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중단 한 달..분양은 언제쯤?

고아름 2022. 5. 1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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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가 멈춘 지 한 달이 됐습니다.

공정률 52% 상태에서 공사를 멈춘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지만, 갈등을 빚고 있는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 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양측 모두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 "일반 분양가 3,500만 원 이상 전제로 공사비 증액 계약한 것"

갈등의 시작은 공사비를 2조 6,700억 원에서 3조 2,300억 원으로 5,600억 원가량 증액한 2년 전 계약입니다.

이 같은 내용은 2019년 12월 조합 총회에서 의결됐고, 2020년 6월 당시 조합장은 시공사업단과 계약을 확정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조합원들은 공사비 증액이 너무 과도하다며 조합장 해임을 추진합니다. 결국, 2020년 7월 조합장이 사퇴하고, 한 달 뒤인 8월 조합 집행부가 모두 해임됐습니다.

총회에서 공사비 증액에 찬성표를 던졌던 조합원들은 왜 반년 뒤 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조합장을 해임했을까요?


문제는 '분양가'입니다.

둔촌주공재건축조합 관계자는 "당시 일반분양가를 3,500만 원 이상 받을 수 있을 것처럼 조합원들에게 거짓 설명을 하고 공사비 증액 의결을 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일반분양가가 3,500만 원 이상 나오면 공사비를 증액하더라도 조합원 부담이 늘지 않는다고 설득했다는 것입니다.

실제 2019년 12월 조합 측은 3.3㎡당 3,550만 원의 일반분양가를 산정해 분양 보증을 신청했지만 , 3.3㎡당 2,978만 원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분양 승인을 받았습니다.

조합원 부담금은 훨씬 커졌고, 결국 조합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분양을 연기했습니다.

■ "공사비 더 줄 테니 마감재 고급화" - "업체 계약·발주 끝나 변경 불가능"

새로 뽑힌 조합 집행부는 해임된 조합장이 맺은 계약은 법적, 절차적으로 문제가 많다며 '무효'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시공단은 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친 계약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둔촌주공 조합을 대변하는 강정원 자문위원은 "공사비 증액은 인정한다. 다만 기존의 지분제 계약을 도급제 계약으로 바꾸고, 조합원들이 원하는 자재 고급화를 요구할 뿐"이라며 "고급화에 따른 추가 비용도 당연히 부담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시공단은 공사가 절반 넘게 진행된 상황에서 자재 교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시공단 관계자는 "이미 2019년 조합 대의원과 협상을 통해 마감재를 다 정했다. 2020년 계약 때 의결을 받은 뒤 업체들이 선정됐고, 발주까지 끝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계약서


실제 조합이 무효를 주장하는 2020년 계약에는 공사에 쓰일 각종 자재 업체가 정해져 있습니다.

강정원 위원은 이와 관련 "계약서에 첨부된 마감재는 지금 시류에도 맞지 않고, 품질도 조합원들 눈높이에 맞지 않는 항목들이 많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표적으로 기계실이 없는 엘리베이터와 철 지난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예로 들었습니다.

조합에서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한다는데도 기존의 자재를 고수하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시공단 관계자는 "조합이 부담한다는 것은 100억 원짜리 자재를 500억 원 자재로 바꿀 때의 차액인 400억 원만 부담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기존 업체와 계약 해지에 따르는 소송 비용 등이 더해지는데, 이 비용까지 다 주겠느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러면서 업체들에 줄 손해배상 비용, 소송 비용 등을 더하면 조합원 부담이 더 늘어날텐데 과연 조합원들이 이에 찬성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시공단은 공사 중단이라는 결정은 가볍게 나온 것이 아니라며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계약 내용을 그대로 인정하고 공사 지연에 따른 손해까지 조합 측이 모두 부담하는 조건으로만 공사 재개가 가능하다고 전했습니다.

■ 올해 안에 분양 어려울 듯…서울 공급 가뭄 계속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는 1만 2,000가구 규모로 올해 계획된 서울 공급 물량의 4분의 1을 차지합니다. 일반 분양 물량만 4,700여 가구에 이릅니다.

‘호갱노노’ 애플리케이션


아파트 실거래가와 분양 정보 등을 제공하는 한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을 보면 둔촌주공 아파트 안내 페이지에 매일 수백 명이 방문해 새로운 소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둔촌주공 재건축 강정원 위원은 "건축비 산정만 되면 일반 분양을 바로 할 수 있는데, 시공사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렇게 공사 중단을 할 게 아니고 일반 분양을 해서 공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시공단 역시 빠른 분양을 원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시공단이 조합에 내건 9가지 공사 재개 조건 가운데 첫 번째가 '분양 계약 등의 완료 일정 확정'입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공사 중단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올해 안에 일반 분양 공고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합 측은 서울시가 중재에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서울시 역시 빨라야 지방선거 이후 적극적인 개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반포15차 재건축 공사 현장


서울의 다른 재개발, 재건축 단지 역시 분양을 미루고 있습니다.

원래 이번 달 분양 공고를 낼 예정이었던 신반포15차 재건축(641가구)은 분양가 상한제 규제 완화 등을 기다리며 내년으로 분양을 미뤘습니다.

또 2,600여 가구 규모의 송파구 잠실 진주 재건축은 공사 현장에서 유물이 발견돼 하반기로 예정됐던 분양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서초구 방배 5구역(2,700여 가구)과 은평구 대조 1구역(2,400여 가구) 역시 분양 시기가 밀렸습니다.

부동산R114는 지난해 말 올해 서울 민간아파트 공급 예정물량이 4만 8,000여 가구로 조사됐는데, 지난달까지 실제 공급된 물량은 10%도 채 안 되는 3,300여 가구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에는 더는 빈 땅이 없어 대부분 정비사업을 통해 주택공급이 이뤄지는데 주요 재개발, 재건축 단지 분양이 연기되면서 청약 대기자들의 내 집 마련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습니다.

고아름 기자 (areu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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