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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옥의 시시각각] 통화스와프는 '은밀하게 위대하게'

하현옥 입력 2022. 05. 16. 00:38 수정 2022. 05. 16.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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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불안, 원화 약세 지속에
한·미 통화스와프 상시화 주장도
역효과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하현옥 금융팀장

2017년 10월 12일(한국시간 10월 13일). 이른 저녁 워싱턴 특파원들에게 급하게 연락이 왔다.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업무 만찬에 참석한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당시 한국은행 총재가 기자간담회를 한다는 것. 만찬 중간에 행사장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부랴부랴 모인 기자들 앞에서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을 밝혔다.

당시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갈등이 한창일 때였다.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여부는 불투명했다. 만기일(10월 10일) 아침 “사실상 연장 합의”란 중앙일보의 단독 보도에 이 전 총재가 “(통화스와프는) 협상 ‘상대’가 있고 아직 모든 게 완결되지 않았다”고 말한 지 나흘 만의 공식 확인이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해당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에게 들은 전말은 이랬다. 양국은 한·중 통화스와프 만기 한 달 전인 그해 9월에 연장에 합의했다. 다만 저우샤오촨(周小川) 당시 중국인민은행 총재가 사드 등 외교 문제가 걸려 있어, 연장 사실의 공식 발표를 원치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 측은 연장 합의를 발표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워싱턴 G20 회의에서 중국 측과 만나 설득한 끝에 약식 간담회를 했다는 이야기다.

2017년 10월12일(현지시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업무만찬 중 잠시 나와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한ㆍ중 통화스와프의 만기를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5년 전의 상황을 되짚은 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 대한 다양한 주장이 이어지면서다. 오는 21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의제로 상시 개설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원화 가치가 세계 금융위기 당시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에 통화스와프 체결은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좋은 카드다.

걱정스러운 건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혹은 부활 주장이 통화스와프의 ‘상대’를 변수로 놓지 않은 채 우리의 필요만을 앞세운 일방통행식 당위로 흐르는 듯해서다. 한국은 ‘달러 우산’ 아래로 들어가면 안전하다. 반면에 미국이 우산을 펴줄 것이냐는 다른 문제다. 실제로 미국과 맺은 두 차례의 통화스와프는 한국만큼이나 미국의 필요가 작용했다. 칼자루는 미국이 쥐고 있단 의미다.

코로나 확산이 본격화하던 2020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당시 상황은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쓴 『격변과 균형』에 생생하게 담겨 있다. ‘2020년 3월 19일. 외환시장이 개장했는데 1분간 달러를 팔겠다는 주문이 한 건도 없었다. 기재부와 한국은행의 구두개입에도 환율은 1296원까지 급등했다. 외환시장의 패닉을 종결시킨 건 한·미 통화스와프였다. 우리가 체결을 위한 방문 노력을 하기도 전에 이날 밤 미국에서 체결한다고 연락이 왔다. (신흥국 등의) 1조 달러 미국 국채 대량 투매 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에 따르면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8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은 강만수 당시 기재부 장관이 “한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내다 팔면 통화스와프 없이도 위기관리가 가능하다”고 압박하며 가능했다.

달러 부족으로 인한 외부 위험의 전이를 막기 위한 미국의 조치가 통화스와프였던 셈이다. 프랑스의 싱크탱크 국제정보전망연구소가 “통화스와프를 통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전 세계의 최종 대부자 역할을 맡게 됐다”고 한 이유다.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며 유동성을 흡수하는 Fed가 통화스와프를 가동할 가능성이 작다고 전망하는 건 그 연장선에서다.

그 때문에 한·미 통화스와프 공론화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하면 오히려 한국 경제에 문제가 있다는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다. 한·일 통화스와프(위안부 소녀상 설치)와 한·중 통화스와프(사드)에서 봤듯 통화스와프는 경제·금융과 정치·외교가 맞물린 고도의 퍼즐 맞추기다. 어느 영화 제목처럼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모토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하현옥 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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