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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극한 방역이 만든 중국의 '마지막 세대'

송욱 기자 입력 2022. 05. 1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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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 봉쇄 45일째인 지난 11일. 상하이시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기자회견에서 16개 구 가운데 절반인 8개 구가 사회면 제로 코로나를 기본적으로 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사회면 제로 코로나'는 신규 감염자가 격리 통제 구역에서만 발생해 지역사회 전파를 효과적으로 차단했다는 의미의 방역 용어입니다.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터널의 끝에서 빛이 보인다"며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의 효과를 증명했다"고 자화자찬했습니다.

상하이 코로나19 방역 기자회견 (사진=중국 웨이보)


하지만, '사회면 제로 코로나' 이면에는 무자비한 격리 정책이 있습니다. 최근 상하이의 한 아파트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1명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같은 동 주민들이 모두 격리 시설로 보내졌습니다. 중국의 공식 방역 지침은 밀접 접촉자만 격리 시설로 보내는 것이지만 같은 동 주민 수백 명을 모조리 밀접 접촉자로 간주한 것입니다. 이런 극단적인 방역은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가 상하이 방역전 승리를 압박한 뒤 더욱 심해졌습니다. 지난 5일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는 "우리는 우한 보위전에서 승리했고, 또한 반드시 상하이 보위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각급 당위원회와 정부가 방역 투쟁의 복잡성과 어려움을 인식하고 당 중앙의 결정을 단호히 실천해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지난 11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 중국 온라인에서는 한 영상이 급속도로 퍼졌습니다. 영상에 등장하는 흰색 방호복을 입은 방역 요원 3명은 한 집 앞에서 주민들을 격리 시설로 데려가려 했습니다. 이에 대해 젊은 목소리의 남성은 "우리는 검사 결과가 모두 음성이다. 당신들은 우리를 강제로 데려갈 권한이 없다. 치안 관리와 방역 지침에 따라 양성인 사람들만 데려갈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주민들을 격리 시설로 데리고 가려는 방역 요원들 (사진=트위터)


그러자 '경찰'이라고 쓰여 있는 방호복을 입은 요원은 "만약 당신이 시정부의 명령을 집행하지 않는다면, 처벌을 진행할 것이다.처벌을 받으면 3대에 걸쳐 영향을 줄 것이다"라고 소리쳤습니다. 이 협박에 남성은 다음과 같이 강한 어조로 얘기했습니다. "우리가 마지막 세대입니다. 감사합니다."

현재 이 영상은 중국 온라인에서 삭제됐습니다. 웨이보에서 '우리가 마지막 세대'라는 문장으로 검색하면 상관없는 게시물만 나옵니다. 그나마 '3대에 걸쳐 영향 줄 것"이라는 문장으로 검색하면 "자유를 침해받기 거부한 것이 연좌제로 이어지도록 하는 규정 자체가 악법" 등 비판 게시물들이 일부 남아 있습니다. 프랑스 국제방송사 RFI는 중국어판 기사에서 '우리가 마지막 세대'라는 문장은 심오하진 않지만 많은 젊은이들의 '마음의 소리'를 대변한 것으로 중국 온라인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습니다. 검열 전 한 웨이보 이용자는 "'우리가 마지막 세대'라는 말은 이런 생활이 우리 세대에서 끝나든지 아니면 우리가 이런 생활을 끝내자는 일종의 선언"이라고 썼고, 다른 이용자는 "얼마나 비참하고 절망적인가. 이런 상황에서 누가 아이 낳기를 원하겠는가? 누가 감히 아이를 낳겠는가?"라고 적었습니다. 지난해 중국의 출생 인구는 1,062만 명으로, 2020년의 1천200만 명보다 11.5%나 줄어들었습니다.

코로나19 양성 주민을 데려가려고 문을 부순 방역요원 (사진=트위터)


상하이 봉쇄 이후 부유층을 비롯한 현지 주민들의 이민 문의도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4월 17일 기사에서 12개 이상의 이민 컨설팅 업체를 인용해 상하이 봉쇄 이후 이민에 대한 문의가 급증했으며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의 검색지수에서도 4월 들어 '이민'에 대한 검색이 전달보다 7배 이상 급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상하이 봉쇄 과정에서 드러난 인권 유린에 환멸감을 느낀 중국인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라고 FT는 분석했습니다.

아직도 진행 중인 상하이 봉쇄는 중국 방역과 행정의 한계, 통제의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인구 2,500만 명의 도시에서 먹을 것을 달라는 주민들의 외침이 이어졌고, 아파트 출입문에는 철조망 울타리가 쳐졌습니다. 응급실 앞에서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다 숨지는 환자들도 속출했습니다. 하지만, 관영 방송들은 생필품은 문제없이 공급되고 있고 모든 주민들은 기꺼이 방역에 동참하고 있다고 선전했고, 공산당 간부들은 주민들의 항의를 피해 가며 시찰을 다녔습니다. 시위 소식과 영상, 비판의 목소리를 막기 위한 인터넷 검열도 강화됐습니다.

상하이 도심에 설치된 화단 (사진=자유아시아방송)


자유아시아방송 등에 따르면 최근 상하이 도시 중심부에 화단을 조성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이에 대해 상하이 시민들 사이에선 "중요 인물이 친히 상하이에 와서 방역 승리를 선포할 것 같다. 화단에 있는 꽃의 수명은 최대 일주일이니 힘내자. 20일 전에 분명히 파티가 있을 것이다"란 말도 돌았습니다.

상하이 봉쇄 이후 시진핑 주석을 포함해 최고 지도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중 누구도 아직 상하이를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시 주석은 2020년 우한 코로나 사태 때 지역 확산이 진정된 3월 10일에서야 우한을 찾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 방역을 자신이 "친히 지휘하고, 친히 배치하다"는 메시지를 관영매체를 통해 계속 내보냈고, 결국 코로나 확산 저지를 자신의 위대한 업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우한 시민들의 원성과 코로나19의 존재를 처음 알렸다 유언비어 유포자로 몰려 코로나19로 숨진 '의사 리원량' 사건으로 촉발된 공산당 지도부 성토 목소리는 묻혀버렸습니다. 이번 상하이 봉쇄의 결말은 어떻게 쓰여지고 기록될지 주목됩니다.

송욱 기자songx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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