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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로 지구를 구할까?[인스피아]

김지원 기자 입력 2022. 05. 14. 21:44 수정 2022. 05. 1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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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의 인문교양 뉴스레터 인스피아(링크) 5월 11일자에 게재된 글입니다. 뉴스레터에는 해당 주제에 대해 추가로 읽을만한 책과 글 소개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편의 글로 하나의 깊은 영감을 드리는 〈인스피아〉를 구독해 주세요. 혹시 링크가 연결되지 않으면 괄호 안의 주소(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07426)로 들어오실 수 있습니다.※

지난 약 한달 간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소식으로 떠들썩했습니다. 이 시대의 ‘실리콘밸리 백만장자 괴짜 영웅’이 갑자기 이 낡고 문제 많은 플랫폼을 사겠다고 나선 것은 사람들을 여러모로 어리둥절하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쇼핑이 다소 ‘뜬금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머스크의 그간 행보를 봤을 때 현재까지 그가 몸담아온 회사들은 대체로 바닥부터 키워올린 회사들입니다. 트위터처럼 이미 큰 회사를 통으로 인수하는 경우는 솔라시티 정도를 제외하면 이번이 유일하죠.

또한 트위터는 그의 ‘혁신’과도 그닥 관계가 없어 보이는 업계입니다. 이미 폭풍이 수십차례는 휩쓸고 간 정글이나 마찬가지고요. 이에 대해 코미디언들은 지금 와서 트위터를 산다는 건 “전원이 꺼지고 케이지가 열린 후의 쥬라기 공원을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트레버 노아)” “지옥을 사는 것(제임스 코든)”이라고 농담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트위터는 최근까지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지 못해 여러모로 고심해왔습니다.

분명 2022년의 트위터는 여러모로 ‘화성 식민 계획’을 세우는 백만장자 괴짜의 구미를 당기게 할 만한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렇게 각종 외신, 칼럼, 반응 등을 살펴보며 골똘하게 일론 머스크와 미디어 업계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다보니왠지 손해 보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결정적으로는 그가 트위터 인수가 결정된 이후 아래와 같은 트윗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이제 코카콜라를 사서 코카인을 다시 집어넣자.” (...?)
4월 28일 일론 머스크는 본인의 트위터 계정에 “이제 코카콜라를 사서 코카인을 다시 집어넣자”란 트윗을 올렸고, 곧이어 “트위터를 무지 재밌게 만들자!”라는 메시지를 올렸습니다. 즉 이 둘은 그에게 있어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는 문제라는 거겠죠(왼쪽) 지난해 타임은 일론 머스크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면서 그를 광대이자 천재, 기업가, 쇼맨으로 설명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 화면 갈무리 / 타임

이 밖에도 그간 일론 머스크는 수많은 ‘좋지 않은’ 트윗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어쩌면 트위터 인수에 대해 좀 더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선, 이를 미디어 업계의 미래를 가늠할만한 인수전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일론 머스크라는 독특한 인물(영화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모델이기도 한)에 초점을 맞추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이번 레터에선 최근 외신 보도 및 일론 머스크에 대한 책 두 권(<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루디크러스>)을 지팡이 삼아 일론 머스크에 대해 해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트위터를 ‘통째로’ 사들인 백만장자

일단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트위터 인수 관련 이모저모를 잘 모르실 분들도 계시니 주요 근황 및 쟁점을 간단히 짚고 넘어가도록 해보겠습니다.

약 9200만 팔로워를 보유한 ‘파워 트위터리안’ 일론 머스크가 처음 트위터 지분을 사들인 것은 지난 4월 초였습니다. 9.2% 지분으로 단번에 최대 주주로 등극했죠. 이사회에 참여하진 않았고요. 대신 그는 “너, 통째로 얼마면 되겠니?”라는 ‘폭탄선언’을 합니다. 트위터는 한동안 “어딜 감히(포이즌 필)” 모드였습니다만, 머스크가 진짜 ‘돈다발’을 마련할 계획을 구체화하자 트위터는 돌연 입장을 바꿔 지난달 25일 약 55조 원에 인수를 결정했습니다. 이 금액은 기존 회사를 비상장사로 돌리는 거래로는 20년 만의 최대 규모라고 하네요.

