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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잘 달릴수록..냉가슴 앓는 이 업종

김정석 입력 2022. 05. 12. 17:51 수정 2022. 05. 1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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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 확산에 인력 이탈
내연기관 차량보다 일감 없어
예비정비사 5년새 1만명 급감
수입 더 좋은 배달업계로 이동
전국 주유소·정비소 감소 추세
업종전환·재교육 등 지원 필요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는 추 모씨(51)는 재작년 코로나19 이후 직원 없이 혼자 일하고 있다. 10년 동안 함께 일했던 직원이 갑자기 그만두면서 새로운 사람을 구하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정비 수요가 적어 젊은 정비사들이 하나둘씩 업계를 떠나고 있다. 추씨는 "배달처럼 돈을 잘 버는 일도 많은데, 굳이 젊은 사람들이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며 "정비소 사장들은 10년쯤 뒤에 전기차로 바뀌면 은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차 보급이 빨라지면서 내연기관 자동차의 후방 산업이 찬바람을 맞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정비소와 주유소인데, 당장은 내연기관 차량 비중이 90%를 웃돌기 때문에 영업이 어렵지 않지만 신규 인력이 유입되지 않으면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는 자동차 정비사 시험 응시 인원만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12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자동차정비기능사 필기시험에 2016년 2만4061명이 응시했으나 2021년엔 1만4935명으로 1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자동차 정비는 체력을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젊은 층이 기피하는 편이었지만, 친환경차 보급이 빨라지면서 인력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긱이코노미'(필요에 따라 일을 맡기고 구하는 형태)가 나타나면서 인력 유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권혁민 전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 부장은 "요즘 자동차검사정비 산업에서 고령화가 뚜렷해졌다"며 "연합회에서 고령화 문제를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는데, 전기차가 늘어나다 보니 참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엔 전국에 2만5108대뿐이었던 전기차가 2021년 들어서는 23만1443대로, 10배 가까이 증가했고 2017년엔 170대밖에 없었던 수소차는 2021년엔 1만906대로 60배 넘게 늘어났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포함한 친환경차 비중도 2017년 1.5%에서 2021년 4.7%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와 반대로 주유소와 정비소는 줄어드는 추세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7년 자동차 정비소는 5573개였는데, 지난해 말 5494개로 줄었다. '부의 상징'으로 통하던 주유소 또한 감소하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전국에 주유소는 2017년 1만2007개가 있었지만 2022년 4월 기준 1만1267개까지 줄었다. 자동차 정비소와 주유소는 모두 철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업종 전환이 쉽지 않다.

업계는 내연기관 후방 산업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동위 한국주유소협회 차장은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수소차로 넘어가는 시점이 다가온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며 "다만 급속한 변화에 산업을 방치하기보다는 폐업 지원 등으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 또한 친환경차 보급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후방 산업 육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한국은 현재 친환경차 후방 산업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다"며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정부가 정비사들을 재교육하거나 주유소 또한 전기차 충전소로 업종을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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