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尹 취임식 안 오는 기시다..관계 회복 출발부터 '힘 겨루기'?
10일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불참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대신 총리 특사 자격으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이 참석한다고 일본 외무성이 지난 6일 공식 발표했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 무산으로 한국 새 대통령 당선과 함께 급격히 높아지던 양국 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가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하야시 외무상은 9~10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외무성은 "(한국) 체류 중 하야시 외무상은 한국 정부 요인 등과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한국의 새 정부와 긴밀히 의사소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언론들은 하야시 외무상이 취임식 참석은 물론 윤 당선인 및 박진 외교부장관 후보자 등과 개별 면담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외무상의 한국 방문은 2018년 6월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참석차 고노 다로(河野太郎) 당시 외무상이 방한한 후 약 4년 만이다.
"총리 방한은 시기상조"
기시다 총리의 한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에 대해선 일본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자민당 보수파를 중심으로 "한국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반대하는 의견이 나왔지만 아사히·도쿄신문 등은 사설을 통해 "관계 회복을 위해 기시다 총리가 취임식에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윤 당선인이 파견한 정책협의대표단이 4월 말 일본을 찾아 기시다 총리와 면담하면서 총리의 방한도 실현될 수 있단 기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강제 징용 판결, 위안부 문제 등 양국 갈등 현안에 대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이 한국 새 정부에 먼저 '굽히고 들어가는' 모양새가 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NHK는 "총리가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음으로써 한국 측에 역사 문제 등에 대한 한국 정부의 해결책 제시가 우선이라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케이 신문도 "한국 측에서는 기시다 총리의 참석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징용 문제,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일본 정부에서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노무현·이명박 취임식엔 현직 총리 참석
이번 윤 당선인 취임식에는 하야시 외무상뿐 아니라 '지한파'로 알려진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 한일의원연맹의 일본 측 파트너인 일한의원연맹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郎) 회장과 다케다 료타(武田良太) 간사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취임식을 약식으로 치른 문재인 대통령을 제외하고 그간 한국 대통령 취임식엔 일본에서 총리급 인사가 방문했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에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康弘)·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 전 총리가 참석했고,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과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당시 현직 총리가 직접 왔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는 총리를 지낸 아소 다로(麻生太郞) 당시 부총리와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 등이 참석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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