이후 일론 머스크는 소식을 알리면서 트위터 변화와 관련된 계획을 내놓았죠. 핵심은 편집이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것, 오픈소스 알고리즘, 표현의 자유, 기업 유저 과금 정책 등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앞서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가짜 계정 검증 과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인수 잠정 중단 사실을 알리기도 했는데요. 그가 인수를 중단할 경우 인수 중단 수수료 10억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잠정 중단이 실질적인 중단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15일 현재 기준 아직까지는 우세합니다.

지난 4월 15일 일론 머스크는 TED 영상에 출연해 트위터, 테슬라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왼쪽)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 ‘고블린 모드’에 대한 짤을 올렸다가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고블린 모드는 자기 말만 하고 남의 말을 안듣는다는 의미의 밈인데, 우리나라 버전으로 하면 ‘얘쨰럐걔’ 정도가 비슷할 수 있겠네요. (링크) TED / 트위터 화면 갈무리

트위터 인수와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들 가운데서도 역시 가장 이슈가 됐던 건 ‘통째 구매’에 대한 것이었겠죠.

주식이나 기업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비상장회사가 무슨 뜻인지 잘 아실 텐데요. 핵심은 ‘주주들 눈치 볼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참고로 과거 트위터 CEO 잭 도시는 트위터 전체 지분의 불과 2%밖에 갖고 있지 않았고요. 트위터 정책과 관련된 모든 결정은 이사회, SEC 등의 협의를 거쳐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비상장회사가 되면서 그런 ‘번거로운 눈치’를 볼 필요가 전혀 없어지게 되었죠. 머스크는 비상장회사 형태로 트위터를 사들인 이유에 대해 “표현의 자유라는 혁신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좋게 말해 ‘눈치 볼 필요 없이 혁신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지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머스크의 생각만이 이 미디어를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 됩니다. 누구도 그의 규칙에 토를 달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미디어 전문가들은 우려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잭 도시가 과거 “어떤 개인이나 기업도 소셜 미디어, 미디어 회사를 소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는 점은 지금 상황에선 씁쓸한 블랙 유머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꽤나 의미심장한 걱정거리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간 테슬라 등 일론 머스크가 운영해오던 기업들에서는 노조의 고발, 성폭력 피해 등의 폭로를 철저하게 막아왔기 때문입니다. 이에 테슬라 직원들은 타임지가 지난해 ‘올해의 인물’로 일론 머스크를 선정하자 이에 반발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죠.

또한 그의 ‘뻘트윗’ 중에서는 그의 의견에 반대하는 기자, 정치인 등을 가차 없이 비방하는 것들이 대부분인데요. 최근엔 일론 머스크에게 세금을 더 납부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린 카렌 상원의원을 향해 “‘친구의 화난 엄마’가 떠오른다” “점장은 부르지 말라”는 식의 비하 트윗을 해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 NYT 칼럼니스트는 그가 원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가 아닌 “확성기를 컨트롤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상이 대체적으로 현재 트위터와 관련해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황 및 우려입니다.

■천재는 ‘일반인’을 이해 못 한다 #열림교회 닫힘

만약 주변 사람들에게 가차 없이 소리 지르고, 무능하다며 다그치고, 사내 괴롭힘, 부조리 등에 대한 비밀 유지 서약서를 쓰게 하고, 1년 해도 부족할 만한 일을 1개월 만에 끝내라며 닦아세우는 사람이 있다면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의 신화에서 이런 ‘독단적인 천재’라는 이미지는 꽤나 핵심을 이루고 있으며, 이것이 오히려 그의 매력의 일부인 양 그려져 왔습니다.

2015년에 나왔지만 여전히 명실공히 일론 머스크 평전의 정전으로 여겨지고 있는 애슐리 반스의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는 일론 머스크의 남아공 어린 시절부터 그의 ‘일생’을 그린 책입니다.

우선 이 책의 독서 경험에 대해 말하자면, 마치 발 달린 인간 로켓이 평생 쉬지도 않고 맹렬히 뛰어다니다가 결국 결정적인 도움닫기를 통해 완전한 이륙에 성공, 대기권을 치받고 나서는 영광스러운 엉덩이를 지상에서 올려다보는 느낌입니다. 맨땅에서 Zip2, 엑스닷컴(페이팔), 스페이스엑스 등을 멱살 잡고 일으켜 온 역사는 실로 이 시대 실리콘밸리 영웅의 서사라 할만합니다.

