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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지방선거, 정치 신인에게 유독 가혹한 까닭

이은기 기자 입력 2022. 05. 11.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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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선거든 정치 신인은 불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6·1 지방선거는 다른 때보다 불리한 정도가 심하다는 말이 나온다. 대선과 겹친 데다 공천 일정도 늦어졌기 때문이다.
4월25일 강원도 춘천시에서 각 당의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이 택시 기사들에게 명함을 건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

“어라 심상정이 아니네?” 경기 남양주시의원(남양주시 바선거구)에 도전한 장형진 정의당 예비후보가 명함을 돌릴 때면 자주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한창 명함을 돌리던 2월 말이 3·9 대통령 선거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이들은 각각 2월1일(시장·도지사, 교육감), 2월18일(시·도의원, 구·시의원 및 장), 3월20일(군의원 및 장)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이 가능했다.

지방선거에 처음 출마한 ‘정치 신인’들은 서둘러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주민들에게 얼굴을 알리는 게 유리하다.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선거사무소를 세우고, 명함을 나눠주고 선거운동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는 등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대통령 선거와 겹치면서 예비후보들에게 주어진 선거운동 시간이 짧았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대선 레이스에서 치열한 접전이 계속되자 대선 기간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예비후보들의 후보자 등록이나 선거운동을 제한했다. 1월5일 민주당은 “일부 지방의원이 대선 승리보다 자신의 선거 승리에 혈안이 돼 있다(강훈식 당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본부장)”라며 대선후보 당선 기여도에 따라 지방선거 공천 여부를 보장하겠다고 발표했다. 1월24일 국민의힘은 “대통령 선거에만 집중해달라는 의미(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라며 대선 전까지 지방선거에 예비후보들의 현수막 설치, 명함 배부 등 개인 선거운동을 전면 금지했다.

장형진 정의당 예비후보는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 2월18일 등록을 마쳤다. 경기 남양주시 바선거구에서 유일하게 3월9일 대통령 선거 이전에 예비후보 선거운동을 시작한 후보자다. 당에서도 적극적으로 지방선거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권유했다. 하지만 장 예비후보가 현장에서 만난 많은 시민의 관심사는 지방선거가 아니었다. 심상정 당시 정의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 선거운동을 하는 게 이기적으로 비치지 않겠느냐는 걱정도 있었다. 명함을 돌리는 것 외에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드는 등의 적극적인 선거운동은 삼갔다. 대선을 바로 앞둔 3월4일부터는 명함도 돌리지 않았다. 장 예비후보는 “정당에서 (법이 정한) 공식 선거운동을 제한한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지만 거대 양당에서 선거운동을 허락했어도 (예비)후보들이 적극적으로 하긴 어려웠을 거다”라고 말했다.

공천 룰을 결정하고 공천 일정을 확정하는 등 당 차원의 지방선거 준비도 예년보다 늦게 시작됐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2018년 6·13 지방선거 10여 개월 전인 2017년 8월28일 지방선거기획단을 구성하고 선거 준비에 돌입했다. 이번엔 2022년 3월23일에야 지방선거기획단이 꾸려졌다. 6월1일 지방선거를 70일 앞둔 시점이다. 젊은 정치인 육성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단체 뉴웨이즈 박혜민 대표는 공천 룰 논의가 2021년엔 끝났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청년 30% 의무 공천이 당의 중요한 방침이면 작년 말에 결정이 됐어야 (선거를 준비할) 시간이 있다. (예비)후보자 입장에선 결정이 나니까 예비후보 등록 기간이 이미 지나 있고 본선거도 코앞이다. 출마를 결심하고 그 선거를 준비하는 기간이 너무 적어서 신인들에게 힘든 선거다.”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구갑 당협위원장은 2021년 9월에 지방선거 예비후보자에게 공천 기준을 밝혔다. 일찍 평가 기준을 세워서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에게 선거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 것이다. 도봉구갑 2개 선거구에선 1988년생과 1990년생이 당선 가능성이 높은 ‘가’번에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됐다. 김 위원장은 “경선만 원칙으로 두면 정치 신인이 공천되기 어렵다. 역량이 된다면 나나 이준석 대표가 그랬던 것처럼 기회를 부여받고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반복되는 선거구 획정 지연도 문제

대선 이후에야 당이 지방선거 준비를 시작하면서 공천 일정이 촉박하게 진행됐다. 민주당은 기초·광역의원의 30% 이상을 청년(만 45세 이하)과 여성으로 의무 공천하겠다고 약속했다. 경기 용인시의원(용인시 다선거구)에 출마한 청년·여성 이설아 민주당 예비후보가 받아든 결과는 달랐다. 4월22일 민주당 경기도당은 이 예비후보가 출마한 경기 용인시 다선거구 공천 방식을 경선으로 결정했다. 출마자 3명이 경선한(권리당원 투표 100%) 후 결과에 따라 두 명을 가번, 나번으로 공천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예비후보는 곧바로 이의를 제기했다. “무조건 공천을 달라는 게 아니다. 당의 약속을 믿고서 출마한 청년들이 있는데, 당이 말을 뒤집은 것에 대해서 정확한 해명과 사과가 필요하다.” 이의 신청을 한 지 3일이 지난 4월25일에도 ‘후보자 등록일인 5월12일 이전까지 경선이 끝나겠지’라는 막연한 짐작 외엔, 언제 재심 결과가 나올지, 경선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인지도를 확보한 예비후보에게도 시간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황상무 전 KBS 앵커는 김진태 전 의원과의 강원도지사 국민의힘 경선에서 패배했다. 황 전 앵커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당내 경선(책임당원 50%, 국민 여론조사 50%)에서 당원들은 오랜 결속력이 있어서 잘 안 움직인다. 당심을 잡아야 하는데 저 같은 정치 신인이 대선 마치고 한 달 열흘 동안 파고들기가 쉽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강원도지사 후보로 황상무 전 앵커를 단수로 공천했다가 김진태 전 의원이 반발하며 ‘윤심(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의중) 공천’이란 비판이 일자 경선으로 결정을 뒤집었다.

매번 반복되는 선거구 획정 지연도 정치 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변수다.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선 광역의원 정수 및 선거구 획정안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018년 3월5일 국회를 통과했다. 선거구는 선거일 6개월 전에 획정돼야 한다고 공직선거법에 명시돼 있다. 이번 6·1 지방선거에선 대선과 겹치며 선거구 획정이 더욱 지연됐다. 선거일을 50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4월15일에야 국회의 선거구 획정안이 처리됐다.

전국 단위 선거에 비해 유권자 수가 적은 지방선거에서, 특히 시·군·구 단위의 의원 후보자들은 한 표, 한 표 세면서 주민을 만난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어떻게 전략을 세워 주민을 만나야 할지 결정하기 어렵다. 장형진 정의당 경기 남양주시의원(남양주시 바선거구) 예비후보도 4월15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선거구가 하루아침에 ‘다산1동, 다산2동, 퇴계원, 진건’에서 ‘다산1동, 다산2동, 양정’으로 바뀌었다. 예비 공보물 인쇄를 앞두고 선거구가 바뀌어 선거비용 출혈은 없었지만, 퇴계원·진건 주민들을 만나고 준비했던 공약을 이번 선거에서 쓸 수 없게 됐다.

왜 더 많은 정치 신인이 지방의회에 진입해야 할까?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정치 신인이 많아져야 의회가 다양해진다. 의사결정권자가 다양해지면 지방의회가 여러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볼 수 있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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