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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북한] 김정은식 '청년 사랑'?

KBS 입력 2022. 05. 1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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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뭄에다 코로나19 비상 상황까지 덮치자 북한 당국은 ‘내부 결속과 단속’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열병식 등 굵직한 행사들을 벌였던 북한에선 주민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겠죠?

김정은 위원장의 ‘애민 지도자’ 이미지를 연출하고 부각시켰는데요.

그 중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청년 사랑’ 이미지 연출이 돋보였습니다.

열병식에 동원됐던 청년들에게 김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사진을 함께 찍자고 먼저 제안을 했다며, 북한 매체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청년들에 대한 감시와 사상 검증이 여전하다고 하는데요.

당근과 채찍의 북한 청년정책,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규모와 내용면에서 어느 때보다 크고 화려했던 조선인민혁명군창건 90주년 열병식.

하지만 이번 열병식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것이 있었다.

광장 한복판을 빼곡하게 채운 ‘배경대’.

소위 ‘바닥대열’이라고 불리는 동원 군중들이었다.

‘결사옹위’ ‘부국강병’등의 글자를 만드는 것도 모두 이들 몫이다.

그리고 이 ‘바닥대열’엔 대부분 청년들이 동원된다.

[조선중앙TV/5월2일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대학생, 근로청년들과 기념사진을 찍으셨습니다."]

지난 1일, 조선중앙TV는 김정은 위원장과 열병식 참가 청년들의 기념사진 촬영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지금까지‘바닥대열’참가자들과 최고지도자의 기념 촬영은 한 번도 없었던 일.

노동신문 역시 이 소식을 1면에 싣고 역사적 사건이라 전했는데 실제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와 찍은 사진은 ‘1호 사진’으로 불리며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류희진/2016년 탈북 : "일단 첫 번째로 그 집안의 가보가 되는거죠. 그 사진은. 벽에 엄청난 큰 사이즈로 프린트해서 걸어 놓게 되고 그 사진 한 장으로 인해서 그 사람의 스펙이 업그레이드 돼서 대학교를 간다든가 북한에서 입당을 한다든가할 때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거죠."]

[北 영화 ‘소원’ : "그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셨습니다... "]

[北 영화 ‘소원’ : "철송아 방금 텔레비전에서 뭐라고 했니? (아버지 장군님께서 희천발전소 건설장을 찾아주시고 기념사진을 찍어주셨대요.)"]

[北 영화 ‘소원’ : "너도 분명 그렇게 들었지? (응) 철송아 아버지가 끝내 소원을 풀었겠구나. 그처럼 바라던 한 생의 소원을."]

북한의 영화에도 최고지도자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 어떤 의미인지 잘 표현돼 있다.

기념사진을 찍은 사람들은 노동당 입당이나 진급 등의 특혜를 받는데 북한 당국은 이를 충성심 유도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이번 열병식 참가 청년들과 기념촬영을 한 건, 청년 세대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다.

[정은미/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지난해 8차 당대회 개최 이후에 전국의 수많은 청년들 대학생들이 전국에 산업현장으로 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일종의 대규모 청년 노력 동원인데 지금 국가 재정 여력상 당장 물질적 보상을 해주긴 힘들기 때문에 일종의 미래보증서를 주기 위해서 그런 방식으로 보상을 하고 있는 거죠."]

지난해 8차 당대회를 통해 새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한 북한.

이후 수많은 청년들이 전국의 경제 현장으로 동원되고 있다.

[김강림/청년동맹중앙위원회 과장 : "당 제8차 대회 이후 전국적 범위에서 고조된 청년들의 탄원 열기는 현재까지 종합된데 의하면 지난 1년 동안 그 수는 무려 1만 1,620여 명을 헤아립니다."]

그리고 이러한 동원에는 물질적 보상이 아닌 김정은 위원장을 향한 청년들의 충성심이 부각되고 있다.

[한신혁 :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께서 그토록 심려하시고 걱정하시는 농업 전선으로 달려 나가 새 세대 청년으로서의 본분을 다해나가고 싶었습니다."]

[김룡혁 : "배운 지식을 깡그리 바쳐 들끓는 현장에 내려가 농업발전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하는 것이 청년 전위로서 응당 서야할 자리라고 결심했습니다."]

대규모로 동원되는 청년들에게 미래 보장이라는 희망을 심어 주는 것이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초 전략과도 비슷한 모양새다.

마식령 스키장,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등 여러 건설, 경제 분야에 청년들을 동원해 온 북한.

