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민 교수, 기생충 논문에 '외고생 공저자' 참여.."부모 부탁으로 연구 동참"

유경선 기자 2022. 5. 1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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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사례를 계기로 고등학생의 대입 스펙쌓기용 논문 참여 문제가 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는데, 기생충학자인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가 과거 지인의 자녀를 논문 저자로 참여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이 논문은 학회지에도 게재됐다. 서 교수는 고등학생이 과학에 흥미를 갖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한 일이었지만 해당 건으로 학교에서 조사를 받고 난 뒤로는 더이상 고등학생을 지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카이스트 경영공학 석사인 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와 미국 시카고대 사회학 박사과정에 있는 강동현씨가 영재고·과학고·외고·자율형사립고와 상위권 일반고등학교 등 213개 고교 소속 980명 학생저자의 논문 558편을 전수조사한 데이터에 따르면, 서 교수는 2013년 출판된 <Spargana in a Weasel, Mustela sibirica manchurica, and a Wild Boar, Sus scrofa, from Gangwon-do, Korea>(한국 강원도 족제비와 멧돼지에서 발견되는 스파르가눔) 논문에 당시 한국외대부속용인외국어고등학교(현 용인외대부고) 학생이던 최모씨를 저자로 참여시켰다.

논문은 스파르가눔증을 일으키는 기생충 스파르가눔이 강원도에 서식 중인 족제비와 멧돼지에서도 새로 확인됐다는 내용으로, 대한기생충학회지(The Korean Journal of Parasitology)에 게재됐다. 용인외고생 최씨가 2번 저자로, 서 교수가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최씨를 제외한 3명의 저자는 서 교수를 포함해 모두 단국대 의대 교수였다. 서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2012년 출판 논문 <Discovery of Endocotyle incana and Spelotrema pseudogonotyla (Digenea: Microphallidae) from Scolopacid Migratory Birds in Korea>(한국 철새에서 발견되는 인칸잔모양단경흡충과 위생식반동굴단경흡충)에도 당시 경기과학고등학교 학생이던 유모씨가 1번 저자로 참여했다. 이 논문 이후 최씨와 유씨가 논문에 참여한 이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기생충학자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김기남 기자


서 교수는 용인외고 학생이던 최씨가 기생충 관련 논문에 참여한 경위에 대해 10일 “솔직히 말하면 (최씨의) 부모가 부탁을 했다. 소논문 같은 걸 좀 썼으면 한다고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고등학생을 연구 활동에 참여시키는 것이 “원래 어릴 때 꿈”이었다며 “잠깐이라도 연구과정에 참여를 해야 나중에 과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쓸데없는 사명감이었다”고 했다.

서 교수는 두 건의 논문에 고등학생이 저자로 참여한 문제로 학교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고등학생이) 1번 저자를 해서 학교에서 조사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조사 이후로는 고등학생을 지도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 스파르가눔 논문에서 최씨의 기여도에 대해서는 “동물에서 기생충을 빼는 일을 해보는 정도였다. 고등학생 수준에 딱 맞는 일”이었다고 했다. 이어 최씨가 실제로 참여한 내용을 적극 소명해서 학교 조사에선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고 했다. 서 교수는 고등학생이 부모의 사적 인연 덕으로 논문에 참여한 데 대해 “(학생 입장에서) 기회는 기회였다”고 했다. 다만 최씨가 의대에 진학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지만 학교의 조사를 계기로 최씨의 부모와 연락이 끊겨 정확한 진로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고등학생 논문을 전수조사한 강태영 대표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펴낸 두 편의 보고서에서 고등학생 전체 저자 중 70%가량이 논문을 한 편만 작성했고, 이후 추가 연구 이력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또 2014년 생활기록부에 논문 작성 이력을 기재하지 못하게 한 이후 고등학생 논문 수가 줄었다고 했다. 고등학생의 논문 참여가 대부분 대입 스펙쌓기용임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강 대표는 “서 교수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례처럼 부모의 인맥으로 참여하는 유형,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처럼 돈으로 이력을 채우는 유형으로 분류된다”며 “전수조사 결과 후자의 유형이 더 높고, 학교가 입시 실적을 위해 이를 조직적으로 장려한 정황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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