2012년 초 나를 비롯한 냉소주의자들은 머스크가 실질적으로 달성한 업적을 인정해야 했다. 한때 사면초가에 몰렸던 그의 기업들이 전례없는 일을 성공시키고 있었다[...]머스크는 실리콘밸리의 윤리에서 많은 것을 도입해 신속하게 행동하면서 관료주의적 위계질서 없이 조직을 운영하고, 이를 통해 커다랗고 환상적인 기계를 개발하고 우리가 놓치고 있던 비약적 발명을 이룰 잠재력을 키웠다.-애슐리 반스,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이하 동일)

제가 이 책을 읽으며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일론 머스크의 괴팍한 성격을 묘사하는 부분이었는데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책이 ‘명실상부한 정전’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그간 일론 머스크에 대한 평전 비슷한 책들이 수없이 쏟아져나왔지만 이중 그를 직접 취재한 것은 이 책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이 책은 굉장히 디테일한 취재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심지어 일론 머스크에 대한 비판적인 책, 기사들에서도 굉장히 많이 인용이 되곤 합니다. 한편 이는 다르게 생각하면 이 책이 비록 “일론 머스크에 대해 객관적인 저술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일단은 일론 머스크의 ‘허가’가 떨어진 내용만을 쓰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객관적이어보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론 머스크의 ‘단점’을 일부 묘사해야합니다. 여기서의 단점은 당연히 ‘허용가능한 수준’의 단점이죠. 자소서 쓸 때 ‘진짜 단점’은 쓰면 안되고 자신의 장점을 돋보이게 해줄 만한 ‘가짜 단점’을 써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요(“저는 너무 완벽주의자라 가끔 무급노동으로 밤을 새고 만답니다”같은 단점).

즉 이 책에서 일론 머스크의 괴팍함은 그의 천재성을 더 돋보이게 해줄 만한, 자소서의 ‘가짜 단점’ 같은 요소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고 역사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지금은 죽기 살기로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문법에 맞지 않게 이메일을 쓴 마케팅 직원을 해고했고, 머스크의 기억으로 최근에 ‘대단한’ 성과를 올리지 않은 직원도 회사에서 내보냈다[...]직원들은 머스크 밑에서 일하면 쾌락과 고통을 함께 느끼고 자기 학대를 거쳐 쾌감을 느낀다. 이 책을 쓰려고 인터뷰한 사람들 중에는 긴 근무시간, 머스크의 퉁명스러운 태도, 회사의 터무니없는 기대 등을 비판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해고당한 사람을 포함해 거의 모든 직원이 여전히 머스크를 숭배하고 그에 대해 말할 때는 대체로 슈퍼히어로나 절대자에게 쓰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의 영광의 서사 한편에는 항상 주변 사람을 극한까지 괴롭히는 착취의 장면들이 있습니다.

이 책 뿐 아니라 그를 다룬 다른 책들에서도 이런 부분은 굉장히 빈번히 드러나는데요. 그의 ‘착취’는 솔선수범(하루에 20시간 일하는 상사)과 ‘선의의 채찍질’의 결합이기 때문에, 이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는 칭송받아 마땅한 지도자처럼 군림할 수 있게 됩니다. 각 분야 최고의 인재들은 자발적으로 ‘짜릿’한 머스크의 세계관에 동참하기 위해 안정적인 직장들을 버리고 그의 카리스마 아래 달려옵니다.

지난해 5월 일론 머스크가 SNL에 출연해 모놀로그를 진행하는 장면. “내가 열받게 했다는 사람들한테, 이것만 말해주고 싶습니다. 나는 전기차를 재발명했고, 로켓으로 사람들을 화성으로 보내고 있죠.” SNL 화면 갈무리

저는 이런 반복되는 장면들을 읽으며 영화 <위플래쉬>의 ‘호랑이 선생’ 테런스 플래처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규칙 없음>에서 넷플릭스가 ‘최고의 인재들을 모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일론 머스크는 이 최고의 인재들을 모아서 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쥐어짭니다. 그것은 곧 ‘짜릿한’ 그들의 인생, 인류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는 일이기 때문에 그의 폭군 같은 성질에 대한 모든 ‘반박’은 무효입니다.

