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장애예술인③] "느리고 더딜지라도..편견 없는 공연문화 만들고 싶죠"

박정선 2022. 5. 1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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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배우가 언급한 '핸드스피크'는 다양한 수어 문화예술 콘텐츠를 기획·제작해 농인 예술가들의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한편으로는 씁쓸함이 남죠.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으로서는 분명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이런 꼬리표는 그만큼 낮은 기준, 낮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는 거잖아요. 그래도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고 꾸준히 하다보면 관객들도 저희를 한 명의 배우로 봐주는 날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 농인과 청인 구분 없이 누구나 편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길 바라요." (김우경 극단팀 리더)이런 편견은 정정윤 대표가 핸드스피크를 설립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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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스피크 정정윤 대표 외 아티스트 인터뷰
"'장애'란 이유로 얻지 못한 기회 만들고 싶어"
"장애는 꿈 꾸는 것과 상관 없어야"

#농인 배우 조하영은 고등학교 시절, 미국 드라마 ‘콴티코 시즌3’의 배우 말리 매트린을 보고 배우를 꿈꾸게 됐다. 그는 “우연치 않은 기회에 그림 연극 ‘난파’에 참여하게 됐고, 본격적으로 핸드스피크에 입단해 심도 깊은 배움과 좋은 경험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인 배우 금예지는 편견과 싸우다 희망을 잃는 경험을 겪어야 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편견 때문에 배우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었다”면서 “어느날 SNS를 통해 핸드스피크라는 단체를 알게 됐고, 다시 배우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핸드스피크

두 배우가 언급한 ‘핸드스피크’는 다양한 수어 문화예술 콘텐츠를 기획·제작해 농인 예술가들의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2010년 댄스팀을 만든 농인 예술가 3명과 공연 기획사 담당자로서 인연을 맺은 정정윤 대표의 의기투합으로 시작돼 10여년 동안 꾸준히 규모를 키워오고 있다. 3명으로 시작한 이 단체에는 현재 25명의 아티스트들이 활동 중이다.


“해외 공연에 초청을 받으면서 해외와 국내의 장애예술 시스템의 차이를 느꼈고, 그렇게 느낀 사회문제가 피부로 와 닿았어요. 해결할 방법을 같이 고민하면서 핸드스피크를 설립하게 됐죠. 끼와 열정이 많음에도 아티스트들에게 ‘장애’란 이유로 부족했던 예술 교육의 환경, 주체적으로 창작하고 다양한 장르에 활동을 할 수 있는 예술 시스템의 부재가 곧 농인 아티스트들에게는 기회 부족으로 연결되는 것 같더라고요.”


핸드스피크에서는 아티스트들이 직접 기획에 참여하고, 주체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창작할 수 있도록 한다. 여기에 필요한 맞춤형 예술 교육들을 만들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 핸드스피크에는 극단, 댄스팀, 영상미디어팀, 디자인팀, 수어통역팀 등이 운영되고 있고, 댄스 연기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배리어프리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대부분 관객을 위한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작 무대 위에 오르는 장애예술인이나, 창작자들에게는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써야할 것 천지고, 곳곳에 예상치 못한 고충이 늘 산재해 있다.


“의사소통의 문제가 가장 불편한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끔 수어 통역사가 없을 때 촬영장소 대여 담당자나 문의 전화 등을 받아야 하는데 청인들과 제대로 대화가 되지 않아 당황하거나 곤란한 상황이 많이 생기죠.”(김승수 영상미디어팀 리더)


“창작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거예요. 얼마나 고통스럽고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그런데 장애예술인들은 소통의 부재로 인해 때론 벽에 부딪히거나,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죠. 사람으로서 자아를 존중해주듯이 장애가 아닌 예술가로서 자아를 존중해준다면 분명히 장애예술인들도 단단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이송지 디자인팀 리더)


KBS '다큐 인사이트-농인셋 청인하나' ⓒKBS

핸드스피크의 콘텐츠는 장애를 뛰어 넘는다. 가요를 수어 버전으로 만든 뮤직비디오 시리즈가 10만 조회수를 넘기는 등 농인과 청인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농인과 청인 배우가 함께한 연극 ‘사라지는 사람들’을 선보이기도 했고, 소속 배우 박지영이 지난 3월 청인과 함께 출연한 국립극단의 ‘이것은 어쩌면 실패담, 원래 제목은 인투디언노운’(미지의 세계로, 엘사 아님)으로 올해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여자연기상 후보에 올랐다.


“무대가 완성되기까지 대사를 분석하면서 감정 연구를 하는 것은 기본이잖아요. 그런데 대사 분석 전에 먼저 수어로 번역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상황에 따라서는 맞는 수어를 연구해도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리액션이 달라지듯이 수어도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다시 번역을 해야 하는 상황도 많아요. 일상 수어는 너무 쉽고 당연한 거지만, 공연에선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수어는 또 다르죠. 관객들에게 작품의 온전한 메시지가 와닿을 수 있도록 곱절의 노력이 필요해요.” (이혜진 배우)


가장 힘든 건, 편견이다. 늘 배우라는 타이틀 앞엔 ‘농인’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예컨대 ‘농인인데 연기를 잘하네’라는 식이다.


“한편으로는 씁쓸함이 남죠.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으로서는 분명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이런 꼬리표는 그만큼 낮은 기준, 낮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는 거잖아요. 그래도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고 꾸준히 하다보면 관객들도 저희를 한 명의 배우로 봐주는 날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 농인과 청인 구분 없이 누구나 편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길 바라요.” (김우경 극단팀 리더)


이런 편견은 정정윤 대표가 핸드스피크를 설립한 이유이기도 하다.


“설립 때부터 방향성은 늘 하나였어요. 장애는 꿈을 꾸는 것과 상관이 없어야 하고, 이제 막 ‘꿈’과 손을 잡고 삶을 던져 길을 걷고 있는 아티스트들에게 세상과 타협하게 하지 말자고. 그래서 남들이 보기엔 핸드스피크의 걸음이 느리고 더딜지라도, 아티스트들의 삶이 행복한 것만으로도 괜찮다고요. 우리만의 발걸음으로 증명해내는 것들이 곧 농인 후배들, 다음 세대의 사람들에게는 덜 불편하고 덜 어렵고 조금 더 많은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정정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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