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대전일보

[뉴스 즉설]역대 대통령 취임사 尹 '자유', 文 '소통', 朴 '행복', MB '실용'

은현탁 기자 입력 2022. 05. 14. 15:25

기사 도구 모음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20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사진=연합뉴스

대통령 메시지의 백미는 취임사입니다. 역대 대통령의 취임사를 보면 국정 철학과 목표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취임사 키워드와 언어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5년간의 국정을 짐작할 수 있죠. 취임사대로만 하면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다는 말도 있어요. 역설적으로 취임사를 제대로 실천한 대통령이 단 1명도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문재인,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사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윤 대통령 자유만 35번, 소통·통합은 없어

20대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취임사에서 자유의 확대를 강조했습니다. 취임사는 3303자 분량이었는데요. 취임사 전반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자유'였습니다.

취임사의 첫 문장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취임사의 마지막 문장도 거의 비슷합니다. 윤 대통령은 초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양극화 심화 등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해답을 자유에서 찾았어요. 자유의 확대를 위해 경제 성장을 해야 하고, 빠른 성장을 통해 양극화와 갈등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는 반지성주의를 지목했죠. 다수의 힘으로 상대를 억압하는 반지성주의를 언급했는데 문재인 정부의 행태를 우회적으로 말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취임사를 통틀어 자유, 자유 시민, 자유민주주의 등 '자유'를 모두 35차례나 언급했습니다. 대선 이후 국민 여론의 분열, 여야 대치상황 등을 고려할 때 통합이나 소통, 협치 등이 많이 등장할 줄 알았는데 이런 단어는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문재인 탄핵 정국 이후 소통과 통합 강조

19대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개혁과 국민통합'을 핵심 가치로 강조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말했죠. 국민통합을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이 언급했는데 박근혜 전 태통령 탄핵 이후 촛불 정국을 통해 집권한 당시의 상황이 반영돼 있습니다.

그는 "정치는 혼란스러웠지만 국민은 위대했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앞에서도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앞길을 열어주셨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듯 취임사도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짧은 3181자에 불과했습니다. 선거 기간 이념과 지역·세대를 초월한 '모든 국민의 대통령'을 천명했던 선거기간 메시지의 연장선으로 봐야 합니다.

문 전 대통령은 국민, 국민 눈높이, 국민 소통 등 '국민'이라는 단어를 27번이나 언급했습니다. 역대 대통령 취임사들도 국민에 대한 언급이 많은데 문 대통령도 꽤 많이 말했죠. 이밖에도 대화, 동반자, 소통, 통합 등이 유독 눈에 띕니다. "광화문 시대 대통령이 되어 국민과 가까운 곳에 있겠다"고 했는데 결국 이 약속은 지키지 못하고 임기를 마쳤네요.

◇박근혜 창조경제, 국민행복이 열쇳말

18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사는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성장 동력인 창조경제를 통해 경제부흥을 일으켜 궁극적으로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보이는 단어는 '국민'으로 무려 57번이나 언급했고, '행복'이라는 단어도 20번이나 등장합니다.

국민 한명 한명의 행복을 우선시 하겠다는 대통령의 운영 방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취임사 제목에서 보듯 새로운(14번), 희망(9번), 꿈(7번) 등 희망적인 메시지들이 많습니다. 국민행복을 뒷받침하는 단어로 '경제'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창조경제(8번), 경제부흥(4번)을 포함해 '경제'에 대한 언급은 모두 19번이나 됩니다.

취임사에는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고 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논어에 등장하는 知之者 不如好之者(지지자 불여호지자), 好之者 不如樂之者(호지자 불여락지자)란 공자의 말을 인용한 것입니다. 개개인의 능력과 꿈을 중시한 발언으로 보입니다. 취임사는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는 교육시스템에 대해서도 강조했고,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다는 다짐도 담았습니다.

◇이명박 8969자 분량 실용주의 표방

17대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가장 긴 8969자 분량의 취임사를 했습니다. 장문의 취임사에 나타나는 국정 철학은 '실용'입니다. 경제도 실용, 정치도 실용, 남북관계도 실용입니다. 지금 와서 14년 전의 취임사를 읽어보니 이 전 대통령은 기업가 출신답게 '실용 제일주의'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취임사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시대를 지배한 '이념'을 뛰어넘어 '실용'을 키워드로 제시했습니다. 국정 철학도 담겨 있지만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정책들을 언급한 부분들도 꽤 많습니다.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며 기업활동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어요. '작은 정부, 큰 시장'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죠. 공공부문에 경쟁을 도입하고 공무원 수를 점진적으로 줄일 것을 공언했습니다. 정치 분야와 관련해서는 "소모적인 정치 관행과 과감하게 결별하고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생산적인 일을 챙겨 하자"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남북문제도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 실용의 잣대로 풀어가겠다"고 강조했네요. 취임식에는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전두환 전 대통령 등 가장 많은 전직 대통령들이 참석하기도 했어요.

19대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 사진=연합뉴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연재
    더보기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