이런 일련의 신화적 서사가 너무도 잘 구축되어있어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시속 300km로 달리는 기차 옆에서 있으면 몸이 빨려 들어가듯 일론 머스크라는 특급 열차의 기세에 나동그라질 것 같은 아찔함을 느끼게 됩니다. 저 또한 정신없이 빨려 들어가서 읽다가 가까스로 노동법이라든지 인권같은 고루한 단어의 존재에 (아주 새삼스럽게도) 눈치를 채게 되었습니다.

이런 독단성을 트위터 매수 과정에서 굳이 다시 상기해볼 만한 의미가 있는 이유는, 일단 트위터는 소통의 플랫폼이라는 점입니다. 타인과의 소통을 진정한 협의가 아닌, 누구보다도 ‘게임’처럼(C.Thi Nguyen) 진행해 온 배타적인 천재 백만장자가 말하는 진정한 소통이란 어쩌면 ‘열림교회 닫힘’ 같은 모습일지 모릅니다.

트위터는 그 실시간성과 확산력을 바탕으로 아랍의 봄, 미투, 블랙라이브스매터 등 전 세계적인 움직임에 많은 영향을 주어왔습니다. 그 즈음 사람들은 트위터에서 벅찬 미래를 엿보았습니다. 한편 동시에 트위터는 1.6 국회의사당 점거 사태를 일으키고 백신 가짜 뉴스 등의 소동의 진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근래 사람들은 이에 충격을 받고 트럼프를 트위터에서 몰아냈고, 유럽 각국은 SNS에서의 가짜뉴스 몰아내기에 공들이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이 맥락에서 일론 머스크가 갑자기 뛰어들어 “표현의 자유”라는 ‘혁신’을 외치는 건 마치 늑대의 습격으로 양 목장의 울타리가 뜯어져 모두가 울타리를 보수하고 있던 와중에 울타리를 죄다 뜯어버리겠다는 외침과 비슷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이는 어쩌면 그가 결코 양의 입장이 될 수 없는 사람이기에 가능한 발상일 수도 있습니다.(“늑대들에게 있어 자유는 종종 양들에게는 죽음을 의미한다”-이사야 벌린)

실제 지난해 머스크는 노조 구성원의 스톡옵션을 박탈한다는 뉘앙스의 트윗을 올리고, 이에 노동관계위가 트윗 삭제 명령을 내리자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를 내세우기도 했죠.

이 책을 덮고 나면 그간 노동자, 정치인, 기자 등 가리지 않고 자신에게 반대하는 모든 이들을 통렬하게 찍어누르는 방식으로 눈이 번쩍 뜨일만한 혁신을 이룩해온 ‘천재 백만장자 파워 트위터리안’이 외치는 표현의 자유란 과연 무엇일까 곰곰 생각하게 됩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내가 생각하는 머스크는 좋은 의도를 지닌 몽상가였고, 테크노 유토피아 클럽의 일원이었다...그들은 방해받지 않는다면 인류가 고민하는 문제를 모조리 바로잡을 것이다. 언젠가 빠른 시일 안에 우리가 두뇌를 컴퓨터에 다운로드하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면 컴퓨터의 알고리즘이 문제를 모조리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애슐리 반스,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진짜 인류 평화를 위한 거라고? #신념

사실 ‘독단적인 괴팍한 성격’만 놓고 보면 일론 머스크라는 ‘실리콘밸리 영웅 2.0’는 이전 세대의 영웅 스티브 잡스와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 역시 그 천재적인 두뇌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성격적 결함’이 그의 중요한 캐릭터였으니까요.

연구자님들도 마블의 백만장자 히어로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참고 모델이 일론 머스크라는 점을 알고 계실텐데요. 아이언맨과 머스크의 공통점이자, 머스크와 스티브 잡스의 차이를 보여주는 부분은 단순히 돈을 잔뜩 버는 게 목적이라기보다는 ‘인류 진보’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테면 잡스가 우주 평화나 인류 진화를 위해 아이폰을 개발했다고 하진 않았지만, 머스크는 자신의 발명품을 발표하면서 그 혁신을 인류의 진보와 항상 연결짓곤 해왔습니다. 그의 절친이자 열렬한 지지자인 구글 CEO 래리 페이지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죠.

