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미국이 부추기는 폐배터리 재활용..'선택' 아닌 '필수'되나

김우현 2022. 5. 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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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작년부터 배터리 원자재 값이 폭등하고 있다. 5일 기준 대표 원자재인 리튬 가격은 1년 전보다 400% 넘게 올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최근 트위터에서 "리튬 가격이 미친 수준까지 올라 테슬라가 채굴·정제 사업에 뛰어들어야 할지 모른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전기차 시장 확대로 원자재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더해지면서 가격을 끌어올린 탓이다. 광산 업체가 원자재 채굴에 뛰어들고 있지만, 광산 개발부터 착수까지 10년 가까이 소요되는데다 환경 단체 반발로 개발 허가 단계서부터 애를 먹고 있어 당분간 공급이 늘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이런 상황이 국제 사회의 친환경 정책 기조와 맞물리면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이 해결책 중 하나로 떠올랐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다 쓴 배터리에서 값비싼 원자재를 추출해 재사용하는 것이다. 폐배터리를 방전시켜 폭발 위험을 없앤 후 음극과 양극, 분리막 등으로 분해하고, 여기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회수한다.

과거에는 폐배터리 높은 추출비용과 낮은 회수율이 걸림돌이었는데, 원자재 값이 워낙 많이 오른 데다 추출 기술이 발전하면서 재활용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이미 국내외 완성차·배터리 기업이 관련 사업에 뛰어든 가운데 최근 유럽, 미국 등이 폐배터리 사업을 지원하거나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EU)의 입법 기구인 유럽의회는 지난달 말 '지속가능한배터리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배터리의 원자재 채취부터 제품 생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지속가능한 기준'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배터리 제조 시 재활용 원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사항도 포함됐다.

예컨대 이 법안이 발효되면 2030년부터 산업·전기차용 주요 배터리 원료를 일정 비율 이상 재활용 소재로 구성해야 한다. 세부 비율은 리튬 4%, 코발트 12%, 니켈 4% 등인데 2035년부터는 비율이 리튬 10%, 코발트 20%, 니켈 12%로 늘어난다.

중국의 한 희토류 광산.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미국은 법제화까지는 아니지만 대규모 금전적 지원을 약속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달 2일 미국 내 신규 자동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거나 기존 공장의 배터리·부품 공장으로 전환을 지원하는 데 31억달러(약 3조9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히면서 폐배터리 재활용 부문에도 6000만달러(약 76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경우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폐배터리 사업 활성화를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는 한편 올해 초에는 환경부가 경기 시흥시, 충남 홍성군 등에 설치한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가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원자재 공급 업체와 장기계약을 맺고 있어 원자재 값 상승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도 폐배터리 재활용 관련 업체와 협력 관계를 맺어 향후 원자재 부족과 폐배터리 시장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라이-사이클'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2.6%를 확보했고, 삼성SDI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위해 관련 기술을 보유한 성일하이텍과 협업을 추진 중이다.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2025년부터 해외 폐배터리 공장 가동을 목표로 투자 확대에 들어갔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전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가 2030년 6조원에서 2040년 66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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