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北 야간 열병식, 내가 현송월에 조언".. 법조계 "이적 행위"

장상진 기자 입력 2022. 5. 11. 11:22 수정 2022. 5. 11. 18: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卓, 경향신문 인터뷰서 밝혀 이적 행위 논란
"'극적 효과' '감동' 주고, 보여주기 싫은 부분 안보이게 가능"
법조계 "利敵 의도까지 스스로 밝혀, 형법 적용 검토해야"

2020년 10월 10일 0시, 북한이 역사상 처음으로 야간 열병식을 열었다. 화려한 조명 아래 진행된 이 열병식에서 북한은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함께 북극성 3형보다 큰 신형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 4A 등을 공개하며 한국과 미국을 위협했다. 효과가 좋다고 판단했는지, 북한은 작년에도 야간 열병식을 열었다.

이러한 야간 열병식의 아이디어 제공자가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라고 탁 비서관 본인이 언론 인터뷰에서 자랑했다. 자신이 현송월에게 직접 조언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형법상 이적죄와 국가보안법 등의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8년 4월 북한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합동공연 리허설을 준비하기 위해 만난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 /사진공동취재단

탁 비서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종료에 맞춰 10일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했다. 이 인터뷰에서 탁 비서관은 북한 야간 열병식과 관련, “2018년 현송월 (당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과 연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현 단장은 연출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결정권한이 있었다. 마지막에 만났을 때 열병식은 밤에 하라고 내가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탁 비서관과 현 단장은 2018년 4월 평양에서 남북합동공연을 함께 준비했었다.

탁 비서관은 그 이유까지 상세히 설명했다. 북한군의 ‘극적효과’와 ‘감동’을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밤에 해야 조명을 쓸 수 있고, 그래야 극적 효과가 연출되니까요. 보여주고 싶은 것만 밝게 보여주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은 어둡게 만들어버리면 되니까요. 그래서 밤행사가 낮행사보다 감동이 배가돼요. 이후 북한은 계속 밤에 열병식을 했어요. 북한의 연출이 조금씩 세련되어져가고 있어요”라고 했다.

실제로 조선중앙통신은 2020년 8월 13일 북한 김정은이 주재한 정치국회의에 대해 “모든 경축 행사들을 최상의 수준에서 특색 있게 준비해 당 창건 75돌에 훌륭한 선물로 내놓을 수 있는 대정치 축전으로 되도록 하기 위한 해당한 대책을 강구했다”고 보도했다.

4월 26일 북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을 맞아 열린 야간 열병식./노동신문 뉴스1

북한 야간 열병식 후 국내 군사 전문가들은 “야간이어서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무기의 식별이 쉽지 않았다”는 평가를 냈다.

최근 화제가 된 김정은의 뮤직비디오 스타일 군사 영상도 탁 비서관은 자기와 관련 지었다. 인터뷰에서 “김정은 뮤직비디오처럼 연출했잖아요. 거기에 내가 영향을 좀 주지 않았나 싶었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해당 영상은 유광 점퍼에 선글라스를 낀 김정은이 슬로 모션으로 미사일 격납고에서 나오는 장면으로 화제가 됐다. 할리우드 영화 ‘탑건’의 한 장면 그대로였고, 김정은이 시계를 보다가 선글라스를 벗는 장면은 짧은 영상을 리듬감 있게 반복하는 편집 방식으로 처리했다. 싸이의 뮤직비디오 ‘강남스타일’에서 사용한 코믹 기법이다. 공중에서 드론으로 찍은 탄도 미사일 장면을 고속 회전시키는 기교까지 부렸다.

당시에도 국내에선 ‘북한에 탁현민 같은 존재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탁 비서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열병식의 기본적인 목적이 ‘군사력을 과시함으로써 자국의 사기를 높이고, 적국을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야간 열병식에는 적국이 무기를 자세히 식별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최근 검사장으로 퇴임한 A 변호사는 “탁 비서관 본인이 ‘북한군을 이롭게 할 의도’까지 인터뷰에서 자백한 만큼, 형법상 이적죄와 국가보안법 적용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