“일론은 ‘세상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지? 그런 의미에서 자동차 문제와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고 우주 식민지를 개척해야겠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정력적인 신념에 매료되기 이전에 한 번쯤 머리 위로 찬물을 끼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진짜로’ 인류를 진보의 궤도에 올려놓는 이상적인 일일까? 이를테면, 1억 원을 넘나드는 고급 전기 슈퍼카를 만들고, 지하를 뚫어 슈퍼 초고속 이동장치를 만들거나, 화성을 지구 식민지로 만드는 계획 등 말입니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 저널리스트 에드워드 니더마이어의 <루디크러스>는 일론 머스크라는 영웅의 수많은 공적 가운데서도 ‘테슬라’에 초점을 맞춘 책입니다. 동시에 일론 머스크를 시종일관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집념의 취재를 통해 성실하게 쓰여진 굉장히 보기 드문 책이기도 한데요. 이 책의 제목인 ‘루디크러스Ludicrous’는 ‘터무니없는’이란 뜻을 지닌 영어 단어인데요. 테슬라 자동차 모델의 이름이기도 한 이 단어는 저자가 이 책에서 지적하는 테슬라식 경영방식의 핵심이라 할만합니다.

이 문제적인 책은 여러 포인트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만, 일단 저는 그중 테슬라 운영을 통해 드러난 그의 ‘신념의 취약성’에 초점을 맞춰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심슨가족 중 일론 머스크가 등장한 회차에서 그는 돈과 상관없이 ‘창조적인’ 발명 아이디어들을 쏟아냅니다. 하이퍼루프를 소개하며 쥐 탑승객(결국 멀미에 시달리게 된)을 태우는 장면.(왼쪽) 사이버펑크 컨셉의 신차 Cybertruck을 소개하는 일론 머스크. 심슨 애니메이션 화면 갈무리 / Getty image

이 책의 저자는 한때 다른 많은 자동차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테슬라의 터무니없는 선언과 성공에 고무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의 거침없는 행보를 바라보며 계속 무언가 ‘찜찜함’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 찜찜함의 기원을 짚어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두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습니다.

1.안전성의 문제 = 자동차와 아이폰은 다르다.

2.신념의 문제 = 테슬라의 진짜 꿈은 무엇인가?

우선 첫 번째로 안전성 얘기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일단 이 책의 저자는 다소 완고하달 만큼 자동차 업계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자동차 업계는 원래부터 고루해야만 하는, 실리콘밸리식 애자일(Agile·일단 빠르게 서비스를 내놓고 시장 반응을 보면서 신속하게 고쳐가는 방식의 혁신)과는 거리가 먼 업계입니다. 왜냐면 자동차는 사람의 생명과 밀접하게 연관이 된 것이기 때문에 일단 던져놓고 업데이트를 이어가는 식의 실리콘밸리 혁신과는 거리가 멀어야 한다는 거죠.

새로운 기능과 꾸준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자동차의 명백한 개선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동차를 사소한 버그나 결함에 취약한 스마트폰처럼 만들 수도 있다. 웹사이트가 다운되거나 휴대폰을 재부팅하는 일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만약 운전 중인 차량의 컴퓨터가 다운되거나 재부팅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최소기능제품을 출시한 이후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하는 것은 안전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닌 소프트웨어와 스마트폰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자동차가 근본적으로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니더마이어, <루디크러스>

당시 구글 등 업계가 테슬라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자동주행 기술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자동주행을 적극적으로 적용하지 않은 이유는, 그것이 안전과 연결이 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테슬라는 계속되는 적자에서 벗어나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눈이 빙빙 돌 만한’ 신기술들을 계속 뻥튀기하며 보여줄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저자가 말하는 ‘루디크러스 모드’의 핵심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무래도 미디어 업계 종사자이다보니, 자동차 업계와 기존 언론사의 상황을 계속 붙여가며 읽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미디어 역시 사람들이 꽤나 ‘혁신적’인 업계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객관적인 정보를 직접 취재해 면밀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그것을 가공하는 일, 또한 워치도그로서의 역할은 꽤나 가성비가 맞지 않는, 엉덩이가 무거운 일입니다. 여기서 만약 일단 던져놓고 보는 ‘터무니없는’ 혁신적인 방식을 적용한다면 미디어의 ‘고루한 본질’은 희석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중요한 건 ‘혁신’이지 그런 지루한 사실관계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는 저자의 보수적인 관점에 일견 제가 동의를 했다고 해야겠네요.

