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경향신문

[사설] 보훈·법제처장 꿰찬 전직 검사들, '성비위' 경고받은 비서관

입력 2022. 05. 13. 20:40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경향신문]

이완규 신임 법제처장이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민식 신임 국가보훈처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13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성애를 ‘정신병의 일종’이라 주장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비하하는 등 혐오 발언으로 비판받아온 김성회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이 13일 결국 물러났다. 김 비서관은 과거 막말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조선시대에는) 여성 인구의 절반이 주인인 양반들의 성적 쾌락 대상이었다”고 적어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상황을 지켜보겠다’던 대통령실은 여당에서까지 사퇴 요구가 나오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사실상 경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비서관 한 사람으로 인사 논란이 잦아들 것 같지는 않다. 대통령실과 내각에 또 다른 부적격 인사들이 적지 않아서다. 잘못된 인선은 지금이라도 바로잡는 것이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는 일이다.

당장 윤재순 총무비서관이 검찰 재직 때 성비위 문제로 두 차례 감찰을 받고 기관장 경고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실은 “기관장 경고는 해당 사안에 참작할 점이 있고 경미할 때 이뤄지는 조치다. 정식 징계 절차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어물쩍 넘어가려 해선 안 된다.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 살림을 맡아보는 요직 아닌가.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계받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에서 인연을 맺은 ‘윤석열의 사람들’이다. 윤 대통령이 이들을 계속 감싼다면 ‘정실인사’ ‘연고주의’에 대한 비판은 더 커질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반지성주의’를 언급했는데, 이런 부적격 인사들을 감싸는 행태야말로 반지성주의로 비친다.

이날 발표된 처장·차관·외청장 21명 인사도 측근 챙기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법제처장에 임명된 이완규 전 검사는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사법연수원 동기다. 게다가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징계 취소소송에서 법률대리인을 맡았다.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입법 후속작업에서 핵심 역할을 할 법제처에 최측근을 앉힌 것인데, 이래서야 법제처 업무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겠는가. 주로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맡아오던 국가보훈처장에 박민식 전 의원을 임명한 것은 전형적 보은인사다. 윤 대통령의 검찰 후배인 박 전 의원은 경기 성남 분당갑 보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가,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분당갑 출마 선언 직후 출마를 접었다. 보훈처장 임명은 이에 대한 ‘보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강조해온 능력 위주 인사가 연고주의·정실인사로 귀결되고 있음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인사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이날까지 발표된 차관 및 차관급 인사 41명 중 여성은 2명(4.9%)에 불과하고 40대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을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공화국’ ‘검찰 공화국’으로 만들 셈인가. 다양성을 고려한 통합·균형인사는 지도자의 ‘배려’가 아니라 ‘의무’다. 윤 대통령은 온 국민을 대표하는 지도자로서 이 의무를 새겨야 한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