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10위를 넘보던 한국산 '김치코인'의 몰락 [홍키자의 빅테크]

홍성용 입력 2022. 5. 14. 20:03 수정 2022. 5. 1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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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키자의 빅테크]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선 12일 하루만에 시가총액 2000억달러(약258조원)가 증발했습니다. 시가총액이 200억 달러(약 25조5400억원)에 달하며 전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코인 중 하나라 떠올랐던 '루나'가 99% 넘게 폭락한 뒤, 상장폐지되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 현상을 피하지 못하면서 테라가 폭락하고 루나도 추락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가상화폐 시장 시가총액 순위 10위권안에 들며 전 세계인들을 열광시켰던 이 코인은 대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른 것일까요?

달러와 1대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

<사진=연합뉴스>
이번 사태는 스테이블코인의 한계나 위험성이 극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우리가 아는 흔한 암호화폐와는 다릅니다. 통상 코인을 구매하는 이유는 낮은 가격에 구매해서 이들 코인 생태계가 커져서 코인 가격이 높아졌을 때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게 일반적이죠.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화도록 설계된 디지털 자산입니다. 우리가 법정화폐라고 불리는 '정부가 발행하는 돈'과 동일한 가치를 갖는 것을 목표로 해요. 전 세계의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와 1대1로 가치를 고정시키고자 하는 것이죠. 이것을 우리는 '페깅(Pegging)'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힘든 코인에 투자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스테이블코인이 1달러에 고정돼있다면, 투자자들은 이 코인말고 다른 코인에 투자해야하지 않을까요?

스테이블코인과 연관검색어는 바로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입니다. 업비트, 빗썸 등 지금의 암호화폐 거래소는 정부의 통제하에 관리되는 금융이라는 점에서 '시파이(CeFi)'로 불리는데요. 현재 암호화폐거래소들에서 거래를 하기 위해선 회원가입, 본인인증, 계좌 등록 등 다양한 단계를 거쳐야 하니까요. 하지만 그 대척점에서 인터넷 연결만 가능하면 블록체인 기술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탈중앙화된 금융이 바로 디파이입니다. 기존의 금융은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을 거쳐야만 결제와 송금, 예금, 대출, 투자 등 거래가 이뤄지는데, 인터넷 연결만 가능해도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세계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디파이 생태계에서는 은행을 통하지 않고도, 자신의 코인을 특정한 거래소에 예치해두는 것만으로 수익이 발생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을 예치해두는 것만으로 이자 수익률이 쏠쏠한 것이죠. 다른 코인들처럼 가격 변동성도 크지 않으니 담보자산으로서 가치도 높고요.

'테라'와 함께 몰락한 '루나'...김치 코인의 종말

<사진=매경DB>
이번에 몰락한 테라(UST)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1991년생인 권도형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가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이 코인은 기존에 스테이블코인으로 알려진 테더(USDT)나 USDC 등 다른 스테이블 코인과 구별되는 알고리즘을 채택하고 있었습니다.

테더나 USDC는 현금이나 국채 등 실제 미국 정부에서 발행한 안전자산들을 담보해서 코인을 발행하면서 1대1의 가치를 유지해왔는데요. 테라는 담보나 예치금 없이도 '루나(LUNA)' 코인을 별도로 발행하는 형태로 1달러의 가격을 유지해왔죠.

테라의가격이 1달러를 넘어 1.2달러가 돼서 1달러를 유지하지 못하게 되면, '1달러만큼의 루나를, 1.2달러 상당의 테라'로 바꿔준다는 겁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0.2달러를 벌수 있게 되는 것이고, 시장에 테라가 늘어나며 다시 가격이 떨어지게 되죠. 테라와 미국달러 가치가 벌어지면 루나를 발행하거나 소각하면서 차익거래를 유도하는 식입니다.

여기에 '앵커프로토콜'이라고 하는 디파이 서비스도 한몫했습니다. 테라를 이곳에 예치하는 것만으로, 연 20%에 달하는 이자를 줬고, 코인 고래들의 마음을 샀죠. 테라 생태계는 끊임없이 커지고, 달러와의 1대1 페깅도 잘 되고, 루나 가격도 끊임없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특정한 담보가 없이, 투자자들의 신뢰로만 유지됐던 터라 늘 안전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폰지구조 즉 다단계 구조라는 비판도 끊이질 않았습니다. 이번 사태가 벌어지고 난 뒤에 월스트리트저널(WSJ)는 "테라와 루나 모델은 이 암호화폐를 지원하는 사람들의 집단적 의지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비판을 받아왔다"고 꼬집었죠.

그렇다면 왜 갑자기 5월들어 무너졌냐는 겁니다. 업계에서는 외부의 특정세력이 테라를 대량 매도하며 공격한 것으로 봅니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테라 블록체인 붕괴를 위해 투입돼 순식간에 패닉셀을 불러일으켰다는 겁니다. 특정 세력이 UST를 대대적으로 매도해 연동 체계 자체를 붕괴시켰고, 투자자들이 연쇄 매도하는 상황에 이르렀죠. 이 사이서 루나를 더 발행해야 달러와의 이격이 줄어들텐데, 그럼 루나의 가격은 속절없이 떨어지는 것이고요.

◆바이낸스의 '루나' 상폐 결정...앞으로의 미래는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 거래소 바이낸스는 13일 오전 루나의 상장폐지를 결정했습니다. 앞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10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UST 폭락 사태를 언급하며 "(스테이블코인은) 급격히 성장하는 상품이며 금융 안정성에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4대 거래소는 루나와 테라 폭락 사태와 관련해 상장 폐지 여부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미 4대 거래소들은 지난 10일부터 루나와 관련해 입출금 금지, 거래금지, 유의종목 지정 등의 조치를 발동하고 시장상황을 주시한 바 있죠.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30분 기준 테라USD 시세는 지난 일주일 새 80.60%, 루나 시세는 99.99% 하락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사태에 대해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하는 것이 시작됐다"며 "극단적으로 높은 레버리지와 물고 물리는 순환적 메커니즘 등 그림자 금융(건전성 규제를 받는 않는 금융기관)의 특징을 테라 생태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죠.

제2의 김범수라는 칭송을 얻던 권도형 대표는 하루아침에 명성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시대를 바꾼 창업가와 폰지사기를 펼친 사기꾼이라는 양 극단의 평가가 어쩌면 백짓장 하나보다 얇다는 생각입니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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