두 번째로 ‘신념’의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요는 “테슬라의 핵심 가치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테슬라가 똑부러진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갈팡질팡해왔다는 겁니다.

처음에 테슬라가 잔잔하고 보수적인 자동차업계라는 호수에 큰 파란을 일으킨 것은 ‘전기자동차가 골프 카트같은 게 아니라 마세라티처럼 새끈할 수도 있다’는 사고의 혁신적 전환을 던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면에서 초고가 전기슈퍼카 ‘로드스터’의 존재는 그야말로 전기차 업계의 혁명이라고 할만했습니다. 테슬라의 섹시하고 값비싼 전기 슈퍼카를 사는 것은 지구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이후 테슬라가 내놓은 카드는 엉뚱하게도 자율주행이었습니다. 심지어 그 자율주행 기술은 완벽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토파일럿’이라는 수상한 개념을 도입해 과장 광고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양산형 전기차의 생산 과정에서 테슬라는 충분히 단가를 낮추는 것에 성공하지 못했으며, 테슬라가 지금까지 외쳐온 것들은 전화기를 스마트폰으로 바꾸는 것같은 ‘본질적인 혁신’이라기보다는 통상 가능한 부분을 ‘터무니없이’ 부풀려 온 연쇄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일련의 전개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테슬라의 혁신이 하드웨어적으로도 끝내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테슬라의 자동차가 충분히 안전하며, 테슬라가 지속가능한 경영 기반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대목에서 주목하고 싶었던 부분은 ‘신념’의 후광을 벗겨내고 진짜로 테슬라의 전기차가 얼마나 ‘인류의 구원’에 도움이 되었냐고 물었을 때 거기에도 열광적인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기술진보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로서 나는 테슬라가 과시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노는 완전히 과대 포장한 장난감이라고 생각해요. 5000만명이 푸드 스탬프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하고 매달 850억달러가 빚으로 늘어나는 국가는 우주 관련 사업에 절대 눈을 돌려서는 안됩니다. 엄청난 부호들이나 즐길 수 있는 우주여행은 특히 그렇죠.”-바클레이 스밀 교수(<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에서 재인용)

여기서 ‘일론 머스크가 꼭 인류의 진보를 위해 모든 일을 해야 하나?’라고 누군가 물었을 때 답은 당연히 ‘그럴 필요 없다’입니다. 그는 인류의 구원자가 아닌 한명의 성공한 기업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는 수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신자로 만든 ‘루디크러스’ 모드를 위해 인류의 진보라는 이상을 제시해야 했고, 그것이 그의 매력의 핵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그는 분명 ‘일개 백만장자’는 아닌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 터무니없는 매력의 연쇄 고리에서 그가 진짜로 인류 진보를 위한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의 매력은 분명 정당한 몫을 넘어 부풀려져있다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 아이언맨이 맞서 싸울 적은 타노스라기보다는 실질적인 기후 위기나 빈부격차, 정치적 소통처럼 ‘복잡하고 고루한 문제들’입니다. 지구 위기에 맞서는 방법은 화성 식민지를 개척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발 붙이고 선 이 세계를 바꾸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소통에 있어서의 ‘혁신’은 우리를 뒤집어지게 할 ‘[충격속보]외계인과의 최초 교신 성공’같은 것이 아니라, ‘압둘라와 김철수가 출근길에 여느 때처럼 아침 인사를 나누었다’라는 안온한 풍경에 가까울 것(가까워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것은 한 천재 괴짜가 문득 떠올린 (‘지루해진’ 코카콜라에 다시 코카인을 집어넣는 것 같은) “신나는 파티”가 아니라, 모두가 까마득하게 오랜 세월동안 지루하고 생색 안 나는 방법으로 고민하고 궁리해왔던 작업입니다.

