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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장녀, '약탈적 학술지에 표절논문 투고' 또 확인.. 외사촌과 동일 패턴

박중석 입력 2022. 05. 09. 21:25 수정 2022. 05. 0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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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장녀가 또다른 논문을 '약탈적 학술지'에 발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이 논문은 이탈리아와 독일의 연구진이 1년 전 발표한 학술 논문의 내용을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일 뉴스타파가 보도한 한동훈 후보자 장녀의 약탈적 학술지 게재 논문 4편 외에 새롭게 밝혀진 논문이다. 이로써 한 후보자 장녀가 약탈적 학술지에 올린 논문은 모두 5편으로 늘었다. 이와 함께, 이미 미국 대학에 진학한 한 후보자의 외조카 즉 한 후보자 장녀의 외사촌 역시 약탈적 학술지에 표절 논문을 게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 1 재학 중 철강산업 관련 논문 약탈적 학술지에 게재

한 후보자 장녀는 고등학교 1학년 때인 2021년 2월, “4차 산업과 한국의 철강 사업의 미래”(INDUSTRY 4.0 AND FUTURE OF KOREAN STEEL SECTOR)라는 논문을 “아시아·태평양 에너지 환경 저널”(Asia Pacific Journal of Energy and Environment; APJEE)이라는 학술지에 발표했다.

그런데, 이 논문이 게재된 APJEE도 한 후보자 장녀의 다른 논문 4편이 실린 학술지처럼 돈만 내면 별다른 심사 없이 논문을 게재해 주며 불량 논문을 양산하는 ‘약탈적 학술지’(predatory journals)’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 카벨(Cabell’s Blacklist)에 약탈적 학술지로 올라와 있는 학술지 APJEE 

약탈적 학술지 목록을 제공하는 미국의 연구 데이터베이스 제공 업체인 카벨(Cabell’s Blacklist)에 따르면 이 학술지는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반복적으로 중복으로 출판해왔고, 국제 저널이라고 주장하지만 저자들의 지리적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약탈적 학술지로 분류돼 있다.

단어와 문장구조만 바꾸는 '교활한 표절'

더 심각한 문제는 표절이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한 후보자 장녀가 집필한 이 논문의 절반 이상이 1년 전 다른 연구자가 발표한 논문을 인용과 출처 표기 없이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한 후보자의 장녀와 조카 등이 베낀 논문은 2020년 2월, 메탈(Metals)이란 해외 학술지에 실린 "철강 산업의 디지털화 도전”(The Challenge of Digitalization in the Steel Sector)이다. 저자는 독일 도르트문트 기술대학을 비롯한 유럽의 연구자들이다.

논문 표절을 검사하는 프로그램(Copyleaks)에서 두 논문 간 유사도를 검사한 결과, 표절률은 약 62%가 나왔다. 이 논문이 다른 연구를 표절한 방식은 뉴스타파가 지난 7일 표절이라고 보도한 국제전기 전자 공학회 (IEEE)에 발표한 한 후보자 장녀의 논문과 거의 유사한, 이른바 '교활한 표절’(Sneaky Plagiarism) 수법으로 이뤄졌다. 즉, 핵심 논지와 결론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표절 적발 프로그램의 검사를 피하려고 단어와 문장구조를 바꿔놨다.

▲ 논문의 표절을 검사하는 프로그램(Copyleaks)에서 두 논문을 비교한 결과, 약 55%가 일치했다

예컨대, ‘유럽의 철강산업’을 ‘한국의 철강산업’으로 바꾸고, 일부 단어와 문장 구조를 조금 바꾸는 방식으로 표절한 것이다. 한 후보자 장녀의 논문은 총 6,231개 단어로 구성돼 있다. 이중, 표절을 의심받는 단어는 3,398개 단어였다. 이 가운데 약 90%의 단어는 기계적인 표절 의혹을 피하려고 단어만 살짝 바꾼 것이었다. 국내에서 많이 사용하는 표절 프로그램에서는 두 논문 간 유사도가 1% 미만으로 나왔다.

