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권도형의 비트코인 4조5000억.. "대부분 가격 방어로 소진"

장형태 기자 2022. 5. 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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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99.99% 대폭락.. 끝나지 않는 후폭풍

한국산 가상 화폐 테라와 루나 가격이 폭락한 가운데 가상 화폐 발행사가 보유한 비트코인 35억달러(약 4조5000억원)어치의 행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루나와 테라 발행 업체인 테라폼랩스는 두 코인의 가격 방어를 위해 비트코인을 대거 사 놨는데, 지난 10일 코인판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이 발생했을 때 정작 방화수 역할을 할 비트코인이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16일(현지 시각) 발행 업체가 세운 재단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는 트위터를 통해 “지난 8일 먼저 5만2189개를 팔았고, 12일에도 가격을 지키기 위해 3만3206개를 매각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남은 가상화폐는 피해자 보상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테라와 루나 발행사 테라폼랩스의 권도형(31) 대표가 지난 14일 “비트코인 사용 명세서를 공개하겠다”고 말한 뒤 이틀 만이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신뢰를 잃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테라·루나 58조 증발할 때, 비트코인 행방은

테라는 개당 가격이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stable) 코인’으로 불리는 가상 화폐다. 하지만 테라는 금·달러·비트코인 같은 안정적인 자산을 담보로 발행된 것이 아니라 자매 코인인 루나와 알고리즘 연동을 통해 시세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1테라=1달러’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루나를 발행하거나 소각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발행사 테라폼랩스는 루나를 예치한 투자자에게 연 20%에 달하는 이자를 테라로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폰지 사기’라는 비판에도, 시중 금융권에서 볼 수 없는 고금리에 혹한 투자자가 대거 몰리자 권 대표는 올해 1월 안전망 확보 차원에서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 재단을 세우고 3월까지 35억달러어치의 비트코인(8만394개)을 구입했다.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하지만 균열은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지난 7일 테라 가격이 갑자기 1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담보 역할을 하는 루나 가격도 10%가량 빠졌다. 애초 테라가 하락하면 루나를 팔아 테라 가격을 떠받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겁이 난 투자자들이 루나를 대거 매도했고, 결국 지난 10일 모든 루나를 팔아도 1테라를 1달러로 환급해줄 수 없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하고 말았다.

당시 권 대표는 폭락을 방어하기 위해 보유한 비트코인 등을 담보로 15억달러(약 1조9278억원) 자금 조달에 나섰으나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와중에 비트코인 35억달러어치가 가상 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 제미니로 흘러들어 간 것이다. 가상 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 적립금이 어떻게 됐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개인 간 거래 계좌(지갑)는 추적이 가능하지만, 거래소로 들어가 다른 코인과 뒤섞인 경우에는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루나는 일주일도 안 돼 가격이 99.99% 떨어져 휴지 조각이 됐다. 테라 가격도 1달러에서 14센트로 수직 낙하했다. 가상 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일주일간 테라와 루나 시가총액 450억달러(약 57조8385억원)가 증발했다.

◇권도형은 누구

1991년생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미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각각 3개월 인턴 엔지니어로 근무했고, 2018년 신현성 티몬 창업자와 함께 테라폼랩스를 창업했다. 이후 루나와 테라가 승승장구하면서 2019년에는 포브스지 선정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 30인에 선정됐다. 언론 인터뷰 대신 트위터를 통해 소통하면서 대규모 팬덤을 양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영국의 한 경제학자가 스테이블 코인 모델의 위험성을 지적하자, 권 대표는 “난 가난한 사람과는 토론하지 않는다”며 조롱하기도 했다. 루나 폭락 나흘 전인 지난 4일에는 미국 체스 유튜버와 인터뷰하면서 “코인 95%는 망한다. 그들이 망하는 걸 보는 것도 재미”라고 했다. 결국 그의 발언은 부메랑이 되고 말았다.

권 대표는 지난 14일 한 블록체인 커뮤니티에 ‘테라 생태계 부활 계획’을 제안했지만, 가상 화폐 업계에서는 이를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도지코인을 만든 빌리 마커스는 “새로운 희생자를 만들지 말고 영원히 업계를 떠나라”고 했다. 세계 최대 가상 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도 “테라 생태계 부활 계획은 이뤄질 수 없다. 그저 희망 사항일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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