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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줘! 경제] 세금이 갑자기 53조원 더 걷힌다고?

고은상 gotostorm@mbc.co.kr 입력 2022. 05. 14. 12:13 수정 2022. 05. 1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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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연합뉴스

*이번 달에 갑자기 가족이 아프다면?

월급 받아 생활하시는 분은 공감하실 겁니다. 갑자기 가족이 아파서 급히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면 당연히 수술 받아야겠죠. 그런데 저축해놓은 돈이 없다고 하면 현실적으로 수술비가 얼마인지 생각하게 되죠. 일단 치료는 해야하니 소규모지만 대출을 받거나 주변에 돈을 빌릴 수밖에 없습니다.

나라 살림도 똑같습니다. 중앙 정부의 주된 수입은 세금입니다. 올해 세금이 얼마나 들어올지에 맞춰서 1년 동안 얼마를 쓸지를 미리 정해놓습니다. 많이 모자라도 안되고 많이 남아도 안됩니다. 그런데 나라에서도 급히 쓸 돈이 생겼다고 가정할게요. 그럴 때 돈이 부족하다며 국민들에게 세금 더 많이 내라고 할 정부는 거의 없습니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거둔 세금보다 지출할 것이 더 늘어나게 되면 보통은 정부가 빚을 냅니다.

그런데 이번에 실제로 갑자기 정부가 돈을 더 쓸 일이 생겼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이 바로 그겁니다. 이번에 정부가 370만개 사업장에 600만원에서 1천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거기에만 '23조 원'이 더 들어갑니다. 방역 보강도 더 하고 민생 지원 늘리다 보니 이번에 나갈 돈이 '36조 원'에 이릅니다. 그런데 들어올 세금은 예측치가 있으니 당연히 이번 지원을 위해 정부가 어느 정도 빚을 낼 것인가가 관심사였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그런데 나라 살림을 맡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아주 놀라운 발표를 합니다.

이번에 추가로 쓸 36조 원 재원 마련을 위해 '단 한 푼의 빚도 낼 필요가 없다'고 밝힌 겁니다.

당연히 물을 수밖에 없죠.

"아니 돈이 어디서 나오는 거야?"

기획재정부는 답했습니다.

"올해 들어올 세금을 다시 계산했더니 53조원이 더 늘어납니다"

"???????"

*들어올 세금이 많아진다는데 이게 왜 문제지?

나라 빚 안 내고 국민들 지원한다는데 다행이죠. 그런데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세금 들어오는 것을 완벽하게 맞출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예산을 짜고 1년 뒤에 결산을 해보면 그 차이가 생깁니다. 그래도 이렇게 50조 원 이상 예측에서 벗어나는 심각한 일입니다.

우리 피부에 와닿는 규모로 비유를 해보겠습니다.

한 달 월급이 343만원인 가족이 있습니다. 한 달 쓸 돈도 343만원 입니다. 정말 빠듯하게 살림살이를 꾸려가고 있는거죠. 그런데 갑자기 가족이 아파서 병원비로 40만원을 더 써야되는 상황입니다. 마이너스 통장도 알아보고 주변에 돈 빌릴 곳을 수소문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가장이 얘기하는 거죠.

"아 다시 계산해보니까 이번 달 월급이 53만원이 더 들어올 것 같애"

"와 다행이다!!!"

(.....잠시 뒤)

"그런데 대체 월급 계산을 어떻게 해온거야? 월급이 갑자기 53만원이나 늘어난다고?

그러면 그동안 우리는 왜 허리띠를 졸라맨거지?"

사진 제공: 연합뉴스

나라 살림도 마찬가지입니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예산을 짤 때 돈이 적게 들어오는 것으로 판단하면 당연히 지출할 돈도 적게 잡을 수밖에 없죠. 특히 정부의 방역정책으로 신음했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살려달라고 호소할 때 말입니다. 그런 갈등이 공개적으로 벌어진 것이 불과 석달 전인 지난 2월입니다.

