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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은 전세금에 지원책 나오지만.. "임대료 더 올릴 것" 우려도

연지연 기자 입력 2022. 05. 14. 06:01 수정 2022. 05. 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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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갱신계약이 끝나 다시 전월세난이 심화될 것이 예상되자 정부가 속속 전월세 안정화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출한도를 늘려주거나 대출이자를 지원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주택 공급이 아직 획기적으로 늘지 않은 시기에 정부가 임차인 지원 대책을 내놓으면 결국 전월셋값이 더 오르는 부작용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12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연합뉴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임차인들은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전월세 시장 안정화 방안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시에 따르면 오는 8월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돼 신규로 전세 계약하는 일부 가구에 최대 3억원을 최대 연 3%대(본인 부담 최소금리 1% 이상)로 지원한다. 무주택 임차인이 대상이며, 최장 2년 한시적 지원이다.

금리는 소득 구간별로 차등 적용한다. 저소득 가구일수록 더 많은 이자를 지원한다. 부부합산 연 소득 기준으로 8000만~9700만원 이하(지원 금리 0.9%)부터 구간을 나눠 2000만원 이하(지원 금리 3.0%)까지 구분한다. 자녀가 있을 경우 1자녀 0.2%포인트(p), 2자녀 0.4%p, 3자녀 이상 0.6%p를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세보증금 지원이 아닌 전세대출에 따른 이자 일부를 대신 내준다는 개념”이라며 “예를 들어 연 5% 금리로 전세대출을 받은 부부합산 연 소득 2000만원 이하 세입자는 3% 금리 지원을 받아 2% 금리 부담만 안으면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임대차 3법에 대해 기본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폐지에 가까운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원 장관은 당시 “가격과 기간에 대해 우악스럽게 누르기보다는 임대와 임차 상호간 수요공급이 숨통이 트여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넓은 시야의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만간 전세대책이 나올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이렇게 나오는 것은 오는 8월을 기준으로 전세 갱신계약이 끝난 이들이 다시 전월세 시장으로 나오면서 전월세난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새로 집을 찾아야 하는 이들이 1만5000가구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평균적으로 1억6000만원 이상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8~12월 갱신계약된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평균 5억1302만원이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은 6억7570만원(KB국민은행 기준). 이들이 신규로 전세계약을 맺으려면 대략 1억6000만원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2018년 10월 이후 입주가 대거 이뤄진 신축 아파트촌의 경우 전세난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가구),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개포래미안블래스티지(1957가구)다. 이들 단지에선 2018년 하반기에 입주가 대거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전세계약을 체결됐다. 2년이 지나 2020년 전세계약을 새로 맺어야 할 때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서 계약갱신권이 대거 청구되면서 전세 이중·삼중 가격이 심해졌다.

최근 헬리오시티 전용 59㎡의 전세 계약은 10억7000만원(5월 7일)에 거래됐다. 2018년 12월 준공과 동시에 입주한 이들은 통상 5억원 초반대에 전세계약을 맺었다. 2020년에 갱신권을 쓴 이들이 또다시 같은 단지에서 전세를 얻으려면 4억~5억원 정도가 추가로 필요하다. 헬리오시티 단지내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학령기 자녀를 둔 부모는 동네를 갑자기 바꾸기 어렵고 집 크기를 줄여가기도 쉽지 않은데, 갑자기 많은 돈을 부담하게 되니 인근 구축 아파트 등을 찾고 있다”면서 “구축 아파트 전세도 구하기 쉽지 않은 데다 4년 전 대비 많이 올랐다”고 했다.

임차인에게 일단 도움이 되겠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울시 대책이 점차 전셋값을 올리는 부작용도 있을 것을 우려한다. 대출 한도를 늘려주거나 금리 부담을 줄여주면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월세 호가를 높이기가 쉬워지는 효과도 있어서다. 특히 주택 공급이 부족한 때일수록 그렇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은 2만1417가구로 추정된다. 2013년(2만768가구) 이후 가장 적다. 주택 공급 상황도 임대인들에게 유리한 국면이라는 뜻이다. 금융업계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임대차 3법에 따른 부작용을 상쇄해준다는 면에서 임차인 고통을 나눠주는 대책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저리 대출이 풀리는 것은 전월세 가격 상승 요인”이라고 했다.

이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차인을 대상으로 한 대책에 더해 임대인을 대상으로 한 대책을 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것이 착한 임대인 제도다. 임대인이 전셋값을 올리지 않거나 적게 올린 경우 세금 등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임차인들의 주거 불안해소를 막기 위해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높이고 이자를 지원해주는 방안과 동시에 임대기간을 늘린 ‘착한 임대인’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 대학원 겸임교수도 “전월세난을 최소화하려면 임차인과 임대인 양쪽 입장 모두에서 대책을 내놔야 한다”면서 “서울시만 대책이 나왔지만 여타 광역시에서 임차인을 지원해주는 대책이 나와줘야 하고, 임대인 측면에서도 착한 임대인 제도를 받아들일 만한 당근을 주면서 전월세 안정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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