“성장주의는 화성과 같은 행성 개척의 신화까지도 최근에 제출하고 있다. 이런 양상은 성장주의자들이 이미 지구환경과 미래 세대에 대한 관점을 포기하고 외계인이나 화성인과 같이 행동한다는 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신승철, ‘그린워싱, 녹색과 진보를 위장하다’(2021 가을호. 뉴래디컬리뷰 중)

■맺음말

<루디크러스>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인생 곡선의 맨틀을 뚫던 차에 일론 머스크에게 ‘깜짝 행운’이 연달아 찾아왔던 대목이었습니다. 2007년 다임러의 투자 덕에 정부 및 투자자들의 신뢰 및 막대한 추가 투자를 얻을 수 있었고, 2010년 토요타와의 협업 및 공장 거래는 엄청난 행운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덕에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던 테슬라는 극적인 터닝포인트에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21세기에 여전히 석유 먹는 차를 만드는 고루한 디트로이트의 ‘노인 원주민’들은 반짝이는 청년 테슬라에게 미래를 투자했습니다.

“토요타는 느리고 위험을 회피하려는 자사의 관료주의와는 정반대되는 모습을 테슬라에서 찾았다. 테슬라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문화를 가진, 젊고 민첩하며 혁신적인 자동차회사였기에 다임러와 마찬가지로 토요타는 테슬라와의 제휴가 테슬라의 ‘기업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보았다.” -<루디크러스>

오늘 레터의 본문은 꽤 냉소적으로 간추렸지만, 사실 일론 머스크의 평전을 읽으며 저 역시 시종일관 가슴이 뛰는 것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그의 ‘터무니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냉소적인 비판자들은 그의 이상적이고 불도저 같은 면모에 조심스럽게 꿈을 얹으며 베팅해왔습니다. 그의 행보에서 누군가는 어린 시절 꿈꾸었던 제트팩이 현실이 되리라는 천연덕스런 기대를 하고, 누군가는 화성에 누구나 갈 수 있는 미래를 꿈꿉니다.

가짜뉴스, 파편화된 SNS, 소통 문제 등에 골머리를 앓아온 미디어 업계의 ‘노인 원주민’으로서 저 역시 일론 머스크에 베팅하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없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터무니없는’ 일론 머스크는 그간 문제를 접시에 놓아 가져다주면 아예 영 딴 곳에서 새로운 문제를 떠올리거나(Zip2), 대신 우리가 상상치도 못한 넥스트레벨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하고(엑스닷컴), 우리가 원하는지 알지도 못했던 것을 섹시하게 뽑아내는 능력(테슬라)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인류를 화성으로 보내겠다는 계획마저 성공할 것으로 보이는 그가 자신의 혁신의 능력을 미디어 업계와 소통의 이슈에 쏟아붓는다면 대체 어떤 굉장한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하지만 오늘 레터에서 해찰한 내용대로 여전히 의아함은 제 마음 속에 남아있습니다. 그간 머스크는 빛나는 혜안을 가지고 나름의 솔루션을 독창적으로 제시해오려고 노력해왔다면, 이번엔 그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아예 통째로 자기 소유로 하기 원하는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 의아함은 니더마이어가 말했던 것처럼 ‘미디어 업계’ 역시 자동차업계처럼 궁둥이가 무거워서 본질적인 혁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업계라는 점 때문일 수도 있고, 소통이라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독단적인 일론 머스크의 캐릭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

그간 꾸준히 읽던 한 신문을 펼치니 어느날 두 기사가 나란히 배치되어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왼쪽에는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와 관련된 소식이었고 그 바로 옆에는 (많은 팬을 가진 또 한명의 독단적인 백만장자인) 트럼프가 일론 머스크 때문에 트럼프표 SNS ‘트루스소셜’의 오픈에 생각보다 눈길이 모이지 않아 시무룩해졌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사실 이 지면을 보지 않았다면 이번 회차를 성마르게 정리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정말로 그렇습니다.

“머스크는 태양계를 정복하고 싶어 한다. 그러한 희망을 가슴에 품고 아침에 눈을 뜰 수 있는 회사는 현재로는 스페이스 엑스 뿐이다. 우주산업을 움직이는 나머지 기업들은 우주를 재미없는 곳으로 만들고 있다.”-애슐리 반스,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경향신문의 인문교양 뉴스레터 인스피아(링크) 5월 11일자에 게재된 글입니다. 뉴스레터에는 해당 주제에 대해 추가로 읽을만한 책과 글 소개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편의 글로 하나의 깊은 영감을 드리는 〈인스피아〉를 구독해 주세요. 혹시 링크가 연결되지 않으면 괄호 안의 주소(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07426)로 들어오실 수 있습니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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