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내렸지만 마진개선..정유사 2분기 실적 '맑음'

문채석 입력 2022. 5. 1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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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지표 상승.."당분간 수요급감 가능성 낮아"
中 봉쇄, '러-우 사태' 등 장기 리스크는 존재
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에 있는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 전경.(사진제공=SK이노)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8주 만에 하락 반전했지만 이들 기업이 2분기에도 호실적을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동 원유에 붙는 할증 가격(OSP)이 낮아져서다.

17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이달 세번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20.06달러를 기록했다. 1주일 전 24.2달러보다 소폭 낮아졌다. 정제마진이 하락 반전한 것은 지난 3월 세번째 주 이후 8주 만이다. 정제마진은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해서 만드는 휘발유와 등·경유 제품 등을 팔아 남긴 차익으로, 수익성 지표로 꼽힌다. 통상 4~5달러를 손익 분기점으로 간주한다.

정제마진이 낮아졌어도 정유사들의 2분기 실적은 좋아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다른 수익성 지표인 OSP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OSP는 두바이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브렌트유 등 각 지역 벤치마크 원유 가격에 붙는 값이다. 가격 결정권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이 쥐고 있다. 이날 정유 업계에 따르면 아람코는 아시아로 수출하는 다음 달 인도분 아랍경질유의 공식 판매 가격(OSP)을 배럴당 4.4달러로 책정했다. 이달 인도분 9.35달러보다 절반가량 낮췄다. OSP를 깎은 것은 4개월 만이다.

일반적으로 정유사들은 석유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와 공급 모두 점진적으로 늘어야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평가한다. 경기와 국제 유가가 조금씩 꾸준히 오른다고 판단되면 공장 가동률을 올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따른 세계 공급망 불안으로 공급이 주는 것은 물론 경제 불확실성 때문에 수요도 덩달아 급감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적어도 수요 급감 걱정은 줄었다는 사실이 수치로 드러난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 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3월 한달간 국내 원유수입량은 8555만8000배럴로 2월 7958만4000배럴보다 7.5% 는 것은 물론 지난해 12월 8692만5000배럴 수준을 회복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월24일에 시작됐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정유사들의 원유 수입량에 전쟁이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수요가 견조하다는 판단에 따라 정유사들은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석유공사와 대한석유협회 등에 따르면 3월 가동률은 77.9%, 1분기 전체 평균은 80%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2020년 2월 80.51%, 3월 80.65% 수준으로 올린 것이다. 2020년과 지난해 연평균 가동률은 각각 75.9%, 74.4%에 불과했었다.

주요 지표 변동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당분간 수요·공급이 급감해 정유사 실적이 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유 4사 중 하나인 SK이노베이션 분석 보고서에 "높은 마진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투자가들의) 문의가 많다"며 "정제마진 변동성이 높지만, 세계적인 정유 업체의 증설 수준이 제한적이고 단기 공급 변수를 해소할 만한 요인이 충분치 않은 만큼 당분간은 높은 마진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썼다.

다만 고유가, 중국의 코로나 봉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경기 부진 등이 길어지면 제품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아람코가 OSP를 낮춘 것도 장기적인 수요 위축 가능성을 고려한 결정이란 것이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아람코의) OSP 하향 조정은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는 사실과 궤를 같이 한다"며 "특히 미국 에너지 정보청(EIA),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이 지표를 낮추면서 그 근거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긴장과 인플레이션, 공급망 악화 등을 든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OPEC은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달 3.9%에서 이달 3.5%로 0.4%p 낮췄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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