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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M] "고시원은 나의 것"? - 2명 사망 '고시원 비극'의 전말

손하늘 입력 2022. 05. 13. 18:52 수정 2022. 05. 1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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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폭파하겠다"던 고시원 농성자들‥갑작스런 연락 두절>

재건축으로 철거를 앞둔 8층짜리 건물을 25일째 점거하고 농성을 벌여온 52살 남성과 68살 여성의 안위에 뭔가 이상이 감지된 건 어제 오후였습니다.

고시원이 입점한 6층 상가의 소유주가 "갑작스레 이들과 연락이 안 된다"며 경찰과 소방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내부 상황을 확인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위기협상을 전담하는 대화경찰이 조금만 다가가도 "강제로 퇴거시키기 위해 접근하는 것이냐"며 "다가오면 LPG 가스를 폭파하겠다"고 위협했기 때문입니다.

인천 도심 간석오거리에 위치한 건물이다 보니 가스가 폭발하기라도 하면 경찰관·소방관은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초대형 인명피해를 낳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LPG 가스통을 하나씩 제거하면서 조심스레 접근하기를 몇 시간째, 이들이 점거농성 중인 방 문앞까지 경찰과 소방이 도착했습니다.

하나, 둘, 셋‥ 강제로 문을 열고 덮쳤습니다.

가스 폭발을 위협하며 요란하게 대치하던 이들은, 농성 25일째 되던 저녁 7시 반, 고요함과 적막함 속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사후강직까지 나타난 상태였습니다.

숨진 지 몇 시간이나 지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고시원내 가스 농도 높아"‥가스누출 사고? 극단 선택?>

밤늦게 운구차가 도착했고 숨진 이들이 차례로 실려 나왔습니다.

소방당국은 이들이 농성하던 고시원 내부로 들어가 기체 성분을 측정했습니다.

고시원에서는 LPG통에 담겨 있던 프로판가스와 부탄가스 등의 농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고, 상대적으로 산소 농도는 낮게 나왔습니다.

프로판과 부탄은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누출될 경우 차곡차곡 쌓여 의식을 잃게 됩니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소방당국의 이같은 측정 결과를 토대로 이들이 질식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정확한 사인을 밝하기 위해 내일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시신을 부검할 계획입니다.

이들이 농성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인지, 또는 시위 용품으로 쌓아놓은 LPG가스가 누출돼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인지도 밝혀야 할 대목입니다.

경찰은 현재까지 어느 한 쪽으로 가능성을 좁히지는 못했습니다.

하룻밤이 지난 오늘도 경찰은 형사들은 물론 과학수사대와 폭발물 처리반을 고시원 건물에 투입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현장 감식이 아직 끝나지 않은 건물 입구는 여전히 통제선이 쳐져 있었고, 제복 차림의 경찰관 네 명이 경계근무도 서고 있었습니다.

<이주비로 8억 원 요구?‥알고 보니 '재건축 보상금' 실소유주 갈등>

이들이 고시원을 점거하고 가스 폭발을 위협하면서 농성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가장 관심을 모은 건 농성 이유였습니다.

사건 초기에 "이들이 다른 고시원으로 옮겨갈 이주비를 요구한다"는 보도가 잇따랐고, 이 때문에 지옥고(반지하·옥탑·고시원)의 굴레에 내몰린 주거빈곤층이 더이상 갈 곳이 없어지자 최후의 항전을 하는 현장이라고 잘못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인근 주민들과 상인들 사이에서는 "농성자들이 보상금으로 8억 원을 요구한다"는 뜬소문이 퍼지면서 "이주비 치고는 너무 생떼를 부리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뜬소문 모두, 결론적으로 절반만 맞고 절반은 틀린 소문들이었습니다.