국회에서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35조원~50조원'이 필요하다고 기획재정부에 이야기 했습니다. 그때 홍남기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에 나와 이런 취지로 이야기합니다.

'소상공인 지원 중요하다. 그런데 나라에 돈이 별로 없다. 그렇게 더 지출하려면 나라 빚을 내야하는데 그러면 나라 경제에 나쁜 영향이 크다. 여야가 협의해 와도 정부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정부는 14조원 정도가 최선이라고 본다.'

그런데 석달 만에 갑자기 상황이 급변한거죠.

'다시 계산해보니 세금만 53조원이 더 걷힌다. 그래서 국채 발행도 안해도 된다. 소상공인 지원 등에 다 쓰고도 오히려 국채도 9조원 줄일 수 있다. GDP대비 국가부채 비율도 50.1%에서 49.5%로 줄어들 전망이다.'

자료 제공: 연합뉴스

*'장관 사과, 세제실 물갈이, 감사원 감사' 기재부 홍역을 치르고도‥

작년 국세 수입 예상이 283조원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재부가 작년 7월에 세금 걷히는 것을 보니 올해 31.5조원이 더 걷힐 것 같다고 밝힙니다. 그리고 11월이 되자 거기에서 19조원이 더 걷힐 것 같다 얘기를 합니다. 홍남기 전 기재부장관이 국회에서 "세수 추계 오차가 발생한 것 거듭 송구하다"며 사과합니다. 그런데 2021년 세금 결산을 하자 최종 국세 수입이 344조원으로 나옵니다. 예측치보다 무려 61조원이 더 걷힌 겁니다. 그래서 기획재정부 세제실 직원들이 물갈이 되고 감사원 감사까지 받았습니다.

작년에 그런 홍역을 치르고도 2022년 세수 예측이 53조원이 빗나간 겁니다. 기획재정부는 "법인세 오차가 컸는데 지난 3월에 정확한 실적을 받고서야 세금을 집계할 수 있었다. 근로소득세도 연말정산 마무리 후 정확한 집계치가 나와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다른 나라와 달리 '봉쇄'없이 경제가 돌아갔습니다. 갑자기 경제가 멈췄다가 돌아가면 경제 동향을 예측하기 어렵겠죠. 그런데 우리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수출과 수입· 기업 실적 꼬박꼬박 잡히고 있었고 고용동향도 끊김없이 파악되고 있었습니다. 법인세와 근로소득세를 이번에 처음 걷는 것도 아닐텐데 기획재정부의 해명은 부족해보입니다.

* '나라 곳간'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작년 9월 홍남기 전 부총리의 말이 기억납니다 "나라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 나라 곳간 물론 중요합니다. 어려운 말로 재정건정성을 지키는 일이겠죠. 재정건정성을 지키는 것이 곧 국가 경제 나아가 국민의 삶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수적으로 예산을 짤 수 있습니다. 나라 살림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운용해야하고 외부 충격에도 대비하려면 그렇게 해야합니다. 그렇지만 나라 곳간은 국민에 의해 채워지고 곳간은 국민을 위해 쓰여야 합니다.

작년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됐습니다. 자영업자들에게도 희망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오미크론 여파에 오히려 거리두기 영업제한이 강화되고 2년을 버텼던 자영업자들이 더 이상은 못버티겠다고 피눈물로 호소하던 시점이었습니다.

당장의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재부는 곳간이 부족하다며 올해 2월 소상공인 지원금 국회 요구보다 줄였습니다. 그리고 불과 석달 만에 세금 53조원이 더 걷힐 것이어서 국채 발행도 없이 소상공인 23조원 추가 지원이 가능해졌다는 것이죠.

또 예측이 틀렸다는 것은 반성이 부족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너무 보수적으로 재정상태를 봐왔기 때문일까요? 혹시 국민의 삶보다 '나라 곳간'을 지키는 것에 골몰했던 것은 아닐까요? 기획재정부에 대한 의심을 거두기 어렵습니다.

고은상 기자 (gotostorm@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2/econo/article/6368584_3568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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