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겨레

한동훈 딸 '대필 의혹' 논문, 왜 약탈 학술지에 게재했나

정환봉 입력 2022. 05. 08. 19:36 수정 2022. 05. 09. 00:56

기사 도구 모음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이 대필한 논문을 이른바 '약탈 학술지(저널)'에 게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미국에서 입시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모 진아무개씨 딸들도 대학 입학 전 약탈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한겨레> 취재와 김영배 더불어민주당·민형배 무소속 의원실이 확인한 결과, 입시전문가인 진씨의 자녀들도 약탈 학술지에 여러 차례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윤석열 정부' 인사청문회]"고교 연습용 리포트 수준" 주장했지만
아이비리그 치대 사촌도 입학 전에
'에이비시 리서치 얼러트'에 논문 게재
사촌들과 매체 설립 '스펙 공동체' 의혹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15일 오전 후보자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이 대필한 논문을 이른바 ‘약탈 학술지(저널)’에 게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미국에서 입시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모 진아무개씨 딸들도 대학 입학 전 약탈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진씨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지역에서 에스에이티(SAT·미국의 대학입학 자격시험) 등을 전문으로 하는 학원을 운영하며, 그의 큰딸은 지난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치대에 입학했다. <한겨레>가 케냐 출신 대필 작가를 인터뷰해 딸의 논문 대필 의혹을 제기하자, 한 후보자 쪽은 “논문이 아니라 온라인 첨삭 등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3페이지짜리 연습용 리포트 수준의 글”이라며 “고교생의 학습 과정에서 연습용으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로 입시 등에 사용된 사실이 없으며 사용할 계획도 없다”고 주장했다.

대필 의혹을 받는 한 후보자 딸의 4쪽짜리 논문 ‘국가 부채가 중요한가-경제이론에 입각한 분석(Does National Debt Matter?-Analysis Based On the Economic Theories)’은 지난해 11월 오픈액세스 학술지 ‘에이비시 리서치 얼러트’(ABC Research Alert)’에 게재됐다. 이 학술지는 돈을 내면 논문을 게재해주고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거나 간소화해 출판 윤리를 어기는 저널이라 ‘약탈 학술지’이라 불린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건전학술시스템)에서 확인해 보니,에이비시 리서치 얼러트는 4단계(부실, 주의, 논쟁 중, 특이사항 없음) 중 투고 시 주의가 요구되는 ‘주의’ 등급에 해당했다.

한 후보자의 딸이 약탈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이유가 ‘미국 대학 진학용’이라고 의심하는 것은 과거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 취재와 김영배 더불어민주당·민형배 무소속 의원실이 확인한 결과, 입시전문가인 진씨의 자녀들도 약탈 학술지에 여러 차례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진씨의 큰딸 최아무개씨와 동생 등 4명은 지난해 2월16일 14쪽짜리 논문 ‘시위에서 에스엔에스의 역할과 영향 연구(Study of the Role and Impact of SNS in Protests)’를 에이비시 리서치 얼러트에 등록했다. 이 논문을 함께 쓴 4명은 진씨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온라인 매체 ‘팬데믹 타임스’ 소속이었다. 팬데믹 타임스는 과학기술계의 뉴스 및 정보를 소개하는 영문 매체인데 한 후보자의 딸과 진씨의 두 딸, 검찰 출신 외삼촌 아들 등 사촌들이 설립자 및 편집장으로 활동해 이른바 ‘스펙 공동체’ 구실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한씨는 국제학교에 다니고 사촌들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다.

진씨의 큰딸 최씨는 2019년 6월에 국내 유명 사립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인 외숙모 이아무개씨와 함께 논문을 썼다. 논문 주제는 구강 질환 치료 연구였고, 논문 분량은 5쪽이었다. 이씨의 전공인 소아·청소년과와 거리가 있지만 치대 입학을 준비하던 최씨에게는 맞춤인 주제였다. 이 논문은 건전학술시스템에서 역시 ‘주의’ 등급을 받은 학술지 ‘바이오메디컬 저널 오브 사이언티픽 앤드 테크니컬 리서치(Biomedical Journal of Scientific & Technical Research)’에 게재됐다.

이씨는 해당 논문을 자신의 연구 실적 관리 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았다. 그의 학술 연구 실적에는 79건의 논문을 작성했다고 돼 있는데, 2019년에 게재한 4건의 논문 중 최씨와 함께 작성한 논문은 빠져 있다. 반면 최씨는 지난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치대에 입학해 약탈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것이 최씨의 치대 입학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이씨는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은 통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논문 작성 경위, 약탈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이유, 최씨와의 관계 등을 묻는 문자 메시지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약탈 학술지라 불리지만 에이비시 리서치 얼러트도 “저자 허위주장, 다중 제출, 데이터 부정 사용, 표절 등과 같은 윤리 위반”이 있으면 논문이 철회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후보자는 딸의 글을 두고 “3페이지짜리 연습용 리포트 수준”이라고 주장했지만, 학계에서는 학술지에서 출판한 이상 글의 수준과 별개로 논문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국외 대학 입시전문가는 <한겨레>에 “오픈엑세스 학술지에 올린 논문이라도 입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경력을 충분히 쓸 수 있고 그것을 반영하느냐 여부는 각 대학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정환봉 장필수 김가윤 기자 bonge@hani.co.kr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