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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롱코비드의 진실

강석기 과학 칼럼니스트 입력 2022. 05. 17. 11:00 수정 2022. 05. 1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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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 기준 인구 10만 명 당 코로나19 사망자를 보여주는 지도다. 5월 15일 기준 한국은 46명으로 세계 평균 79명의 60% 수준이다. 한국보다 사망자가 적은 나라들도 꽤 된다.  위키피디아 제공

지난 정부가 끝날 무렵 코로나19에 대한 K방역(한국형 방역)을 세계의 모범이라며 자화자찬하는 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치명률이 0.13%로 세계 평균인 1.2%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낮은 걸 두고 이렇게 평가한 것 같은데, 절댓값을 놓고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알다시피 한국은 한동안 1일 확진자 수에서 세계 1위를 달렸고 심지어 사망자 수에서도 세계 1위를 한 날이 있기 때문이다.

5월 15일 기준 누적 세계 확진자는 5억2123만 명이고 사망자는 626만 명에 이른다. 한국은 각각 1780만 명과 2만3744명이다. 인구 대비 세계는 6.6%가 확진된 반면 한국은 34%로 5배에 이른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치명률이 훨씬 낮아도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는 전세계 기준인 79명의 0.6배인 46명에 이른다. 우리가 늘 비교 대상으로 삼는 일본은 830만 명이 확진돼 3만명이 사망해 10만 명당 24명으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면 모를까 대놓고 K방역을 자랑할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 4월 추가 사망자 1만 명 가까이 나와

‘세계 통계야 믿을 수 없는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할 독자가 많을 텐데 물론 그렇다. 아마 실제 감염자와 사망자는 공식 발표 값에 3 정도를 곱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통계도 그렇게 믿을만한 건 못 된다. 실제 감염자가 인구의 절반은 될 것이고 사망자도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례를 포함하면 더 많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2월 사망자는 2만940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94명 더 많았고 코로나19 사망자는 1398명이었다. 3월 사망자는 3만9532여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만2929명 더 많았고 코로나19 사망자는 8420명이었다. 4월에는 월 사망자로 처음 4만명을 넘어(4만985명) 전년 동기 대비 1만5890명이나 더 많았고 코로나19 사망자는 6285명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난 사망자에서 코로나19 사망자를 뺀 초과 사망자가 2월은 3996명, 3월은 4509명, 4월은 9605명이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증가이겠지만 대부분은 코로나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죽음일 것이다. 즉 의료계가 코로나 대처에 급급하다 보니 평소 같으면 살았을 상태임에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어이없이 죽은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죽었지만 코로나 사망자 통계에 잡히지 않은 경우가 많을 것이다. 후자를 포함한 코로나 사망자는 공식 사망자의 1.5배는 되지 않을까.

○ 7개월 뒤에도 RNA 검출

죽음까지는 이르지 않더라도 코로나 후유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소위 ‘롱코비드’라고 부르는 현상으로, 급성 호흡기 증상을 앓고 난 뒤에도 수주 또는 수개월 동안 각종 증상이 이어지며 심신을 지치게 한다. 확진자 가운데 롱코비드를 겪는 사람은 논문에 따라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87%에 이른다.

주변을 봐도 코로나는  목감기 수준으로 넘겼는데 두 달이 되도록 기침이 계속 나와 고생하거나 가래가 끓어 약을 먹고 있는 경우가 있다. 역시 가벼운 감기로 지나갔지만 피로감이 지속되고 머리가 탁한 증상(인지력 저하)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다. 코로나로 입원을 할 정도로 고생한 뒤 이런 후유증을 겪는다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감기 수준으로 앓고 나서 이런 증상을 호소하니 엄살이거나 심지어 꾀병 같기도 하다. 

물론 그런 게 아니니까 롱코비드란 용어까지 만들어져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후속 증세가 이어지는 원인에 대해서는 두 가지 가설이 있다. 먼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완전히 소멸하지 않고 몸에 남아있어 면역계를 자극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롱코비드를 호소하는 사람들의 조직에서 채취한 시료를 분석해보면 바이러스 RNA나 단백질이 검출되는 경우가 많다. 다음으로 감염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면역계가 교란돼 바이러스가 사라진 뒤에도 여전히 몸에 해로운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 롱코비드 환자에서 자가면역 같은 면역계 이상 현상이 관찰되기도 했다.

