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하야시 만나 "조속한 관계 개선" 공감..과거사는 '평행선'

박현주 입력 2022. 5. 9. 23:46 수정 2022. 5. 10.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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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중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이 9일 서울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만나 저녁을 함께하며 약 2시간 동안 회담했다. 양측은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조속한 관계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여전히 평행선이었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서울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과 만나 팔꿈치 인사를 하는 모습. 외교부.


"관계 개선 필수 불가결"


외교부는 이날 회담 후 보도자료를 통해 "양측은 최근 엄중한 지역 정세 아래 조속한 한ㆍ일 관계 개선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특히 최근 한반도 상황 및 급변하는 국제 정세 아래 한ㆍ일, 한ㆍ미ㆍ일 간 긴밀한 공조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양측은 "코로나19 상황을 보아가며 한ㆍ일 간 인적 교류를 재활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공감했다. 박 후보자는 하야시 외상에게 "한ㆍ일 간 인적교류를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리기 위해 김포-하네다 노선 재개, 비자 면제 복원 등을 추진해 나가자"고 말했다.

김포국제공항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을 잇는 노선은 코로나19의 여파로 2020년 3월부터 2년 넘게 중단된 상태다. 지난달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일본에 파견됐던 한ㆍ일 정책협의단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를 만나 노선 재개를 요청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코로나19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인적 교류 재활성화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데는 (박 후보자와 하야시 외상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서울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회담하는 모습. 외교부.


"김대중ㆍ오부치 계승, 발전"


박 후보자는 또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1998년 김대중ㆍ오부치 선언(21세기 새로운 한ㆍ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대중ㆍ오부치 선언은 식민 지배에 대한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와 미래지향적 한ㆍ일 관계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선 박 후보자는 "우크라이나의 조속한 평화 안정을 위해 지원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향후 긴밀히 협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야시 외상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을 강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고 주한일본대사관 측이 전했다.

또한 이날 회담에서 하야시 외상은 "가급적 조속한 시일 내 박 후보자의 방일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두 장관 간 기본적인 케미(궁합)가 잘 맞았고, 윤 당선인-기시다 총리의 통화, 한ㆍ일 정책협의단 방일, 한ㆍ일 국장급 협의, 하야시 외상의 방한까지 최근 양국 간 굉장히 좋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케미 좋았지만…과거사는 '평행'


회담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과거보다 우호적이었다는 평가다. 일본 측이 기존에는 미리 준비해 온 메시지를 기계적으로 읽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면, 이날 회담에선 한국 측 입장을 보다 배려하고 단어 선택도 섬세하게 하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다만 하야시 외상은 강제징용,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한국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고 한다. 츠카모토 야스히로 주한일본대사관 국제보도관은 이날 회담 후 취재진과 화상으로 만나 '강제징용,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가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양측은 다양한 현안에 대해 논의했고 한ㆍ일 간에는 1965년 합의(한ㆍ일 청구권 협정)가 있다"며 "그 약속을 지키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야시 외상은 10일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개별 면담을 통해 기시다 총리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달 한ㆍ일 정책협의단이 기시다 총리와 면담 때 전달한 윤 당선인 친서에 대한 답신 성격이다. 일본 외상의 방한은 2018년 6월 고노 다로 외상의 방한 이후 약 4년만이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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