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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5년 된 회사에 50조가 몰린 코인 광풍.. 코인런은 예고돼 있었다

김참 증권부장 입력 2022. 05. 14.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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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투자 광풍은 수많은 젊은 부자를 만들었다. 암호화폐인 코인을 만든 사람도, 코인에 투자한 사람도 돈방석에 앉았다.

흐름을 타고 남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은 부자가 된다. 그런 사람이 있어야 부모에게 넉넉한 재산을 물려받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도 희망이 생긴다.

이 과정에서 무수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코인 투자 광풍에 대한 우려는 수년 전부터 나온 이야기다. ‘코인은 사기다’, ‘언제든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말에도 꿋꿋하게 버틴 자들이 적어도 지금까진 승자가 됐다.

규제 없는 시장에 돈이 몰리는 것은 정부가 원하는 일이 아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국내 법 제도는 항상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급조돼 만들어진다.

당연히 이런 시장에서는 투자자를 지켜줄 안전장치가 없다. 규제 없는 시장의 발 빠른 초기 참가자는 이런 위험을 알고 투자한다. 그래서 거품이 터지기 전 그들은 먼저 털고 나온다. 문제는 뒤늦게 이 시장에 들어온 참가자들이다. 통상 이들의 차례에서 거품이 터지고, 환상은 깨진다. 최근 루나 코인 사태가 이에 해당된다.

루나 코인은 스테이블 코인(가격 변동성을 줄인 가상 화폐) 테라를 뒷받침하는 용도로 발행된 암호화폐다. 테라는 코인 1개당 가치가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됐다. 문제는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테라의 가치가 흔들리면서다. 테라 시세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루나가 급락했다.

다른 스테이블 코인은 현금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을 담보로 한다. 그런데 테라는 이런 안전자산 없이 가격 하락 시 유통량을 줄이고, 상승하면 루나를 사서 가치를 유지하는 알고리즘 구조로 만들어졌다. 웹(WEB) 3.0정신이니, 탈중앙화 구현이니 하는 공허한 명분을 앞세웠다. 담보 없이 스테이블 코인의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코인 발행 회사의 신뢰도가 은행보다 더 높아야 한다. 그런데 창업한 지 5년도 안된 코인 발행 회사에 무려 50조원이 몰려 있었다.

투자자들의 탐욕과 광기로 쌓은 탑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루나는 지난달 119달러까지 치솟으며 가상화폐 시가총액 50조원에 육박했지만, 현재 0.00005달러까지 내리며 코인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루나를 상장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주요 거래소들도 루나에 대한 입출금을 제한한 상태다.

권도형 테라 코인 대표는 트위터로 투자자들을 안심시켰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그는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처럼 돈이 많거나, 시장을 주도할 정도의 영향력이 있는 인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깨진 신뢰 회복을 위해선 어설프게 머스크 흉내나 내며 트위터로 몇 줄 날리기보단 투자자들 앞에 서서 위기 극복을 위한 방법을 제시했어야 했다.

루나 코인 투자자들은 IT와 금융에 밝고, 새로운 트렌드에 발 빠른 MZ세대가 주축이다. 이들은 기성세대보다 코인 투자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이들에게 코인은 위험하니 투자하지 말라고 권유해도, 계속해서 투자를 할 것이다. 다만 이들도 일확천금을 꿈꾸며 규제 없는 곳에 투자하면 위기 발생시 정부가 나서서 지켜줄 방법이 없고, 투자한 상품이 사기라 하더라도 두 손 놓고 당할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루나 코인 사태는 그간 우리가 수없이 봐왔던 뱅크런(예금대량인출) 사태와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이 스테이블하지 못한 게 들통나면서 투자자들의 코인런(가상자산투매)이 시작됐고, 코인 가격은 추락했다. 이번 사태가 루나 코인 이외에 다른 코인으로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지난 2010년 부산저축은행 부실화로 시작된 뱅크런으로 76조원에 달했던 저축은행 예금 가운데 32조원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 후폭풍으로 약 10만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코인런과 뱅크런은 코인 발행 회사나 은행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면서 시작됐다.

시작이 같으면 결과도 같기 마련이다. 과거 법 제도가 미비했던 당시에는 뱅크런 발생 뒤 뒤늦게 은행에 찾아간 사람은 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 그리고 해당 은행은 거의 100% 확률로 파산했다. 권 대표는 지난 4일 싱가포르의 한 인터넷 방송 인터뷰에서 “95%의 가상자산 회사는 망할 것”이라고 했다. 그도 이미 코인런이 예고돼 있음을 알고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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