한 후보자 장녀의 논문은 요약(Abstract), 서론(Introduction), 본문 중 일반적 연구 배경에 대한 설명과 결론(Conclusion)까지 독일 연구자의 논문을 짜깁기했다. 하지만 인용이나 출처 표기는 따로 하지 않았다. 한 후보자 장녀의 논문은 총 14개의 참고문헌을 표시했고, 이는 유럽연구자들의 논문에 나오는 참고문헌과 모두 겹친다. 오직 베낀 이 논문만 참고문헌에서 누락했다.

▲ 한 후보자의 장녀가 쓴 논문의 결론, 아래 독일 학자들의 논문과 유사하다. 


▲ 독일학자들이 1년 전 쓴 논문의 결론 

외사촌도 약탈적 저널에 표절 의심 논문 게재... '스펙쌓기' 방법 전수받은 듯

뉴스타파는 여러 보도를 통해, 한동훈 후보자 장녀의 학술 논문의 작성이나 투고 형태가 ‘스펙 쌓기’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이같은 수법은 이미 미국 유명 사립대학에 입학한 외사촌의 '스펙쌓기'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논문에는 한 후보자 장녀 외에 4명의 공저자가 있다. 그 중 교신저자는 한 후보자 장녀의 외사촌 즉, 한 후보자의 조카였다.  그런데 한 후보자 조카의 또 다른 논문에서 한 후보자 장녀의 논문에 확인되는 표절의 패턴이 그대로 반복된다. 그 중 하나가 한 후보자 조카가 공저자로 참여해 지난해 4월 발표한 “Autism Spectrum Disorder Behavioral Implications of the COVID 19 Process, and Individuals' Awareness and Reactions to Pandemic Conditions based on California, USA"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Engineering International”이라는 해외 학술지에 발표됐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논문은 "코로나 19 유행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자의 행동 변화"를 추적한 논문이다. 이 논문의 공저자는 6명으로 모두 고등학생이다. 이 중 3명은 앞서 언급한 APJEE 수록 논문의 공저자들이기도 하다. 모두 한국계 학생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Engineering International”이라는 학술지 역시, 약탈적 학술지로 카벨 블랙리스트에 등재돼 있다는 점이다. 카벨은 이 저널에 대해 “출판사의 설립자가 출판하는 모든 저널의 편집자도 맡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한 사람이 모든 논문을 심사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논문은 부실하게 심사할 수 밖에 없다. 국제 저널이라고 주장하지만 저자들의 지리적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 카벨(Cabell’s Blacklist)에 약탈적 학술지로 올라와 있는  학술지 “Engineering International”

APJEE에 실린 논문처럼, “Engineering International”에 게재된 이 논문 역시 다른 연구자의 논문을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결과, 문제의 논문은 2020년 11월 터키 한 대학병원의 교수와 연구자들이 “프론트 사이키아트리”(Front Psychiatry 2020)에 게제한 논문, " Behavioral Implications of the Covid 19 Process for Autism Spectrum Disorder, and Individuals' Comprehension of and Reactions to the Pandemic Conditions”의 초록과 서론, 연구 결과, 결론까지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논문 표절 프로그램(Copyleaks)의 검증 결과, 표절률은 76%였다. 전체 5,108개 단어 중 3,884개 단어가 표절 의혹을 받았다.

▲ 논문의 표절을 검사하는 프로그램(Copyleaks)에서 두 논문을 비교한 결과, 약 76%가 일치했다

앞서 언급한 한동훈 후보자 장녀의 APJEE 게재 논문은 표절 대상이 된 논문과 주요 연구 주제와 방법론이 거의 같다. 대신 연구 대상을 유럽의 철강산업에서 한국의 철강산업으로 살짝 바꿨다. 이와 마찬가지로 “Engineering International”에 실린 한 후보자 외조카의 논문 역시 연구 주제, 방법론, 결론에 있어서는 터키 연구자들의 논문을 짜깁기하고 표절했지만 연구 대상만 터키 대신 캘리포니아 지역의 자폐 환자로 바꾸어 놓았다.