인천 남동경찰서의 설명과 건물 등기부등본 등 자료를 종합하면, 숨진 52살 남성은 "이 고시원은 내 소유인데, 내 동의도 없이 철거를 당하는 것은 너무 억울해서 못 나간다"고 주장하며 농성에 돌입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건물주가 따로 있는데도 고시원이 내 소유라니,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이 남성은 지난 2015년부터 고시원 '원장' 역할을 하며 고시원 관리를 총괄해 왔습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005년에는, 고시원이 있는 상가 6층을 남성의 아내가 매입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고시원은 원래는 남성 부부의 소유가 맞았던 것입니다.

이로부터 7년이 지난 2012년, 남성은 동갑내기 친구에게 이 고시원을 팔아 넘겼고, 고시원은 친구의 소유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양 측의 진술이 엇갈립니다.

남성은 "사업을 하는 친구가 급하게 담보로 잡을 부동산이 필요하다고 해, 단지 고시원 명의자만 넘겨줬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이 친구는 고시원을 넘겨받은 직후 채권자인 건설자재 제조 업체에게 근저당을 설정해 줬습니다.

반면, 고시원을 넘겨받은 친구는 정상적인 매매 계약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3억 5천만 원에 고시원을 넘기기로 매매 계약서를 작성했고, 관할 등기소에는 3억 3천만 원에 매매를 했다고 신고했습니다.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인지를 놓고 민사 소송이 진행되던 중 남성은 돌연 숨졌습니다.

다만, 경찰은 이들 사이에서 부동산 가액에 해당하는 금전이 오갔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니까, 서류상의 '명의 이전'이라기보다는, 매매계약이 실제로 실행됐다고 보는 것이 진실에 더 가깝다는 설명입니다.

결국 남성이 요구했던 8억 원의 실체는, 건물 재건축에 착수한 건설사가 지난해 고시원 소유주인 친구에게 지급한 보상금의 액수였던 것입니다.

<조만간 건물은 헐릴 터인데‥'실체적 진실'도 저 너머에>

이처럼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 너무 억울하다"고 주장하며, 고시원 원장인 남성은 고시원 주민 3명과 함께 점거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물과 전기가 끊기고 철거 용역업체와 대치하는 극한의 상황에서, 농성자들은 급기야 "LPG 가스통을 폭파시키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경찰의 끈질긴 설득에 농성자 4명 가운데 2명은 하루만에 건물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2명은 전문적인 위기협상팀을 투입해 설득해봐도 대화가 거의 통하지 않았고, 사태는 한 달 가까이 장기화됐습니다.

고시원장인 남성과 함께 점거를 이어가다 숨진 68살 여성 거주자는 철거용역들의 폭력에 항의하기 위해 농성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억울한 사정이 있다"며 신문과 방송에도 자신들의 주장을 적극 알리려고 했습니다.

그간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인천경찰청과 남동경찰서는 "언론의 과도한 스포트라이트가 농성자들을 자극할 수 있으니, 취재를 유예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MBC는 경찰 위기협상팀의 요청을 받아들여 내부 농성인력에 대한 취재를 자제하기로 판단하고 우회 경로를 통해 취재를 이어왔습니다.

가스폭발 우려에 한 달 가까이 통행이 막혔던 인근 주민들과 상인들은 복잡한 심경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상인들은 "대치 상황이 이어지면서 골목에 경찰차와 소방차가 빼곡했고, 장사를 거의 하지 못했다"면서도 "상인들도 힘들었지만 경찰관과 소방관이 잠도 못 자면서 장기간 고생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이 마지막까지 점거했던 8층짜리 건물에는 이제 아무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경찰의 현장 감식이 끝나는대로 건물은 헐립니다.

이들이 숨진 원인이야 부검과 현장감식을 통해 밝혀질 것입니다.

다만 한 달 가까이 인천 간석동 일대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극한의 대치 사건은, 저 너머에 진실을 남겨둔 채로, 허물어지는 건물과 함께 역사 속으로 묻히게 됐습니다.

취재: 손하늘, 지윤수, 유서영 / 영상취재: 임정환, 남현택, 김재현

(손하늘sonar@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368456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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