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서울경제

'칩4'서 IPEF·북핵까지.."日과 힘합쳐야 경제안보 방파제 높아져"

박경은 기자 입력 2022. 05. 11. 17:25 수정 2022. 05. 11. 19:05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한일 'DJ-오부치 선언 2.0시대' 열자-국익 위한 한미일 공조 시급
中 반도체 굴기 속 北 핵실험 위협
美·日 주도 경제협의체도 힘받아
글로벌 '연합전선'에 韓 참여 중요
日과 협력해 핵심산업 공급망 강화
지소미아 복원, 북핵 억지력 높여야
[서울경제]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관계 복원을 핵심 외교 과제 중 하나로 제시한 것은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서 한일 간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탓이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산업과 공급망은 국가의 핵심 안보 분야로 자리 잡게 됐고 이에 따라 한미 경제 협력뿐 아니라 한미일 경제동맹체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북핵 위협이 고조되며 전통적 안보 동맹의 결집이 중요해진 만큼 한일 관계의 회복은 양국 모두에 호혜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한미일 동맹이 국익에 부합해=외교가에서는 현재의 국제 정세를 고려하면 한미일 3각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평가한다.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도태평양과 동북아시아를 둘러싼 국제 역학 관계가 불안한 만큼 전통적 동맹의 강화로 안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미중 간 반도체 패권 싸움은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2015년 5월 ‘제조 2025’를 발표하며 이른바 ‘반도체 굴기’를 확장하고 있다. 세계 최강의 산업 대국인 미국에 선전포고를 한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미국 역시 맞불을 놓았다. 이른바 ‘반도체 칩4(CHIP4)’ 카드를 꺼낸 것이다.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벽’을 구축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한다는 구상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일본·대만을 모두 참여시킨다는 게 미국의 계획이다.

우리가 세계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칩4 출범에 적극 발을 담가야 한다는 것이 외교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칩4 동맹과 관련해 아직은 진행되는 바가 없다”면서도 “미국 대통령이 웨이퍼를 직접 들고 흔드는 등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느냐. 언제든 살아날 수 있는 이슈”라고 언급했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반도체 동맹 출범에서 배제될 경우 우리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초기부터 민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일본 주도의 경제협의체 지속 부각···“배제될 경우에 위험해”=이른 시일 내에 출범될 것으로 보이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위해서도 한일 간 협력은 불가피하다. IPEF는 현재 한미일과 호주·뉴질랜드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12~13일 미·아세안(ASEAN) 정상회의를 통해 IPEF 회원국을 보다 늘리고 본격 출범시킬 예정이다.

협의체가 출범하면 한국은 IPEF가 다루는 디지털·공급망·기후·에너지 등 다방면에서 일본과 협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가입을 추진 중인 CPTPP 역시 마찬가지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관세 철폐 및 경제 통합을 목표로 하는 경제협의체로,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가 일본과의 대립을 거두고 한일 협력, 한미일 3각 공조에 충실히 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한일이 과거사 문제를 넘어 경제적으로 협력하고 한일·한미일이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원론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마치 중국을 배제하는 듯한 모습이 보여서 우려가 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 그렇다”면서 “특히 미일 안보 협력이 최근 경제안보적 측면에서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은 올해 1월 미국과 외교·국방장관(2+2) 협의를 넘어 외교·경제장관(2+2) 협의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최 교수는 “이런 미일 공조 흐름 속에서 한국이 배제되면 오히려 더 불리할 수 있다”며 “이제 동맹보다는 연합 전선을 형성하는 측과 그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측 간에 서로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함께할 수 있는 국가들과 힘을 합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일이 과거사 갈등의 연장선 상으로 상호 단행한 수출 규제 조치를 하루빨리 철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북 대응에도 한일 협력 불가피···북핵 억지력 높여야=경제 협력뿐 아니라 북핵 대응 등 안보 분야에서도 한일 간 협력의 필요성은 증대되고 있다. 북핵 위험성이 고조되면서 한미일의 공동 대응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미국 국무부는 이달 중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선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매년 연장해오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도 과거사 문제로 막혀 조건부 유예된 상태다. 최 교수는 한일 간 안보 협력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우리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너무 엄중하다”며 “일본으로서도 북한 문제는 실존적인 위협이어서 한국과의 안보 협력에 대한 필요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소미아 상설화 등 한일 협력 관계를 강화해 북핵 억지력을 높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경은 기자 euny@sedaily.com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