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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양도세 폐지와 공정

전필수 입력 2022. 05. 17. 11:05 수정 2022. 05. 18.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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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종목 100억원 이하 보유자에 대한 주식양도세 폐지.

현행법에 따르면 주식양도세는 한 종목 보유금액이 10억원을 넘거나 보유지분율이 1%(코스닥은 2%) 이상인 대주주가 낸다.

다만 양도세를 폐지하고 거래세로 회귀하는 것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현대국가의 조세원칙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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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 한 종목 100억원 이하 보유자에 대한 주식양도세 폐지. 새 정부 국정과제 중 금융시장 선진화를 위한 첫 번째 실천 과제다. 전체 투자금도 아니고 한 종목당 100억원 이상 투자자에 대해서만 과세한다니 지배주주나 주식에만 수백억 원을 투자하는 초고액자산가를 제외한 거의 모든 투자자들의 양도세가 면제되는 셈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주식양도세는 한 종목 보유금액이 10억원을 넘거나 보유지분율이 1%(코스닥은 2%) 이상인 대주주가 낸다. 2020년 문재인 정부는 주식 보유액, 지분율에 상관없이 주식으로 연 5000만원 넘게 돈을 벌면 누구나 세금을 부과하게 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처음엔 2000만원까지 공제를 해준다는 계획이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에 5000만원으로 확대했다. 증권거래세 인하 시기도 앞당겼고,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로드맵을 완전히 뒤엎고 양도세를 사실상 폐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양도세를 폐지함으로써 1400만명에 달하는 주식투자자들의 지지를 얻겠다는 속내다. 돈을 벌어도 세금을 내지 않게 해준다니 투자자들 입장에서야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일 듯싶다. “사람은 자기 소유물을 빼앗겼을 때보다 부친이 죽은 쪽을 더 빨리 잊어버리는 법”(마키아벨리)이니 말이다.

다만 양도세 폐지 정책에는 함정이 있다. 양도세를 사실상 폐지하는 대신 매년 단계적으로 낮추고 있던 증권거래세는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현행 거래세는 0.23%(코스피는 거래세 0.08%+농어촌특별세 0.15%)다. 지난해 5월14일부터 올해 5월13일까지 1년간 개인투자자들의 매도 총액은 3777조7109억원(코스피 1841조9014억원+코스닥 2135조8095억원)이다. 매도할 때마다 거래세(농특세 포함) 0.23%를 내야 하니 개인들이 낸 최근 1년간 거래세만 9조1487억원이다.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의 거래회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000만원 이하 소액투자자의 연간 거래회전율은 6534%나 됐다. 이는 1000만원으로 65번 이상 사고팔아 6억5340만원어치를 매매했다는 얘기다. 이 투자자가 내는 세금은 150만원. 1000만원을 한 번 매매할 때마다 내는 거래세는 2만3000원이지만 매매가 잦다 보니 나가는 세금은 제법 몫돈이다. 주식으로 돈을 벌었든, 잃었든 관계없이 나가는 세금이다. 이렇게 모인 세금이 9조원을 넘는다.

공정한 세제는 “세금을 넓고 얕게 걷는 것”이라는 로마 황제 아우구스트의 이론에 따르면 거래세는 징수자 입장에서 아주 효율적인 세금이다. 실제로 거래세 때문에 투자 못하겠다고 하는 투자자들을 보기는 힘들다. 반면 양도세는 내는 사람은 소수지만 조세 저항이 강할 수밖에 없다. 주식투자로 수익 1억원을 냈다면 비과세 한도인 5000만원을 뺀 5000만원의 20%인 10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다만 양도세를 폐지하고 거래세로 회귀하는 것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현대국가의 조세원칙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정책이다. 부자 감세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양도세 폐지 등 금융시장 선진화 정책으로 자본시장 공정성 제고를 통해 투자자로부터 신뢰받는 시장 구축과 자본시장과 실물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한다. ‘공정’이 참 고생이 많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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