당시 북한은 20여 년 만에 ‘전국 청년 미풍선구자대회’까지 부활시켜 사회적으로 모범이 된 청년들을 칭찬했는데, 그때 김정은 위원장과 기념사진을 찍은 돌격대원 한 명이 끝내 노력 영웅이 된 것이다.

[조선중앙TV : "길영조 청년 돌격대원 모두를 제2차 전국 청년 미풍선구자대회장으로 불러주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그들을 자애롭고도 넓으신 한 품에 안으시고 영광의 기념사진을 찍어 주셨습니다. "]

이번에 김 위원장이 열병식 참가 청년들까지 챙긴 건 장마당 경제에 익숙한 청년 세대의 특징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정은미/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충성과 보상간의 교환 의식이 확실한 세대이죠. 그래서 이런 거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기념사진을 찍었다는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스펙인 거죠. 이것도 굉장히 중요한 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이러한 청년 정책은 일정한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대남 비난이 고조됐던 2020년 6월.

대규모 군중집회와 시위를 청년들이 주도했다.

[조선중앙TV/2020년 6월 : "우리 청년들의 심장이고 생명인, 정신적 기둥인 우리의 최고 존엄을 건드렸습니다. 이번에. 어디다 대고 감히!"]

[조선중앙TV/2020년 6월 : "당장 이 길로 저 남쪽으로 달려 나가 천하의 인간쓰레기들인 탈북자 무리들을 죽탕 쳐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지난해엔 청년동맹 10차 대회를 열고,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기도 했다.

[조선중앙TV/2021년 4월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 끝없이 충직한 청년 전위가 되자! (김정은 결사옹위!)"]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발표한 ‘김정은 집권 10년 북한주민 통일의식' 보고서에도 김정은 위원장의 연령별 지지도가 20대에서 71.1%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그런데 집권 이후의 지지도는 꾸준히 상승하다 2018년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김강유/2016년 탈북 : "초반엔 인기가 많았죠. 왜냐면 좀 더 다른 정치를 할 거 같고 좀 더 다른 뭔가 특별한게 있을거 같다는 기대감도 있다 보니까. 그런데 나중엔 가선 다 똑같다 이런 생각이 들고 있고."]

[류희진/2016년 탈북 :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기대감이 엄청 컸어요.왜냐면 젊은 지도자고 또 스위스에서 유학도 한 사람이었잖아요. 그래서 우리나라도 언젠간 남쪽만큼은 아니라도 중국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실망감이 더 컸죠."]

변화와 개방을 원했던 청년세대들의 기대와 달리 10년째 폐쇄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상과 이념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한 감시와 단속,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다.

청년 세대가 많이 접하는 ‘한류’는 반사회주의라며 더욱 엄하게 단속하고 있다.

2020년 12월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해 한류 등 외부 문화를 유포시킬 경우 최대 사형까지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정은미/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지금 청년세대들은 그동안 외래문화에 너무나 많이 노출돼있기 때문에 상당히 체제나 북한의 사상에 결속력이 약합니다 또한 반대로 사회주의 제도 우월성을 경험할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때문에 이런것들을 바꾸지 않으면 김정은 정권의 장기집권에 필요한 인적자원을 재생산하는데 크게 문제가 생기는거죠."]

그렇다면 북한 청년들이 당국의 바람대로 사상적으로 철저하게 무장될 수 있을까?

2016년 군인 신분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은 김강유 씨는 탈북을 결심한 이유로 한류와 전방에서 바라본 한국의 모습을 꼽았다.

[김강유/2016년 탈북 : "최전방에서 근무했고, 대한민국을 직접 바라볼 수 있다 보니까 전기도 잘 들어오고 이런걸 보면서 ‘잘 살수도있겠다.’ 이런 생각을 가끔 해보게 되는거죠."]

또 다른 청년 역시 자신의 미래를 위해 1호 사진 촬영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과 새로운 사회에 대한 동경은 별개라고 말한다.

[류희진/2016년 탈북 :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것과 스펙을 쌓아야 하는 건 또 다른 일이잖아요. 내가 김정은 위원장을 사랑해서 열병식 참가하는건 아니고요. 내가 북한에서 살아가려면 스펙이 어느 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하게 되는거죠."]

그 어느 세대보다 변화에 민감하고 외문 문화에 익숙한 북한 청년 세대.

집권 10년을 맞은 김정은 위원장이 당근과 채찍을 통해 청년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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