이어진다. 용무지(龍霧池)로 쓰지만 주민들은 용무치로 부른다.

분홍색 깃털 작품이 맞이하는 아미미술관 입구.


용무치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다 순성면에서 1994년 문을 닫은 유동초등학교 건물을 활용한 아미미술관을 만날 수 있다. 자연과 어우러져 다양한 봄의 색깔을 담고 있는 미술관에서 멋진 작품도 만나고 봄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담을 수 있다. 아미미술관은 오전에 찾아야 창문으로 넘어오는 햇살 등을 배경 삼아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매표소를 지나 100m쯤 걸어 들어가면 초록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전시관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핑크색 깃털이 먼저 반긴다. 복도와 교실에는 분홍색으로 칠한 나뭇가지가 천장을 뒤덮고 있다. 다른 교실로 이동하면 블루다. 환상적인 공간이 저절로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교실 한쪽에는 인증 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의자도 마련돼 있다. 계절마다 새로운 주제로 열리는 기획전도 감상할 수 있다.

합덕읍 합도초등학교도 요즘 발길을 끌고 있다. 교정에 활짝 핀 보랏빛 등꽃이 주인공이다. 등나무 터널에 콩꼬투리를 주렁주렁 매단 것 같은 꽃타래가 환상적이다. 그 아래 서면 꽃향이 가슴 속까지 진하게 스며든다.

등나무를 나타내는 한자는 등(藤)이다. 사람들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적대시하거나 혹은 충돌할 때 사용되는 갈등(葛藤)이란 단어에 쓰인다. 갈(葛)은 칡을 나타내는 한자어다. 칡은 왼쪽으로만 기어오르고 등나무는 오른쪽으로만 자라 오르는데, 둘이 만나면 서로 심하게 엉켜서 풀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라고 한다.

'카페 피어라'의 초록 풍경을 마음에 담는 여행객.


인근 드넓은 청보리밭을 품은 ‘카페 피어라’도 핫플레이스다. 하얀 테이블 너머 초록 융단이 길게 펼쳐진다. 그 위로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떠 있는 풍경이 시원하고 평화롭다. 보리밭에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가장자리를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여행메모
용굴 물때 맞춰야… 만조 2시간 전후
장고항 수산물유통센터엔 해산물

합도초등학교 교정에 활짝 핀 보랏빛 등꽃.

장고항은 서해안고속도로 송악나들목을 통해 간다. 38번 국도를 타고 대산 방향으로 가다가 석문방조제를 지나 615번 지방도로로 접어들어 5㎞ 정도 직진한 뒤 우회전하면 닿는다. 넓은 무료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최근 차박지로 입소문나면서 주말이면 북새통을 이룬다.

용굴은 물때를 잘 맞춰 가야 한다. 만조 2시간 전후까지는 접근할 수 있어 보인다. 동굴 위에서 낙석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당진 8미(味)' 중 하나로 꼽히는 실치회는 이제 끝물이다. 촛대바위 인근에 수산물유통센터가 있다. 1층에 20여곳의 횟집이 성업중이다. 싱싱한 활어는 물론 간재미 등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합도초등학교 등꽃을 보려면 학생들의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카페 피어라'는 작은 마을의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야 한다. 오전 10시 30분에 문을 연다. 주차공간도 넉넉하게 확보돼 있다. 음료나 음식을 주문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당진=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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