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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요새 전락한 일 최남단 섬.."미사일로는 평화 없다" 외침

김소연 입력 2022. 05. 17. 11:07 수정 2022. 05. 1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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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 오키나와 미야코지마를 가다
대만 인근 신냉전의 최전선
미-일의 중국 견제 전략 따라
자위대 미사일·레이더 기지 설치
국토의 0.6% 오키나와에
미군 기지 70% 집중 '긴장'
난세이 제도 4곳 미사일 방위망
중, 항모 동원한 군사훈련 강화
주민들 "안보 명분 희생 강요"
부대 앞 1649번 항의 선전전
"힘 대 힘 대결로는 평화 없다"
미사일 부대가 있는 일본 육상자위대 미야코지마 주둔지는 미야코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로 섬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주둔지 정문 모습. 미야코지마/김소연 특파원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에서 비행기로 1시간을 더 가면 해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섬 ‘미야코지마’가 나온다. 6개의 섬으로 이뤄진 미야코지마는 전체 면적이 203.5㎢로 한국의 강화도(302.6㎢)보다 조금 작다. ‘미야코 블루’로 불릴 정도로 바다가 아름다워 연간 약 100만명(2019년 기준) 이상의 관광객이 섬을 방문한다.

평화롭던 섬의 분위기가 험악하게 바뀌기 시작한 것은 미-중 갈등이 점차 첨예해져 가던 2010년대 초중반부터였다. 섬은 오키나와 본섬과 대만 사이에 위치해 있고, 중-일이 치열한 영토분쟁을 벌이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겨우 160㎞ 떨어져 있다. 2019~2020년 자위대의 ‘미사일 부대’가 들어선 뒤 섬은 명실상부한 미-중 갈등의 최전선으로 변했다. 15일로 본토 복귀 50주년을 맞은 오키나와와 미야코지마 사람들은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지난 11일 <한겨레> 취재진이 찾은 미야코지마는 장마로 하루종일 비가 내리다 그치다를 반복했다. 미사일 부대가 있는 일본 육상자위대 미야코지마 주둔지는 미야코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 떨어진 섬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22만㎡ 부지에 베이지·오렌지색 건물들이 들어선 기지는 얼핏 보면 리조트를 연상시킨다. 차량 정비장, 경호소, 탄약고, 관사 등이 있는 부대에는 자위대원 약 700명이 머물고 있다.

기지에 접근해 철제 펜스 안을 들여다보니, 낭만적으로 보이는 외관과 달리 ‘03식 지대공미사일’ 발사 차량 등 무기들로 들어차 있었다. 미야코지마 주둔지는 2019년 3월 개설됐고, 미사일 부대는 2020년 3월 배치됐다. 이날 외곽에서 훈련이 있었는지 군용차량이 줄지어 부대로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멜론과 사탕수수 농사를 짓는 나카자토 세이한(68)의 비닐하우스는 미사일 부대에서 불과 5m 거리에 있다. 뒤에 일본 육상자위대 미야코지마 주둔지 건물이 보인다. 미야코지마/김소연 특파원

부대 앞 농가에서 만난 나카자토 세이한(68)은 “미사일 기지를 볼 때마다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정부는 안보를 명분으로 섬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또 오키나와네요.” 나카자토는 순간 감정이 북받쳐 올랐는지, 잠시 말을 멈췄다. 그의 분노 어린 외침 속에서 본토에 복귀한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치유되지 못한 오키나와의 상처를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은 1945년 4~6월 본토를 지키기 위해 오키나와를 방패 삼아 미군을 상대로 무모한 전투에 나섰다. 이 전투에서 무려 20만명이 숨졌다. 일본 본토는 1952년 4월 미국의 점령 통치에서 벗어났지만, ‘군사적 중요성’이 큰 오키나와는 여전히 미국의 손안에 남았다. 이 시기 일본 본토에 있던 미군 기지들의 오키나와 이전이 계속됐고, 1972년 5월 본토 반환 뒤에도 이 구조는 변하지 않고 있다. 현재, 일본 국토의 0.6%에 불과한 오키나와에 미군 기지 시설의 약 70%가 몰려 있다. 오키나와인들은 이를 “차별”이라 받아들인다.

멜론과 사탕수수를 재배하고 있는 나카자토의 비닐하우스는 부대에서 불과 5m 거리에 있다. “우리는 바보가 아니에요. 전쟁이 일어나면 어디가 가장 먼저 공격을 받겠습니까? 미사일 부대가 있는 바로 여기예요.” 미야코지마에서 태어나고 결혼한 뒤 부부가 줄곧 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미사일 기지가 필요 없는 미야코지마 주민 연락회’ 대표를 맡고 있다. “제겐 너무 소중한 고향을 평화롭게 남겨두고 싶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계속 살아갈 거예요. 안심하면서 살고 싶어, 미사일 기지에 반대하는 겁니다.” 나카자토의 농가 입구에는 ‘자위대는 미야코 주민을 지킬 수 없다’ 등의 펼침막이 걸려 있다.

미사일 부대에서 북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100m 높이 언덕 위에 약 700m에 걸쳐 다양한 안테나와 돔 모양의 건물이 보인다. 미야코지마의 또 다른 핵심 군사시설인 항공자위대의 레이더 기지다. 이 기지에는 2017년 최첨단 감청 장비인 ‘FPS7’ 레이더 2대가 설치됐다. 중국의 움직임을 겨냥하기 위한 것이다. 미야코섬 남동쪽 바다 근처 보라지구에는 탄약기지와 사격훈련장이 새로 건설됐다.

