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무산' 이재용, 美 조단위 계약에 바이든 안내까지..광폭 행보

이현주 2022. 5. 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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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삼성, 美 조단위 계약에 이재용-에르겐 북한산行 주효
바이든, 삼성 반도체 공장 방문…이재용 안내할 듯
10일 尹 취임식 참석…광복절 특사 기대감↑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의혹 관련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04.29.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이현주 기자 =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마지막 사면이 무산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광폭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내 5G 통신장비 공급 중 역대 두 번째 규모인 조 단위 계약을 따낸 데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동설도 전해지면서 이 부회장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제4 이동통신 사업자 디시 네트워크(DISH Network)의 대규모 5G 통신장비 공급사로 선정됐다. 디시 네트워크는 1980년 설립된 위성TV 서비스 기업이다. 2020년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했다. 최근 5G 전국망 구축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수주 금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1조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삼성전자가 2020년 미국 통신사업자 버라이즌에서 수주한 8조원 규모의 계약에 이어 미국 내 5G 통신장비 공급 중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이번 수주전에는 이 부회장이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직접 발로 뛰며 계약을 성사시켰다는 후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9월 한국을 방문한 디시 네트워크 창업자 찰리 에르겐 회장을 만나 5G 통신장비 사업에 관한 협력을 심도 깊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을 방문한 에르겐 회장은 당초 월요일에 이 부회장과 짧은 비지니스 미팅을 갖기로 했지만, 하루 전인 일요일에 이 부회장이 등산이 취미인 에르겐 회장에게 북한산 동반 산행을 제안했다.

일요일 오전 이 부회장은 직접 차량을 운전해 에르겐 회장이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가 그를 태우고 북한산까지 단둘이 이동했다. 약 5시간 가량 수행원 없이 만남이 이뤄졌고, 개인적인 일상 이야기부터 삼성과 디시의 향후 협력 강화 방안까지 폭넓은 분야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과 에르겐 회장은 이 산행을 계기로 급속도로 신뢰 관계를 구축해 에르겐 회장이 이번 수주를 사실상 확정 지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은 앞서 2018, 2020년 버라이즌과 5G 통신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을 때와 2019년 KDDI, 2021년 NTT도코모에서 각각 장비 계약을 수주했을 때도 직접 고객사 최고경영자와 만나 수주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여기에 이달 20~22일 방한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 반도체 공장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부회장이 직접 생산시설을 안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부회장이 바이든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나란히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면 이는 사실상 올해 첫 현장 경영이 된다. 지난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같은 해 12월27일 청와대 방문을 끝으로 경영 활동을 일절 삼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의 큰 축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각종 대내외 악재에 부딪치면서 이 부회장이 사면을 받고 경영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경제계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국내 여론도 이 부회장의 사면에 우호적인 편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1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9~30일 실시한 여론조사(응답률 7.4%,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사면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8.8%, 반대한다는 응답은 23.5%로 찬성 의견이 현저히 높았다.

하지만 결국 문 대통령은 임기 내 마지막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김부겸 국무총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번 석가탄신일 사면에 대해 "국민적인 동의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임기 말 사면권을 남용하는 듯한 모습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면 찬성 여론이 높았던 경제인에 대해서도 "다음 정권이나 기회가 오면 잘 해결될 수 있는 걸 오히려 바둑돌을 잘못 놓는 거 아니냐"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고 김 총리는 전했다.

이제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한 공은 윤석열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재계에서는 오는 8월15일 광복절 특사를 통해 이 부회장 등 경제인들이 대거 사면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기업 현장을 찾아 규제개선을 약속하는 등 친기업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규제를 풀어 기업이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한 만큼 취업 제한 등 '사법 족쇄'에 묶여 있는 경제인들의 사면에 대한 기대가 커진 상황이다.

한편 오는 10일 열리는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과 만찬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5대 그룹 총수들과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6단체장들이 모두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는 윤 당선인이 대통령 신분으로 경제계 주요 인사들과 공식적으로 처음 만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lovelypsych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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