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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한 첫마음, 5년 전과 5년 뒤

방준호 기자 입력 2022. 05. 1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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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 행장기'(제1412호 표지이야기) 기사를 마감하고.

경제구조 개혁과 비전을 담은 정책 자료와 진지한 논의를 취재하며 혼자 괜히 흥분하다가, '미쳤나봐, 냉정하자'를 속으로 되뇌었던 5년 전.

경제적 불평등 해소라는, 소득주도성장이 품은 가치가 다시 한번 이야기되길 바랐습니다.

10여 년 전 소득(임금)주도성장이라는 개념을 만나, 대통령의 경제정책 방향으로 채택되고, 현실에 부딪히고, 물러선 순간, 순간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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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토크]

‘소득주도성장 행장기’(제1412호 표지이야기) 기사를 마감하고.

이상한 소일거리로 한 주를 보냈습니다.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의 문장을 읽고, 생각하고, 끄적여봤어요. 일, 아니고 소일이 확실합니다. 의무감 조금도 없이 그냥 그렇게 빈 시간을 채웠거든요. 마음을 좀 덥히고 싶었던 겁니다. 국정과제는 새 대통령의 첫마음이고, 첫마음은 대개 순정하며, 순정은 자체로 뜨겁게 마련이니까. 딱딱한 개조식 문장을 앞에 두고 그러는 꼴이 조금 웃기기도 했습니다.

실은 요즘 소일 말고 일도 그런 태도로 해왔습니다. 경제구조 개혁과 비전을 담은 정책 자료와 진지한 논의를 취재하며 혼자 괜히 흥분하다가, ‘미쳤나봐, 냉정하자’를 속으로 되뇌었던 5년 전. 그때에 견줘 마음은 차게 식었고 그런 채로 일하는 게 사뭇 쓸쓸했거든요. 문재인 정부의 첫마음을 듣는 취재도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 경제정책, 특히 소득주도성장을 고민했던 학자들을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생각보다 흔쾌히 학자들은 연구실 문을 열어줬습니다. 그뿐인데 뭉클합니다. 소득주도성장은 이제 웬만해선 부르지 않는 단어입니다. 불렀다가는 본전도 못 찾습니다. 학자들은 사정을 무릅쓰고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경제적 불평등 해소라는, 소득주도성장이 품은 가치가 다시 한번 이야기되길 바랐습니다. 그 가치는 한 정부‘만’의 것일 수 없다고 확신했습니다. 10여 년 전 소득(임금)주도성장이라는 개념을 만나, 대통령의 경제정책 방향으로 채택되고, 현실에 부딪히고, 물러선 순간, 순간을 기억합니다. 굽이에서 깨달은 바를 윤석열 정부의 첫마음에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전하는 목소리는 절박합니다.

절박함은 여전한, 이런 이유들 탓일 터입니다. 가계와 기업으로 구성된 민간부문, 그러니까 ‘시장’에서 불평등은 커지고 있습니다. 임금 격차, 수출과 내수의 격차, 자산 격차 같은 얘기입니다. 성장만을 목표 삼은 제어 없는 시장이라면 불평등에 가속도가 붙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이를 바로잡아보려던 계획이 소득주도성장인데, 알다시피 흐름을 되돌리지 못했습니다.

점점 벌어지는 시장 불평등을 그동안 재정이 메웠습니다. 바닥에서 시작한 덕분에 정부의 복지 혜택을 더한 불평등 지표는 개선되고 있습니다. 다만 증세 없이 언제까지, 얼마큼 더 가능할지 알 수 없습니다. 메워야 할 시장 불평등은 커지고, ‘나랏빚’은 익숙한 공격 대상이니까요.

재미없는 이야기는 그만두고.

그래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서 무엇을 보고 끄적였냐면요. 적은 건 문장이 아니라 문장부호가 대부분입니다. 물음표가 유독 많습니다.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운 듯 보여도 사실 대개 비슷한 정책인데, 개선 방향이 적혀 있지 않아 ‘?’. 복지 확대와 감세와 재정건전성 강조가 나란해서 ‘?’. 자유로운 시장을 강조하면서 국가 주도 산업 지원을 세부까지 열거해서 ‘?’. 공정경제 문제를 시장 권력 왜곡이 아닌, 사이좋게 지내면 되는 다툼 정도로 접근하는 것 같아 ‘?’, ?, ?, ?….

그래도, 국정과제는 (국가를 넘어) 국민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도 적었습니다. 거기에는 거대한 동그라미를 그려봤습니다. 다시 마음을 덥힐 실마리이니까요. 새 정부의 순정 한 조각을 쥔 채 물음표를 채우고 동그라미를 늘리는 게 앞으로 5년 기자로서 일일 터입니다. 그렇게 소일은, 결국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방준호 <한겨레> 사회정책부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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