탄약기지에서 불과 200m 떨어진 부근에 민가가 있어 주민들이 사고 위험성 등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시미즈 하야코 ‘미사일 기지가 필요 없는 미야코지마 주민 연락회’ 사무국장은 “미사일 부대가 들어서면서 섬 전체가 군사요새화되고 있다”며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있는 항만이나 활주로가 큰 시모지시마공항 등 섬에 있는 주요 시설이 군사용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사일 부대에서 북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100m 높이 언덕 위에 약 700m에 걸쳐 다양한 안테나와 돔 모양의 건물이 보인다. 미야코지마의 또 다른 핵심 군사시설인 항공자위대의 레이더 기지다. 미야코지마/김소연 특파원

섬 주민들은 2015년 미사일 기지 건설 계획이 알려지기 시작할 때부터 투쟁을 이어왔다. 매주 수요일 오후 5~6시엔 시내, 목요일 오전 9~10시엔 미사일 부대 앞에서 선전전을 한다. 오모 가야코(76)는 “힘과 힘이 대결하면 평화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오키나와전을 통해 배웠다”며 “미야코지마가 군사기지화되면 전쟁에 더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리가 아파 복대까지 차고 참석한 다바타 마스오(84)도 “미야코지마는 산도 강도 없는 대부분 평야지대다. 전쟁이 나면 피할 곳이 없다”며 “솔직히 중국보다 눈앞에 있는 미사일 기지가 더 고통스럽고 두렵다”고 호소했다. 참석자 중 가장 젊은 시바하라 신(61)은 쇼핑몰까지 뛰어다니며 선전물을 나눠줬다. 그는 “연령이 많고 몸이 아픈데도 참여하고 있는 분들을 보면 외면하기가 힘들다”며 “이 섬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들의 반대에도 섬에 미사일 부대가 들어선 것은 일본 정부가 이곳을 안보상 요충지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군사적으로 부상하고 동·남중국해에서 위협이 커지면서 일본 정부는 2010년 방위계획대강에서 처음 ‘난세이 시프트’를 언급했다. 이후 난세이제도에 병력과 무기를 배치하는 등 이곳에 사실상 군사 거점을 만들기 시작했다.

난세이제도는 일본 규슈의 최남단인 가고시마에서 대만을 잇는 해역에 일렬로 자리한 길이 1200㎞의 도서군이다. 중국이 태평양으로 나아가는 길목에 자리해 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서태평양으로 진출을 시도하는 중국과 이를 견제하는 미-일 동맹 사이에서 치열한 힘겨루기가 이뤄지는 ‘신냉전의 최전선’이다.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관여를 막으려는 중국의 군사전략인 ‘접근저지·영역거부’(A2·AD) 전략의 핵심인 제1열도선과 정확히 겹친다. 중국은 미 항모 등 전략자산이 1열도선 안으로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게 미사일 전력을 강화해왔고, 나아가 이 선을 넘어선 서태평양까지 활동 반경을 확대하려 한다. 이달 3~8일에도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이 오키나와 본토와 미야코지마 사이를 통과해 태평양으로 남하한 뒤 함재기와 함재헬기가 100여번이나 이착함하는 강도 높은 훈련을 벌였다.

이에 맞서 일본 정부는 난세이제도에 대한 군비를 강화해왔다. 가고시마현 아마미오섬, 오키나와현 미야코섬에 미사일 부대를 배치했고, 내년에 이시가키섬과 오키나와 본섬(우루마시)에 미사일 부대를 새로 설치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난세이 지역 4곳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미사일 방위망’이 완성된다. 이들 섬에 ‘03식 지대공미사일’과 ‘12식 지대함미사일’을 배치하고, 미군과 연합훈련을 하는 등 협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방위성은 또 내년 말까지 대만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요나구니섬에 전자전 부대를 상주시키고, 가고시마현 마게섬에도 자위대 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섬 주민들은 2015년 미사일 기지 건설 계획이 알려지기 시작할 때부터 지속적으로 싸우고 있다. 매주 수요일 오후 5~6시에는 시내에서, 목요일 오전 9~10시에는 미사일 부대 앞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다. 지난 11일 시내 선전전 모습. 미야코지마/김소연 특파원

대만 유사사태 등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면 이 지역에 배치된 병력과 레이더·미사일망이 중국을 겨누게 된다. 거꾸로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 행동을 결단한다면, 그에 앞서 이 기지를 선제 타격할 수 있다.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지난 3월29일 기자회견에서 “난세이 방면의 방위태세 강화는 지극히 중요한 과제”라며 앞으로 난세이 시프트를 지속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은 이 계획을 열렬히 지원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9시, 육상자위대 미사일 부대 정문 앞에서 미야코지마 주민들의 선전전은 변함없이 시작됐다. 벌써 1649번째다. 73살의 시미즈 사무국장은 “우리 힘으로 지금 상황을 크게 바꾸기는 어렵지만, 작은 목소리라도 끝까지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확성기를 들고 말했다. “미야코지마엔 미사일 기지가 필요 없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미야코지마/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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