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 비켜" vs "두줄서기"..16세 폭행 30대 [서초동 법썰]

김대현 입력 2022. 5. 14. 16:26 수정 2022. 5. 1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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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켜주세요."

검찰은 A씨에 대해 B군의 안경을 벗기는 등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설령 폭행을 했다고 해도, 이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펼쳤다.

재판부는 "1심에서 B군은 서로 폭행하게 된 경위와 내용, 전후 사정 등에 관해 구체적이면서도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B군은 자신이 A씨의 멱살을 잡고 목에 상처를 낸 사실 등 본인에게 불리한 부분까지 진술해 이를 신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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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 통행 시비로 16세 학생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에게 항소심이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비켜주세요."

지난해 10월31일 오후 3시30분 서울 강남구의 한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A씨(35·남)의 뒤에서 걸어 올라오던 B군(16)이 이같이 말했다.

두줄로 서 있던 A씨는 꿈쩍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왜 비켜줘야 되느냐""'두줄서기'가 시행되고 있다. 빨리 가고 싶으면 계단으로 가지 그랬냐"고 신경질을 냈다. B군이 계속 쳐다보자 "눈깔아"라고도 했다.

험악한 분위기는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CCTV 영상에선 A씨가 B군을 붙잡고 개찰구 쪽으로 나오거나, 서로 밀고 당기는 모습 등이 확인됐다. 검찰은 A씨에 대해 B군의 안경을 벗기는 등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군을 폭행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설령 폭행을 했다고 해도, 이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펼쳤다. B군이 먼저 A씨를 때리고 도망치려 했고, 이 같은 B군의 폭행에 대응했을 뿐이란 취지다. B군의 안경이 구부러진 것에 대해선 "몸싸움 도중 우연히 손에 걸려 벗겨진 것일 뿐, 고의로 벗긴 게 아니다"고 호소했다.

반면 B군은 직접 법정에 나와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마자 A씨가 뒤로 돌더니 갑자기 왼손으로 안경을 낚아채서 당황했다"며 "'돌려달라'고 했지만, 주지 않아 A씨의 왼팔을 잡고 안경을 빼앗았다"고 진술했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에스컬레이터 통행 문제로 시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A씨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지만, 2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됐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박노수)는 최근 "B군의 안경을 벗기고 손목을 수회 잡아당겨 폭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A씨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1심에서 B군은 서로 폭행하게 된 경위와 내용, 전후 사정 등에 관해 구체적이면서도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B군은 자신이 A씨의 멱살을 잡고 목에 상처를 낸 사실 등 본인에게 불리한 부분까지 진술해 이를 신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씨가 B씨가 안경을 벗겨 가져가 B씨가 안경을 되찾으려 하는 과정에서 몸싸움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쌍방의 폭행 내용 및 정도 등에 비춰 보면, A씨의 폭행은 일방적으로 행해지는 B군의 위법한 공격에서 벗어나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소극적인 방어 행위라기보다는 싸움 도중 행해진 B군에 대한 적극적인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형이 너무 과하다"는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여 벌금형에 대한 집행을 1년간 유예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죄질이 좋지 않고, B군과 합의되지 않은 점은 불리한 정상"이라면서도 "전과가 없는 초범인 점, 에스컬레이터 통행 문제로 인한 시비 중 우발적으로 행한 범행이고, 폭행 정도가 그리 중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밝혔다.

한편 A씨가 2심 판결에도 불복하고 상고하면서 이 사건은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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