▲ 터키 병원 연구자들의 쓴 논문(위), 한 후보자의 조카가 쓴 논문 (아래)

그렇다고 이 논문을 학계에서 흔히 이루어지는 재연 (replication) 연구, 즉 다른 데이터를 통해 선행 연구를 재연한 연구라고 볼 수도 없다. 논문 어디에도 터키 연구자들의 선행 연구에 대한 단 한 번의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이 논문을 재연논문(replication)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이 논문에는 가설 검증 분석값이 없다. 자폐 환자의 잠자는 시간이 코로나 19 이전에 비해 얼마나 줄었는지, 환자 보호자들의 정서 불안 수치가 이전에 비해 얼마나 올라갔는지 , 팬데믹 이전과 이후에 나타나는 자폐 아동의 이상행동 지수는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한 가설을 제시한 뒤 실제 결과값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통째로 생략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결론 부분은 터키 연구자들의 논문과 거의 같다.

논문의 또 다른 문제는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즉 IRB 심의의 문제이다. 한 후보자 조카의 논문은 3-14세인 미성년자 자폐 환자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 건강 정보를 다룬 연구 논문이다. 특히 이들은 취약한 피험자이기 때문에 IRB 승인 절차가 더 까다롭고 엄격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베낀 터키 연구자들의 경우 병원 소속이었기 때문에 내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IRB 심의를 받았다고 명시적으로 언급해 놓고 있다.

그런데 한 후보자 조카 논문의 참여자는 의학은커녕 어떠한 연구 기관에도 소속되지 않은 고등학생들이다. 원칙적으로는 고등학생인 저자들이 학문적으로 인정될만한 방식으로 환자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는지, 어느 기관의 IRB 심의를 받았는지를 반드시 명시해야 하지만 논문에는 이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없다.

공동으로 '스펙 쌓기'하며 방법 전수한 듯

이처럼 한 후보자의 장녀와 조카의 표절과 약탈적 학술지 논문 게재 패턴은 서로 매우 유사하다. 그리고 둘 모두 고등학생들끼리 진행할 수 있는 연구의 수준을 크게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이종 사촌 사이인 이 두 사람은 “팬데믹 타임스”라는 인터넷 언론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했다. 이 모든 점을 감안할 때 두 사람 모두 미국 명문 사립 대학 진행을 목표로 한 스펙 쌓기 활동을 공동으로 진행하며 그 부모들, 즉 한동훈 후보자의 아내와 그 언니를 통해 방법을 전수하고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 측은 “자녀와 공동저자들은 참고문헌, 기업발표 자료 등을 바탕으로 역할을 분담하여 게시글을 작성하였고, 본문 인용 출처 및 14개의 참고문헌 출처를 명시하였으며, 논문 표절검사 전문 사이트인 카피킬러 검사 결과 표절률은 6%로 확인되었다. 또 한국 철강분야를 주제로 하고 있어, 언급하신 문헌과는 주제(철강산업의 디지털화)와 결론이 상이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한 후보자 장녀 논문의 인용 출처 및 참고문헌은, 표절 대상이 되었던 논문에 있던 것을 그대로 옮겨온 것에 불과하며 정작 표절 대상 논문은 참고문헌에 적시하지 않았다. 또 한국 논문의 표절률을 검사하는 '카피킬러'의 경우 이같은 형태의 '교활한 표절'을 제대로 판정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표절 대상 논문의 연구대상이었던 독일 철강 산업을 한국 철강 산업으로 바꿔놓은 것은 표절 의혹을 피하기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뉴스타파 박중석 pjseok@newstapa.org

뉴스타파 최윤원 soulab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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