앞서 만성 피로나 인지력 저하처럼 롱코비드 증상은 호흡기가 아닌 다른 기관이나 조직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소화기도 그런 경우로 코로나의 급성 호흡기 증상, 즉 목감기가 지나간 뒤에도 메스꺼움이나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이 지속돼 고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최근 국제학술지 ‘메드’에는 코로나를 겪은 사람들의 분변을 분석한 결과 감염 뒤 무려 7개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바이러스 RNA가 검출된 경우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이런 사람들은 롱코비드로 위장관 증상을 겪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스탠퍼드대를 포함한 공동 연구팀은 코로나를 가볍거나 심하지 않게(입원하지 않을 정도) 앓은 113명을 대상으로 7개월에 걸쳐 6차례 분변 시료를 채취해 분석했다. 그 결과 확진되고 1주일 뒤에는 49%에서 바이러스의 RNA가 검출됐다. 그런데 4개월이 지난 뒤에도 13%에는 RNA가 검출됐고 7개월이 지난 뒤에도 4%에서는 여전히 검출됐다. 다만 RNA 농도는 10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였다.

코로나를 가볍거나 심하지 않게 앓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강 채취 시료와 분변에서 바이러스 RNA를 검출한 결과 확진 1주일 뒤에는 검출된 비율이 비강에서 더 높았지만(아래 그래프 파란 선) 120일 뒤에는 분변 일부 시료에서만 검출됐다(녹색 선). 메드 제공

반면 같은 참가자의 호흡기(비강)에서 채취한 시료에서는 확진되고 1주일 뒤 66%에서 RNA가 검출돼 분변보다 더 높았지만 4개월이 지난 뒤에는 한 명도 검출되지 않았다. 바이러스가 호흡기에서는 완전히 사라지더라도 소화기에는 남아있을 수 있고 이 경우 롱코비드로 복통 등 각종 위장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호흡기 세포 표면의 ACE2 단백질을 인식해 침투한다. 그런데 장벽 세포 표면에도 ACE2 단백질이 분포하고 따라서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베타코로나바이러스에 속하는 소 코로나바이러스(BCoV)는 소의 위장관에 감염해 심각한 설사를 유발한다. 

그럼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호흡기 세포에 비해 위장관 세포에 더 오래 남아있는 이유는 앞으로 밝혀야 할 과제다. 한편 위장관에는 면역계가 밀집해 있으므로 이곳에 잔류한 바이러스로 면역계가 교란돼 다른 장기에서 롱코비드 증상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3월 하순 어느 날 잠자리에 누웠는데 침 삼키는 게 좀 불편해(전형적인 목감기 초기 증상)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불편함이 좀 더 커졌고 항원 검사 결과 비강 채취 시료는 음성이었지만 목 안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두 줄이 나왔다. 다음 날 아침 스마트폰에 뜬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를 보니 예상대로 양성이었다. 

약간 걱정이 됐지만, 다행히 열도 안 나고 목이 불편한 증상도 사라졌다. 목감기 중에서도 가벼운 편이었다. 오히려 가족이 감염되지 않게 조심하는 게 더 힘들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속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구토나 설사, 복통 같은 심한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뭔가 장에 이상이 생긴 것 같다. 음식을 가려먹고 프로바이오틱스 등 이런저런 약도 먹고 있지만 두 달 가까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아무래도 내시경을 받아봐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하고 있는데 ‘메드’에 실린 논문을 보니 롱코비드 증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다른 문제가 생긴 것인데 우연히 시기가 겹친 것일 수도 있다.

‘들어갈 때 나올 때 다르다’고 그렇게 조심하다가 막상 코로나에 걸려 가볍게 앓고 낫자 ‘가을쯤 새 변이가 돌 때까지는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있으니 차라리 잘 됐다’며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래도 안 걸리는 게 최선이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코로나에 걸려 급성 호흡기 증상(감기)을 겪을 때 장벽 세포에도 바이러스가 감염된다. 7개월이 지난 뒤에도 장벽 세포나 장의 면역세포(CD8+)에서 바이러스의 RNA나 단백질이 검출된다. 장 점막에 바이러스 항원(antigen)이 잔존하면서 면역계를 교란하면 복통뿐 아니라 피로, 기억 장애, 후각 상실, 두통 같은 각종 롱코비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위장병학 제공

※ 필자소개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7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강석기 과학 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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