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수표가 이상한 데서 나오면?”… ‘50억 클럽’ 외 인물들에게도 돈 갔나 [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김태성 기자 2022. 5. 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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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18화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영학아, 너 대답을 잘 해줘야 해. 현찰로 주면 상관이 없어 그지? 현찰로 바꾼 흔적이 다 있으면. (그런데) 만약에 110억을 썼어. 현찰은 한 40~50억 바꾸고 (나머지) 수표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면 어떻게 할래?”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 사건 29차 공판에서 재생된 지난해 4월 21일자 ‘정영학 녹취록’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는 정영학 회계사와 통화를 하던 중 이렇게 물었습니다.

지난해 4월 금융정보분석원(FIU)은 2019~2020년 김 씨와 화천대유 이성문 대표 등이 회사 계좌에서 수십 차례에 걸쳐 거액의 현금을 인출한 경위와 사용처가 의심스럽다고 보고 서울 용산경찰서에 이를 통보했습니다. 내사에 착수한 용산경찰서는 같은 달 화천대유 대표 이성문 씨를 한 차례 불러 조사했습니다. 검찰은 이 녹음파일에 대해 “(당시 경찰이) 수사 중인 김 씨의 횡령 사건과 관련해서 (경찰이) 회사 자금 용처 및 수표 사용 내용을 확인하는 것에 대해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9일과 13일 각각 진행된 28, 29차 공판에서는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하는 방식으로 정영학 녹취록에 대한 증거조사가 진행됐습니다. 지난주부터 이어진 정영학 녹취록 증거조사는 13일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 김만배 “수표가 ‘이상한 데’서 나오면 어떡하지?”

4월 21일자 녹음파일에 따르면 김 씨가 이 같이 “현찰은 한 40~50억 바꾸고 (나머지) 수표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면 어떻게 할래?”라고 묻자 정 회계사는 “수표는 그걸 쓴 사람이 알겠죠. 저야 모르죠”라고 답했습니다. 이에 김 씨는 “아니 그러니까 대답을 그렇게 해줘야 한다고”라며 “형이 110억을 다 쓰지는 않았을 거 아냐. 내가 아무리 뭐 한다고 하더라도”라고 했습니다. 정 회계사가 “그럼 돈이 샌 건가요 형님?”이라고 묻자 김 씨는 “모르지. 모르지 뭐”라고 답했습니다.

김 씨는 이어서 다시 알 수 없는 질문을 정 회계사에게 던집니다. 김 씨는 “저게 그리로 다 들어갔다 그러면. 수표가 이상한 데서 나오면 어떻게 할 거야?”라고 합니다. 이어 “아니 만약에 대장동에 들어갔다고 했는데, 나중에 수표추적을 다 해놨는데 (경찰이) ‘여보세요 이거 대장동에 들어갔다더니 이상한 데서 나오는데 그거 무슨 해명입니까’ 이러면 어떻게 할래?”라고 했습니다.

정 회계사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개발 사업 부지의 기존 세입자 등의 반발 문제 등을 거론하며 “수표를 줬으면 그분들한테 수표를 줬겠죠”라고 합니다. 김 씨는 “그렇지”라면서도 “그런데 이제 돈을 엉뚱한 데다 쓰고서 그 사람들을 줬다 그러면…”이라고 말합니다. 정 회계사는 “그건 제가 어떻게 압니까. 그건 제가 모르는 사항이고”라고 답했습니다.

김 씨의 이 같은 말은 경찰에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세입자 등에 대한 보상 명목으로 회삿돈을 썼다고 해명했다가, 정관계 로비 등 불법의 소지가 있는 다른 용처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어떻게 대응하냐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다만 녹음파일 속 김 씨는 정 회계사에게 본인이 어디에 이 돈을 썼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 김만배, ‘50억 클럽’ 등은 정영학과 구체적으로 상의

이 대화가 더욱 의문을 남기는 것은 김 씨가 이 시기 이전의 녹음파일에서 이른바 ‘50억 클럽’이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 대한 금전 지급 문제 등 정관계 로비 문제를 정 회계사와 구체적으로 상의했다는 점입니다.

9일 법정에서 재생된 2020년 10월 30일자 녹음파일에 따르면 김 씨는 정 회계사와 유 전 직무대리에게 박영수 전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등 50억 클럽 인사를 언급하며 금액을 언급합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소위 ‘50억 그룹’으로 알려진 사람을 포함해 대장동 사업의 조력자에게 지급할 금액의 액수와 조달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내용”이라고 했습니다.

또 13일 재생된 지난해 2월 18일자 녹음파일에서 김 씨는 유 전 직무대리에게 700억 원을 지급할 방안을 정 회계사와 구체적으로 논의합니다. 김 씨는 “동규는 투자를 해달래. 하면 다시마하고 주식을 30배를 사달라고 (한다)”며 “다시마 만드는 회사하고 사료를 어떻게 30배 비싸게 사냐”고 합니다. 이어 김 씨는 유 전 직무대리가 원하는 방법보다는 남욱 변호사가 명의신탁 소송을 내 법원 조정을 통해 돈이 건네지도록 하는 방법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합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정민용 변호사와 함게 다시마 비료업체 ‘유원홀딩스’를 세운 뒤 이 회사를 통해 700억 원을 받으려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만약 김 씨가 지난해 4월 문제가 된 법인자금을 50억 클럽이나 유 전 직무대리 등에게 사용했다면 정 회계사에게 이해하기 힘든 질문을 던져가며 용처를 숨길 이유는 없습니다. 정 회계사도 이미 알고 있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시기 김 씨는 화천대유 이성문 대표와 양모 전무 등에게도 법인자금의 용처를 분명하게 말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녹음파일에서는 김 씨가 오히려 이들을 법인자금을 횡령한 것이 아니냐며 몰아세운 정황이 나타났습니다.

13일 재생된 4월 23일자 녹음파일에서 이 대표는 정 회계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은 그렇게 많은 돈을 횡령한 적이 없다면서 “사람(김 씨)이 정신이 나가버렸다니까요, 그러면 저를 고소를 해야지 왜 고소를 안 하시나”라고 답답함을 토로합니다. 그리고 “선배님(김 씨)하고 바깥에서 만나서 이 문제를 좀 매듭을 지으려고 그런다”며 “소위 내가 총대를 메기를 원하는 건지 정중하게 물어보려고 한다”고 말합니다. 이 녹음파일 재생을 마지막으로 이날 정영학 녹취록 증거조사는 마무리됐습니다.
● ‘21일 구속기한 만료’ 김만배 남욱, 구속영장 추가 발부될까

대장동 개발특혜 및 로비 의혹 사건 다음 공판은 16일 열립니다. 한편 이 사건 구속 피고인인 김 씨와 남 변호사의 구속 기한은 21일이면 1심에서 6개월을 모두 채워 만료됩니다. 재판부는 김 씨와 남 변호사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심문기일을 18일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을 경우 이들은 22일 0시에 구치소에서 석방됩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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